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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 ‘간호 패전기’ <제4편>

기사승인 : 2017-12-05 20:37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내가 체감하기에 스트레스와 마음의 관계는 컵에 물이 담기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하는 사람에게는 다양한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전에 썼던 홈쇼핑과의 싸움이나, 연재를 하면서 다시 쓰려고 하는 다음과 같은 일 등은 커다란 스트레스가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 컵은 점점 차오른다. 하지만, 그외 조그만한 스트레스도 있다. 일상적인 가사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다. 하나 하나는 큰 문제가 아니다. 평상시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스트레스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쌓이는 컵이 가득 차있으면 그렇지 않다. 아주 작은 스트레스도 "지금 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내 자신이 무너진다"고 느끼게 된다. 거의 차버린 컵은 아주 약간의 물로도 넘쳐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청소, 요리를 내가 했더니...

치매증상의 진행과 함께 조금씩 어머니는 일상적으로 자신이 하던 집안일을 나에게 양보하게 되었다. 하다가 포기해, 내가 하게 된 적도 있었고, "이제 안되네, 나는 할 수 없다. 네가 하라"고 선언하고 나에게 넘긴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청소였다. 원래는 내가 기거하는 방만 청소를 했다. 일과 관련된 서류가 널려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건드리지 않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어머니는 청소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나는  거실 청소부터 시작해 점차 담당하는 범위를 늘려갈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방에 대해서만은 내가 이것저것 손대는 것이 싫어서 "직접 할테니 내버려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청소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어 어느 단계에서 나는 "어머니가 청소도 하지 않고, 먼지투성이의 방에 그냥 생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싫어하는 것을 무시하고 어머니의 방을 청소했는데 깨름직할 정도의 대량의 먼지가 나왔다.

이래서는 안된다. 이런 환경에서 생활해서는 컨디션이 무너져 버린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그냥 내버려 두면....더 안된다. 어머니의 컨디션이 무너지면, 그 간호의 하중은 내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집 전체의 청소가 나의 일상이 되었다. 또한 일상적인 쓰레기 배출도 언제부터인가 내가 하게 되었다.

세끼 식사도 마찬가지. 어머니가 음식을 하는 것도 위태로워져, 조리를 하면서 불에 대한 주의가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심코 보면 가스렌지 바로 옆에 마른 행주가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등의 상태가 되어 나는 우선 부엌 대청소를 했다. 조리도구와 식기의 배치를 바꾸는 것이 어머니에게는 좋지 않았던 듯 실컷 불평을 들었지만 무시했다. 그리하여 부엌의 주권은 나에게 넘어왔다.

그러나 그 후 어머니는 어딘가 구종주국처럼 부엌을 검사하게 되었다. 형광등이 켜져 있으면 몇 번이고 소등하고, 무심코 식기장이 열려져 있으면 보란듯이 소리내어 닫는다. 어디까지나 "여기는 자신의 장소"라고 어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시어머니와 유사한 행동 패턴이다.

크흐흐...... 설마 내가 어머니에게 며느리 같은 상황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이 정도는 별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취하던 무렵에 상당히 여러가지 요리를 해봤으므로 요리의 재미도 깊이도 나름대로 알고 있었다. 내 것 플러스 1인분의 요리를 매일 준비하는 것 등은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나 혼자라면, 가끔씩은 "귀찮다"고 생각했을 때, 사 온 반찬으로 끝낼 수 있다. 외식이라도 상관없다. 또는, 완성된 요리가 맛이 없어도 내 책임이므로 참고 다먹어 버린다. 그러나, 어머니가 있으면 그렇지가 않다. 어머니 앞에 삼시 세끼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된다.


"당연한 일"이 스트레스가 되다

물론 장보는 것도 내 일이 되었다. 처음에는 근처의 슈퍼에서 장을 봤지만 나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하다보면 원고 쓰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대형 마트에서 한꺼번에 구입하게 되었다.
세탁이불 건조, 아버지의 위패가 모셔진 불단의 관리. 나아가, 부지런히 어머니가 다니던 아버지의 성묘 등 생활의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들게 되었다. 거기에 어머니가 관여해 옴으로써 "일상의 모든 것"이 작은 스트레스가 되어 내 마음에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쯤에서 "뭐야! 스트레스?" 라는 항의가 날아올지도 모르겠다.

청소에 요리에 세탁에 쓰레기 배출 - 모두는 보통 가정에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남편은 하나도 하지 않아서, 내가 전부하고 있다. 당연한 일인데 스트레스?"라는 기혼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어머니가 계시다고? 우리 집에는 아이들도 있다. 뭔 소린지 모르겠네, 아이들은 항상 소란을 피는 거요"라고. 물론, 아이뿐만 아니라 시부모와 함께 있는 분도 그럴 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에게는 일이 있기 때문에 그 위에 그 정도의 가사일이 추가되면 매우 힘들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족이 있으면서 직장에 나가는 여성은 많다. 또한 모든 기혼남성이 가사에 협력적인 것도 아니다. 전부를 다하면서 가족을 돌보고, 또한 일하고 있는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로 비명을 지르면, 그렇잖나"일 것이다.

지적한 대로지만 간호는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

아이에게는 키우는 기쁨이 있다. 간호에는 없다. 매일 조금씩 증상이 진행되어, 점점 더 해야할 일이 많아져 가는 냉혹한 현실만이 있다. "이 정도의 부담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해도 향후를 알기에 부담이 일정할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치매증상의 진행에 따라 간호하는 측의 부담은 점점 늘어만 간다.

게다가 오랜동안 전업주부였던 어머니에게 내가 점점 가사를 맡게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일을 빼앗긴다"라는 자존심이 상하는 사태이기도 했다. 그 결과, 집안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어머니는 여러차례 충돌해 언쟁을 경험하게 되었다.

간호하는 쪽은 간호에 전념하는 만큼 간호받는 측의 저항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리고 치매로 잃어버리는 것은 기억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어머니의 경우, 성격의 변화는 인내심이나 주위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거 맛없어! 맛있는 걸 줘!"

모처럼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도 큰 소리로 "맛이 없다"고 말해버리거나 한다. 이전의 어머니라면, 아들이 열심히 만든 식사는 비록 맛이 없어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건 조금 짠맛이 부족하네. 먼저 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조금 쳐두면 좋을거야"와 같은 긍정적인 표현을 했었다. 그러던 것이 입만 열면 매번 "맛없어"다. 그뿐인가, 큰 소리로 "아이고, 이거 말고 더 맛난 것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치매 때문에 어머니에게는 미각의 변화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열이 나서 "그럼, 대체 뭐가 먹고 싶은 거예요!"라고 물으면, 안타깝게도 이미 어머니의 입에서는 구체적인 음식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좋다 나쁘다는 반사적으로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이 맛있다"와 같은 인식과정이 좀처럼 입을 통해 나오지 못하게 되어가는 것이다. "어쨌든, 이건 아니다. 맛있는 거!"라고 반복한다.

그래도 내가 음식을 만들던 2년이 지나가는 동안 가끔 어머니가 "맛있네"라고 말해주면, 정말로 기뻤다. 하지만 "맛있네"라는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에는 안타까움도 있기에, 어머니에게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제대로 음식을 해드렸어야 했다.....

나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서서히 증가하던 2015년 2월, 드디어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본인은 "자신은 정말 아냐"라며, 불평은 했지만, "어쨌든 한번 진찰을 받아봅시다"하고는 끌다시피 해서 모시고 갔다.

신경외과에서 주치의가 되는 A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한다. 곧 하세가와 식 치매 판단 기준이라는 질문에 의해 기억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있고, 다음 주에는 알츠하이머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치매라고는 해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뇌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가늘어지거나 막히거나해서 일어나는 혈관성 치매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초기에 뇌에 대한 혈액흐름을 개선하는 치료를 실시함으로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뇌에 레비 소체라는 특수한 단백질이 축적되어 일어나는 것이, 레비 소체형 치매다. 초기에 환시이나 망상, 몸을 움직이기 어렵게 되는 운동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으로, 불행히도 현재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그리고 치매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것이 알츠하이머 병. 뇌 내에 아밀로이드 β라는 단백질이 축적됨으로써 뇌신경 세포가 위축되어 발병한다. 기억과 사고 등의 인지 능력이 점차 쇠약해져, 정서적이 되는 성격의 변화도 일어난다. 알츠하이머병도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좀 더 노력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에는, 신시그래피(scintigraphy)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혈관 중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주사해 발생하는 방사선을 이용해 뇌 내의 혈류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CT 나 MRI에 의한 뇌의 위축 상태 관찰과 병용해 최종적으로 알츠하이머 여부를 진단한다.

"알츠하이머입니다"라는 A 의사의 진단을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받아들였다. 최근 어머니의 행동을 보면, 알츠하이머는 차치하고, 치매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으음, 역시 그런가"라는 감회와 "자, 이제부터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 같은 것이 머릿속을 오갔다.

--- 어떻게든 될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낫지 않는 병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된다. 이래저래 여기까지 반년 간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어떻게든 될 것이다. 좀 더 노력하면 될거야 조금만 더.

그러나, 티끌도 쌓이면 산이 될 것이다. 하나 하나는 별거 아닌 아주 평범한 삶의 스트레스. 그것이 가득찬 컵으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물방울이 될 것이다.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webmaster@iad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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