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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추억의 야화 제3화

기사승인 : 2017-06-02 20:07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겨울철에 수박 먹는 사람들 조사하라

1972년 9월 첫째 토요일 오후, 할머니 친정집 조카되는 김종수 장군이 지나던 걸음에 잠시 들렀다며 농장을 방문했다. 눈치를 보니 각하께서 주로 토요일에 농장을 방문한다는 소문을 듣고 의도적으로 온 것 같았다. 차 한 잔 나누면서 이야기 도중 며칠 전에 용산 미8군 영내 골프장에서 헌병사령관을 지낸 김시진 민정수석비서관을 만났더니 자네 이야기 중에서 “그 친구, 깍두기 머리에 청바지에다 워카를 신고 청와대에 드나드는 것이 대통령 모시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은 보기가 뭣하니 김 장군이 잘 타일러 보소. 그리고 대학 원예과 다닌 기록은 있는데 졸업한 흔적은 없고, HID가 관리하는 영농부대 창설멤버라는 기록만 있소. 신원보증한 사람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제법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 모양이었다. 또 진짜 한국 최고의 원예기술자 맞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에 나는 금년 겨울에 여름과일인 수박이나 멜론을 한 번 재배하여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김 장군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덜렁 겁이 났다. 김해라면 가능성이 있는데 경기도 용인에서 추운 겨울에 수박 수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국립원예시험장에서도 사례가 없었다. 다음 날 일본 후쿠오카에 파견 나가있는 부산지부 중정요원에게 연락을 하여 오이타현에 있는 난또(南島) 육종장에 찾아가서 겨울철에 재배 가능한 수박씨앗 100립을 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자료도 요구했다.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일주일 만에 구해주었다.
흑종호박에 접목한 수박은 지온이 낮은데도 성장을 잘하여 12월 중순에 1포기 1개씩 잘 매달렸다. 12월 15일경 먼저 익은 50여 개를 용산에 있는 위탁도매시장에 출하하기로 하고, 가계규모가 가장 큰 한광수 사장(한 사장은 훗날 가락시장에서 중앙청과 회장으로 취임했다)을 농장으로 초청하고, 또 얼마 후 미국 정치권 로비사건으로 유명해진 박동선과 최지희(배우출신)씨가 운영하는 한남동 외무부장관 공관 부근에 있는 한남체인(한국 최초로 외국인 전용 슈퍼마켓)의 바이어도 같이 초청했다. 양쪽은 이구동성으로 수박 한 개당 쌀 한 가마니 값(약8천원)으로 정하자고 했다.
크리스마스와 신정(당시는 구정 휴일을 금지했음)을 겨냥하여 청와대에 보낼 진상품 십여 개는 남겨두고 모두 처분했다. 꽤 소득이 높았다.
12월 22일, 주한미8군사령관 사택에 2개를 보내고 당시 국무총리인 JP댁에도 2개 보내고, 본관 부속실에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3개 선별하여 김시진 민정수석실 운전수에게 보냈다. 즉각 민정수석실에서 연락이 왔다. 전화내용은 진짜 기흥농장에서 생산한 것이냐는 것과 당신이 한국 최고 원예기술자임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공휴일이라서 부속실 담당 방의식 경호관이 식사를 마친 대통령께 수박 한 개를 디저트로 올렸더니 “이게 웬 수박이냐”, “기흥농장에서 생산한 것인데요”, “그래 그 녀석 기술이 보통 아니네”. 문을 닫고 나오려는 뒷통수에 “봐라 이 사람아. 이 추운 겨울(그날은 영하 15도였음)날 누가 수박을 돈 주고 사먹겠나, 나는 이빨이 시려 공짜로 주어도 못 먹겠다. 나중에 아이들 주어야겠다”라는 말씀에 “용산시장과 한남동 수퍼에 한 개당 쌀 한 가마니 값 받고 팔았다고 하던데요”라고 대꾸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각하께서는 당장 필자에게 연락하여 이렇게 추운 겨울 날 쌀 한 가마니 값주고 수박 사먹는 졸부들 명단을 조사하여 올리라고 했고 민정수석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결국 삼성그룹 강북병원 책임자인 조 박사의 협조를 받아 겨울철에도 값비싼 수박을 꼭 먹어야만 되는 당뇨병 환자가 있다는 소견서를 받아 보고를 올리고 유야무야 되었다.
당시 풍문과 언론보도(동아일보)에 일본에서 사치품으로 연말연시에 수박과 머스크멜론이 밀수입되고 있다는 것이 떠돌고 있었다. 며칠 후 JP께서도 잘 먹었다고 알려주었고 미8군사령관은 부부가 답례형식으로 이듬 해(1973년) 봄 농장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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