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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킬(Slow Kill) 집단 자멸과 생명의 동아줄

기사승인 : 2026-04-27 23:00

시인   이  유  미 

 

 

 

인간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가련한 이중성을 지닌 존재다. 스스로 목을 매는 밧줄을 꼬면서도, 정작 발판이 치워지는 찰나에는 그 어떤 짐승보다 처절하게 삶의 줄기를 붙잡고 발버둥 친다. 수만 마리 레밍의 투신이나 고래의 좌초는 찰나의 오류일 뿐이지만, 지금 인류가 걷고 있는 길은 세련된 문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슬로우 킬(Slow Kill)'이다.

 

자살 예방 활동의 현장에서 내가 마주했던 수많은 절망들, 그리고 이제는 국가와 현대화된 사회에서 집단으로 자녀를 포기하며 번식의 본능을 스스로 거세하는 이 기괴한 침묵. 사람들은 이것이 자멸인 줄 모른다. 물질적 풍요와 이기적 편안함이라는 안개가 그들의 눈을 가렸기 때문이다. 배우고 지적인 자들일수록 이 '지적인 자살'에 더 깊이 매몰된다. 사랑을 손해라 부르고 희생을 낭비라 치부하며, 자신이라는 감옥 안에 갇혀 서서히 질식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들이 지금은 냉소하며 삶을 가볍게 여기는 듯 보여도, 막상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생명의 불꽃이 꺼지려 할 때 그것을 순리로 받아들일 자는 거의 없다는 것을. 궤변과 논리로 무장했던 이성도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무너져 내리고, 오직 '살고 싶다'는 생존본능으로 절규하게 된다. 그것이 생명의 본질이자 숨길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가 자멸의 길로 치닫는 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모.르.기 때문이다. 지식으로 무장했지만 실제는 무지(無知)라는 독극물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본능의 나침반이 고장난 것이다.

 

금전적 이득도 없이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우리 수호천사들의 행보는, 그래서 이 척박한 문명의 마지막 숨구멍이자 희망이다. 회원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측은지심이 강하게 작동하는 순간이다. '나도 살아났으니 너도 함께 살자'는 하늘 생명 가치의 공명이다.

 

우리 모두 병든 자들이다. 마음이 병들고 몸이 병들면 쉽게 세뇌되고 나의 숨이 절박하여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유미테라피가 숨통을 열어주면 비로소 이웃이 보이고 함께 살아가야할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집단 자살의 키를 되돌리는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무지 속에 잠든 생존의 본능을 깨우는 한 줄기 진실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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