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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머니 어머니

기사승인 : 2017-04-03 19:53

- 용선 이유미

어느 날 친정에 가 보니
큰 박스 여러 개가 배달되어 있었어요
귀가하는 가족마다 그게 뭐냐 물었지요
어머니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시며
"그릇 좀 샀다 "그러셨지요

내용인즉 그랬어요
공짜 온천관광을 보내준다기에 친구 따라 나섰다가
온천하고 불고기까지 잘 대접받고 그릇을 강매 당했던 거지요

마음 약한 어머니는
공짜로 받은 호의가 미안해서
그 그릇 박스를 되돌려 보내지 못하셨어요

아빠는 못마땅하여 얼굴 찌푸리시고
자식들마저 공짜 여행에 현혹된 어머니를 질타하다 보니
어머니는 차마 그 그릇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변변한 그릇도 없는데
과년한 딸들이 여럿이니
결혼같은 대소사에 쓰려했다 중얼거리셨지요

둘째의 혼사도 치르기 전
당신은 서둘러 저 세상으로 떠나셨어요
그리고 불효자식들은 그 그릇으로 당신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아버님의 박봉으로 다섯 새끼 키우시느라
어디 한번 변변하게 놀러 가시지도 못했는데
친구 따라 나섰던 그 온천여행에서
행복하셨을 당신을 생각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립니다

살 맞대고 살았던 남편도

젖 먹여 키웠던 자식새끼들도 해 드리지 못했는데
당신 여행 보내준 그 업자가 한없이 고마워요

당신이 긴긴 세월
묵묵히 사랑과 희생으로 가꿔왔던 가정은
당신 가시고 쓸쓸한 바람만 불었습니다

뱉어낸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어요
다시 한번 당신을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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