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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고추

기사승인 : 2010-03-01 13:23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박재복(서울시립대 명예교수)

고추의 유래
고추의 원산지는 1960년대 제3세계 민중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체게베라가 게릴라활동을 전개하던 남아메리카의 볼리비아다. 기원전 6500년경의 멕시코 유적에서 고추의 한 종류(C.annuum)로 추정되는 유물이 출토되었고, BC850년경에 이미 남아메리카의 열대와 온대지방에서 두루 재배되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15세기말 남아메리카에 콜럼버스가 도착하면서 고추가 스페인에 도입되었다. 서양 사람들은 고추를 후추와 연관시켜 ‘붉은 고추(red pepper)’로 이름 지었고, 15세기 영국과 중부유럽 그리고 인도에까지 전파되었다. 중국과 일본에 고추가 유입된 것은 그 뒤인 16세기쯤 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8세기가 되면서 조선에 고추재배가 일반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추가 도입되기 전 소금에 절인 채소발효음식인 담채는 쉬 익어 쉬어지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추는 특유의 매운맛에 더하여 그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라는 성분과 풍부한 비타민E로 인해 산패를 완화시켜주는 효능이 있어 쉽게 김치와 결합하게 되었다.
고추가 다른 나라의 유사한 야채절임음식과 김치를 구별시켜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고추는 젖산균의 발효를 돕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김치에 젓갈류 사용을 일반화하여 한국 특유의 김치가 만들어지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고추를 이용해 새로 만들어진 발효식품인 고추장은 한국인의 입맛과 독특한 장류문화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건 고추나 고춧가루 뿐 아니라 풋고추나 고춧잎, 그리고 고추씨에서 추출한 고추기름 또한 한국인의 식단을 풍부하게 한다. 풋고추는 카로틴이 많은 녹색채소로서, 된장과 어울려 입맛이 없는 한여름에도 우리의 식욕을 지키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춧잎도 나물이나 볶음의 재료로 소중한 우리의 야채로 활용된다.

고추의 성분 분석
고추를 고추답게 하는 성분은 단연 캡사이신(Capsaincin)이다. 고추가 매운맛을 띠게 되는 것은 바로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인데 고추가 가진 항산화 성질도 주로 이 성분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과실의 태좌와 격벽에서 만들어지는데 개화 2주일 후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3주일 후에 최고치에 달한다. 고추가 붉은 색을 띠게 되는 것은 주로 캡산틴(Capsanthin)이라는 성분 때문이지만 베타카로틴이나 루테인(lutein), 크리프토산틴(cryptoxathin)등도 고추가 붉은 색을 띠게 하는데 일조한다.
고추의 영양성분으로는 비타민A의 모체인 카로틴과 철분 등이 있지만, 특히 비타민E와 비타민C가 다량 포함되어 있다. 비타민C의 함량은 사과의 20~30배, 귤의 2~3배에 달하며 캡사이신의 항산화 작용으로 조리과정에서도 쉽게 손실되지 않는다. 고추 잎도 단백질 함유량이 4.1%로 비교적 많은 편이고, 비타민A성분 함량도 높아 질 좋은 채소이다.
풋고추는 매운맛이 적으면서 카로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녹색채소로서의 가치가 크다. 특히 기름에 조리를 하게 되면 인체에 카로틴이 잘 흡수된다. 또한 고추에는 포도당, 과당, 자당, 갈락토스 등이 유리당의 형태로 포함되어 있고, 그밖에 라피노제라는 다당류가 있어 고추의 매운 맛을 보완하는데 특유의 단맛을 내고 있다. 유기산을 보면 구연산, 사과산, 주석산, 호박산, 알파-케로구르탐산 등이 들어 있어서, 사과산과 구연산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 되고 있다. 고추의 과피에는 지방질이 적으나, 고추씨에는 지방함량이 23~29%나 되는데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인 리놀산과 디놀렌산이다.

고추와 건강
부족함보다 지나침이 더 큰 문제인 것은 우리의 식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삼이 좋다고 해서 인삼만으로는 살 수 없다. 문제는 왜, 그리고 어떻게 좋은지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식문화를 보면 몸에 좋다고 하는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약이 안 되는 음식이 없을 정도이다. 고추도 마찬가지이다. 고추를 건강식품으로 높이 사는 자료를 보면 고추가 무슨 만병통치약인 듯 여겨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고추 역시 다양한 식재료의 한 가지에 불과할 뿐이고, 적당한 양을 적당한 방법으로 섭취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추의 건강효과는 다양하다. 고추는 몸속을 데워주는 효과가 있어 몸이 냉한 사람에게 좋고, 피부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혈액의 순환을 돕고 동상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신경통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고추의 매운 성분은 침샘과 위를 자극하여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 하지만 심하게 매운 것을 많이 먹게 되면 피부에 반점이 생기거나, 위를 상하게 할 수도 있어 위궤양 등의 소화계 장애가 있는 사람은 매운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고추가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먼저 고추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A는 호흡기 계통의 감염을 막아주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며, 질병의 회복을 돕고 비타민A의 결핍이 가져오는 비타민 C, 비타민C, 비타민E도 함유되어 있다. 특히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고추가 비타민C의 보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특히 고추의 비타민C는 캡사이신 성분 때문에 쉽게 산화되지 않아 조리과정중 손실되는 양이 다른 채소보다 훨씬 적다. 비타민E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여 다른 영양분의 손실을 줄여주고 비타민A의 소화흡수를 촉진시켜준다. 한국인이 김치에 고추를 사용하므로써 젓갈과 채소의 산패를 막아 김치의 신선도를 유지시켜 주는 원리도 바로 이와 같은 비타민E와 캡사이신의 항산화성 때문이다. 최근 미국 조리 필립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고추가 침의 분비를 관장하는 신경섬유는 물론 콧물 샘을 자극하여 비뇨기 쪽 장애를 방지해 주고, 면역체계를 강화시켜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연구는 감기가 들거나 목이 아프고 두통이 심할 때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많이 풀어먹는 우리의 민간요법을 과학적으로 해명해 준다. 이 밖에도 고추는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키고 폐 표면에 붙은 니코틴을 제거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재배되어 온 역사도 짧음에도 불구하고 한방에서도 고추를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고추가 발한, 식욕부진, 회충과 조충의 구제, 가역성 건위약으로 이용되고 수종, 장풍, 소화불량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또한 몸에 부기가 있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 복용하면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고 한다. 특히 일본인에게 치명적인 이질이 한국인에게 그다지 두렵지 않은 병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바로 고추를 상용하는 식습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방에서는 이질에 고추 3개, 당귀 5돈을 물 2홉에 달여 마시기를 권한다. 따라서 고추는 몸속을 데워주고 피부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성질이 뜨겁고 맵기 때문에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는 매우 좋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은 소화를 촉진 시키고 침샘과 위샘을 자극하여 위산 분비를 촉진시킨다. 또한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행을 좋게 하며 위액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좋게 하는 작용이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진짜 작은 고추는 매운맛이 강하다. 심하게 매운 것을 먹으면 피부에 반점이 생기기도 하며, 위를 상하게 할 수 도 있다. 따라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이 있는 사람은 매운 고추를 적게 먹는 것이 좋다.
고추가 소화율을 높 힐뿐만 아니라 발육촉진까지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쥐의 사료에 5%의 고춧가루를 섞어 먹였더니 고추를 섞지 않았을 때보다 발육이 좋았고, 소화기 이상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고추는 김치나 다른 요리에 적당히 이용하면 식욕을 돋우고, 소화율을 높여 발육을 돕는다. 고추를 발효 식품에 적당량 첨가하면 유산균의 발육이 아주 활발해 진다. 김치에 고추를 넣으면 고추의 캡사이신에 의해 젖산균의 발육이 좋아진다. 따라서 김치를 먹으면 유산균 음료를 따로 마실 필요가 없다. 음식물에 담긴 우리 조상의 슬기라 아니할 수 없다. 식용유에 고추를 섞어 두면 산패하지 않는다. 이것도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 때문이다.

고추다이어트
현대인의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부정적인 사회병리현상의 하나로 본다면 너무 편협한 이해일까? 하지만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과도한 욕망을 적당히 제어할 수만 있다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건강을 지키고 몸을 가꾸려는 노력은 함께 누리고 나누기 위한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열풍의 무대에 고추가 등장했다.
고추다이어트 바람의 진원지는 일본이다. 일본에서의 열풍이 우리나라까지 번져 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최근에 고추다이어트 음료인 ‘마시는 고추’가 상품화되고, 고추다이어트책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고추캡슐, 고추비누, 고추입욕제, 그리고 고추차등 다양한 형태의 고추상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운 음식을 먹지 않던 일본사람들이 갑자기 집과 직장, 그리고 자신의 핸드백에게 가지 고춧가루 병을 넣고 다니면서 애용하게 된 것이다. 고추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근거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우리가 일상의 식생활에서 느끼듯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몸에 땀과 열이 나는데, 그것이 고추의 성분에 의해서 몸의 지방을 분해하여 생기는 결과라고 한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과다하게 섭취한 영양분을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비만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우리 몸 안의 지방세포에는 지방을 축적하는 기능을 하는 흰색 지방세포와 지방을 분해해 열을 발생시키는 기능을 하는 갈색지방세포가 있다. 캡사이신은 그중에서 갈색 세포를 도와 몸속의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을 촉진하여 다이어트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리 몸의 에너지 소비량을 높임으로써 다이어트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기로는 음식을 통해 얻는 에너지 섭취량보다 소비량을 더 늘려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 가장 좋은 다이어트 인데, 이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최고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운동과 더불어 우리 몸의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열 발생 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량을 더욱 늘릴 수 있고, 그를 통해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나 멕시코인 중에 상대적으로 비만인구가 적은 것은 고추를 즐기는 식습관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추다이어트의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 성과도 부족하고, 나아가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그리고 고추의 과도한 섭취는 위장에 무리를 주어 오히려 건강에 역효과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추를 먹으면 운동을 하고 난 후와 마찬가지로 몸이 따뜻해지면서 땀이 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고추의 캡사이신이 지방이나 당을 연소시켜 활동력을 급격히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식생활에서 고추는 빠질 수 없는 식품이다. 고추를 효과적으로 섭취하면 지방 연소를 통한 다이어트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자율신경에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있다. 이 두 신경이 균형을 잘 유지할 때 건강하고 면역기능이 왕성하게 된다. 그러나 균형이 깨어져 부교감 신경이 긴장하게 되면 코의 점막이 붓고 혈관이 확장되어 콧물이 나고 코 막힘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이 때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이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부기가 가라앉고 염증이 치유되며, 부어올랐던 혈관이 수축되어 막혔던 코가 뚫리게 된다. 또 캡사이신에는 에너지 대사를 항진시켜 내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기능이다. 이 때문에 면역 기능도 강해진다. 그러나 고추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점막의 자극이 심해져 위궤양이 발생하기 쉽고 간 기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 음식에나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박재복 교수 약력
*1966 서울농업대학(서울시립대학교 전신)졸업, 농학사
*1966 중앙종묘주식회사 본사기획실장, 육종연구소 연구부장 역임
*1970 일본 MIKADO육종연구소 파견근무
*1975 일본 메이죠대학(名城大學) 대학원 농학석사(유전육종학)
*1979 일본 규슈대학(九州大學) 대학원
*1984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유전육종학 분야) 환경원예학과장, 학생부처장, 대학보건소장,
학생처장, 문리과대학장, 교육대학원장,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장 역임
*2001~2003 한국원예학회 부회장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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