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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전문기업 (주)약초보감 정재만 대표

기사승인 : 2011-08-01 21:01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천연염색 제품은 비싸다’, ‘색깔이 칙칙하고 예쁘지 않다’ 등 천연염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22년간 천연염색에 매진해 연매출 3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농업 CEO’ (주)약초보감의 정재만(54) 대표는 양파ㆍ포도 껍질, 밤 껍데기, 배나무 가지 등의 농림 부산물을 이용해 300여 가지의 천연 고유색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황토, 쑥, 참숯 등을 이용한 천연염색은 기계화를 통한 대량생산에 성공해 가격 경쟁력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상태다. 지금도 소위 말해 ‘잘 나가고 있는’ 그가, 그런데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동안 누구도 시도한 적 없던 천연 ‘쪽(藍)’ 염색 청바지의 대중화를 선언한 정 대표를 한번 주목해 보자.

잊혀 가던 쪽 되살려 ‘쪽염’ 청바지 복원
“국내에서 생산되는 청바지는 연간 1~2억벌 정도 됩니다. 모두 화학염료로 물들인 청바지이지요. 현재 고가의 브랜드를 제외한 국산 청바지의 가격대는 5~10만원 정도인데, 청바지의 염료식물인 ‘쪽’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쪽염’ 청바지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입고 있는 청바지의 소재는 원래 쪽의 색소인 인디고(indigoㆍ남색)로 물들인 데님이었다. 청바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870년대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가 광부들의 작업복으로 만든 질기고 견고한 데님 소재의 바지가 현재 ‘리바이스’ 청바지의 시초이다. 이것이 1900년대에 중상류층으로 확산됐고 ‘젊음’과 ‘자유’, ‘반항’ 등의 상징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청바지 생산업체들은 단기간 내 염색이 가능한 합성인디고 염료를 ‘쪽’의 대체제로 쓰기 시작했다. 
‘쪽’ 염색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숙달된 기술자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화학염료의 개발로 여러 종류의 청바지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돼 현재까지 이어오면서 ‘쪽’의 존재는 차츰 잊혀 가고 있었다. 

“제가 천연염색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천연염색’이라는 것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시골 노인들에게 물어 물어 배운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지요. 최근에 ‘웰빙’과 ‘슬로우라이프’라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관심 밖이었던 천연염색이 각광받고 있는 이 때, ‘쪽염’ 청바지의 수요는 늘 수밖에 없고, 또 더욱 늘어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1989년 천연염색을 시작한 정 대표는 20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친환경 데님의류용 천연염색 및 복합염색 기술’을 개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천연염색 쪽 염색기’를 발명해 특허를 출원하며 ‘쪽염’ 청바지의 대량 생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정 대표가 개발한 ‘쪽 염색기’로 생산되는 ‘쪽염’ 원단은 현재 서울 인사동의 생활한복 브랜드 ‘이새’에 납품되고 있다. ‘이새’는 생활한복을 고급화시킨 브랜드로, 한국의 전통 요소를 핵심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다.
 
   
 

 

대규모 국산 쪽 재배로 원가 절감…쌀 대체작물로도 한 몫 

염료식물을 직접 재배하면서 천연색을 연구하고 개발해 온 정 대표는 (주)약초보감의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남양주시와, 양주시 등에서 500평 남짓의 소규모로 쪽을 재배해 왔다. 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쪽 재배에 관련된 놀라운 성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국내에서 쪽 재배가 1년 3모작까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기술센터에서는 4모작에 도전하며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가 재배하기 전까지 쪽은 염료식물로서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쪽염’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도산 쪽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고, kg당 10만원 전후인 인도산 쪽으로 인해 엄청난 원가 부담을 안아야만 했다. 

   
 
이에 정 대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나주시와 MOU를 체결하고 30만평 규모의 쪽 재배를 계획해 올해부터 시범재배를 시작했다. 향후 100만평까지 규모를 늘릴 예정으로, 쪽의 대량 공급이 가능해지면 가격대를 인도산 쪽의 반값인 kg당 5만원 전후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쪽’ 재배는 ‘쪽염’ 청바지의 원가 절감이라는 측면과 농민들에게는 쌀의 대체 작물이라는 점에서 일석 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얼마 전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만나 얘기를 했는데, 쌀을 보관하는데 5천억원이라는 큰 돈이 낭비된다고 하더군요. 심각한 문제입니다.”

‘쪽염’ 청바지가 대중화된다면, ‘쪽’은 쌀 대체작물을 넘어서 소득작목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1차산업과 3차산업의 융복합 천연염색”
   
 

 

정 대표는 지난 2008년 ‘천연염색 소비자 선호도와 지불의사 추정에 관한 연구’로 고려대학교 환경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소비자 14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천연염색 제품의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30% 정도 더 나간다면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값을 더 주고서도 천연염색 제품을 구입하려는 이유는 천연염색 제품이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보다 몸에 이롭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쪽’은 항균성이 뛰어나 아토피와 같은 피부성 질환의 원인인 포도상 구균 등을 소멸하는 효과가 있고, 황토는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이 함유돼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쑥을 속을 덥게 하고 찬 기운을 쫓아준다. 이뿐만 아니라 오배자, 홍화 등 한약재로도 쓰이는 염료들도 몸에 착용했을 때 생리적인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약초보감에서 생산되는 1,100여개의 제품들의 가격을 보면 속옷은 8,000원대, 티셔츠와 바지는 1~2만원대, 치마는 3만원 등으로 일반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렇듯  획기적인 가격 절감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기계화에 의한 대량생산 덕분이었다. 

기계화에 대한 섣부른 거부감은 갖지 않아도 된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주)약초보감의 염색공장에서는 기계화를 통한 천연염색이 이뤄지고 있으며,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할 뿐 화학재료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염색 후 배출되는 폐수는 김칫국물, 쌀뜨물과 같은 오염 정도로 모두 폐수처리과정을 거친 후 내보내고 있다. 

   
 
정 대표는 이처럼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천연염색산업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농업이라는 1차 산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먹을거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지요. 세계유기농대회에 나가봐도 유기농 먹을거리는 49%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섬유 관련 제품, 화장품, 주류 등이지요.”
그는 1차산업에서 나온 농림 부산물을 이용해 의류와 생활용품을 제작ㆍ판매하는 천연염색이 1차산업과 3차산업의 융복합이라고 강조한다. 농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천연염색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섬유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천연염색을 이에 대입하기가 
   
 

쉽습니다. 천연염색의 대량생산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천연염색공장 단지화를 통한 집약적인 발전이 필요합니다.

농업에만 머물지 말고 더 큰 시장을 내다보자고 목소리에 힘을 실은 정 대표. 천연빛으로 곱게 물이 들 그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걸어 본다.
문의: 031-821-9657
홈페이지: http://www.obang.net/

 

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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