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17-07-31 20:15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빼뿌장구 사건
1974년 4월 5일 식목일 행사를 끝내고 오후에 본관 주방을 잠시 들른 대통령께서는 책임자인 이삼지(李三芝)여사에게 갑자기 “빼뿌장구” 생각이 난다면서 나물을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이 여사께서는 동탄 102번 비상전화로 도대체 빼뿌장구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했다. 평소 우리들(부속실과 식당관련 사람들)은 이 여사님을 굉장히 어려워했다. 영부인과 가까운 친구라는 설과 전매청장이 부군 된다는 등의 소문에 영부인처럼 한복을 품위 있게 입고 다녀서 교양스럽게 보였다.
“아, 배뿌장구는 경상도 사투리고요. 표준말로는 배부쟁이라고 부르는데요. 한의원에서는 차전자(車前子)라고 합니다. 재배하는 것이 아니고 들이나 길가에서 나물처럼 캐어 살짝 데쳐서 양념에 무쳐 먹는 봄나물입니다.”라고 설명해드렸다.
다음날 농장에 직접 오겠다고 하여 농민학교 학생들을 동원하여 한 소쿠리를 캐어 준비해두었다. 배부쟁이를 본 이 여사께서는 손바닥으로 입술을 가려 웃으시면서 나에게 “이 풀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름은 몰랐어요. 우리 어릴 때 머슴들만 먹는 풀이라고 했어요.”라며, “내가 머슴소릴했다고 소문내면 안되요.”라고 주의를 했다. 나는 “국민들의 머슴이 대통령이잖아요.”라고 대꾸했다. 대통령께서는 쑥, 비듬, 취나물, 호박잎, 돗나물, 원추리 등 야상 나물들을 무척이나 즐겨 잡수셨다.
다음의 내용을 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박대통령의 농장
박 대통령은 농촌에 대한 애착과 향수는 자기 농장에서 손수 씨를 뿌리고 가꾸며 흙을 밟겠다는 소박함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부고속도로 신갈인터체인지에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자그마한 농장이 나온다. 오늘날 「재단법인 국제농업개발원 부속 기흥농장」이란 이름의 간판이 붙어 있다. 임업시험장 부지 옆에 조성된 대통령 가족의 주말농장이었다. 육영수 여사는 이 농장에서 거둔 푸성귀들을 조석으로 밥상에 올리곤 했다. 박 대통령이 서거한 뒤로 전두환 대통령 때까지도 그곳에서 재배된 채소가 청와대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농장에는 안채, 아래채, 창고 이렇게 세 동의 농가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주택은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농촌지도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자 마련된 것이기도 했다. 이들 농군들과 격의 없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박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지난 40년 세월을 줄곧 이곳에서 보내며 농장관리를 맡고 있는 이병화 원장은 그 당시 청와대 박진환 특보의 부탁을 받고 내가 소개해 준 김해 삼방 출신의 동생뻘 되는 사람이다. 김해농고 출신으로 고향땅에서 그때로써는 흔치 않던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며 농사를 짓던 성실한 청년이었으나 세월은 못 속이는지 지금은 백발이 듬성듬성한 노인이 되었다.
(이 글은 농림부차관과 농협중앙회장, 축협중앙회장 등을 역임한 이득용 회장의 자서전인 「先公後私」 나의 반평생 기억속의 뒷이야기, 도서출판 지식공감 발행에서 발췌한 것임)
(재)국제농업개발원 webmaster@iadi.or.kr
<저작권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