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26-04-27 22:13
내가 수년간의 자살 예방 활동을 통해 목격한 것은 '살 방도가 보이지 않는' 개인들의 절망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거대한 자살의 물결, 즉 '슬로우 킬(Slow Kill)'의 현장에 서 있다. 개별적인 죽음은 눈에 보이나, 문명 전체가 서서히 목을 매는 집단 자살의 징후는 '저출산'이라는 이름으로 은밀하고도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집단 자살은 생존을 위한 본능의 오류나 외부 환경의 교란에서 기인한다.
레밍(나그네쥐): 새 서식지를 향한 맹목적 추종이 벼랑 끝 투신으로 이어지는 본능의 비극.
고래(스트랜딩): 우두머리의 내비게이션 고장으로 인한 방향의 상실.
꿀벌(CCD): 환경 파괴와 전자기파로 인해 터전을 등지는 종족의 방황.
반면, 인간의 자멸은 더욱 끔찍하다. 외부의 교란이 아니라, 배운 자들일수록 물질적 성공이라는 가짜 우상에 매료되어 종족 번식의 본능을 스스로 폐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향한 사랑과 희생을 '개체에 대한 손해'로 계산하는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성에 대한 애정조차 물질에 밀려난 이 현실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정신적 독극물'이다. 돈 없으면 자녀를 낳는 것이 사치라는 궤변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인류는 핵전쟁이나 외계인의 침공 없이도 이미 자멸의 수순으로 진입했다.
희생과 사랑의 가치가 증발하고 가족이 해체된 자리에 남은 것은 철저한 물질만능과 이기심뿐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인간의 영성이 설 자리는 없다. 동물보다 못한 어리석음으로 멸망을 향해 달음질치는 인류, 이 거대한 집단 자살의 키를 누가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