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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줄 아는 똑똑한 장 <제1편>

장(腸)은 제 2의 뇌

기사승인 : 2017-06-02 18:18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약 2년 전 일이다. 36개월짜리 어린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약국에 왔다. 코에 가느다란 튜브(비위관)를 낀 아이였다. 이 아이는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심장판막 수술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식사를 할 수 없어서 코에 비위관을 끼고 음식물을 공급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몸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면서 그마저도 제대로 섭취할 수 없어 고통 받고 있었다.

콧줄을 끼고 온 36개월 아기
아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밥(쌀)에도 몸이 반응을 하여 두드러기가 올라왔으니 그야말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던 아이였다. 36개월이면 한창 걸어 다니고 말썽꾸러기처럼 뛰어다녀야할 시기인데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발육이 되지 않아 아이의 몸은 이제 12개월 돌쟁이 수준이었다. 어린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더 아프다. 이 아이가 약이 아닌 음식을 통해 치유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소화흡수의 원리와 면역체계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아이의 치유 과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 몸의 소화 과정을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위장에서 열심히 소화액을 분비하고 연동 운동을 하여 이를 잘게 부수는 일을 한다. 이를 ‘소화’라고 한다. 약 2시간 정도 소화 시간을 거친 후 음식물이 장으로 내려오면 장에서 더 잘게 자르고 숙성(곤죽을 만든다)시킨 후 인체 내로 흡수하게 된다.  이때 장에서 흡수하지 않은 것은 배설된다.

이처럼 입으로 먹었다고 해서 음식이 곧 바로 우리 몸으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섭취한 음식이 몸에 들어가는 진짜 단계는 바로 장에서 이루어진다.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물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발효되고 분해되는 과정과 일정한 자격이 필요한데 바로 그 자격을 부여하는 일이 장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생명 활동과 관련된 원초적인 뇌
장은 정말 똑똑하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하자. 그 순간 우리 두뇌는 “맛있다, 먹어, 빨리 더 먹어”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이렇게 뇌가 허락해준 음식이라고 해도 장에서 내 몸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반드시 내쫓는 작업을 한다.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식으로 무언가 불편한 기색을 정확하게 표시해 주는 것이다.

맛있다고 하며 좋다고 먹었지만 속에서 탈이 난다면 결국 입은 속아서 먹은 것이고, 뇌는 습관적으로 이를 허락한 셈이 된다. 장에서 음식에 섞여 들어온 독소와 세균을 감지하고 설사로 내쫓는 일을 할 때까지도, 우리의 입도, 뇌도 그 음식이 몸에 나쁜 줄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그 음식이 몸에 좋은지, 좋지 않은지는 결국 여러 시간이 흐른 뒤 장에서 알려주는 몸의 반응을 보고야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 몸에서 생명 활동과 관련하여 가장 원초적인 판단 능력을 가진 장기가 바로 장이다.

이러한 장을 우리는 ‘제2의 뇌’라고 부른다. 장에도 뇌가 있다니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소위 머리라고 하는 두뇌는 생각하고 창조하는 일을 한다. 장에 있는 뇌(의 기능)는 좀 더 근원적으로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를 판단한다. 머리보다 먼저 우리 몸과 생명 기능을 생각하는 원초적인 뇌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뇌사 상태에 빠지더라도 장은 계속 기능을 유지한다. 하지만 장이 기능을 잃으면 두뇌는 바로 활동을 정지한다. 이렇게 보면 두뇌보다 장뇌가 생명 현상을 지탱하게 해주는 뿌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구상에는 지렁이나 해파리처럼 뇌가 없는 강장동물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이들 강장동물들은 장에서 뇌의 역할을 한다. 진화론에서 보았을 때 최초로 신경계가 탄생된 곳도 두뇌가 아니라 장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장에 있는 뇌가 머리에 있는 뇌의 조상일지도 모르겠다.

※ 강장동물 : 동물분류상 히드로충류, 해파리류, 산호류를 포함하는 동물문. 몸의 구조가 간단하고 중추신경과 배설기가 없으며 소화계와 순환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는 등 진화의 정도가 낮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장이 꼬인다’라는 말이 있다. 왜 다른 곳도 아니고 배가 아프고 장이 꼬일까. ‘애가 끓는다’, ‘애끊는 통곡’ 할 때 ‘애’는 창자를 가리키는 옛말이다. 창자가 부글부글 끓을 만큼 몹시 안타까울 때, 또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이를 때 이런 표현을 쓴다. 외부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일 먼저 그것에 반응하는 기관이 바로 장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장이 생각할 줄 아는 뇌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실제로 장 안에는 뇌에서 분비되는 것과 유사한 신경전달물질들이 많다.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대부분이 만들어지는 곳도 장이다. 낮에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밤에는 멜라토닌으로 바뀌는데, 이는 우리의 수면을 돕는 일을 한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건강하다’는 우리 건강의 기본 원리는 모두 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습관을 들일 줄 안다
장이 뇌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말은 판단할 줄 안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습관을 들일 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머리에 있는 뇌의 경우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습관화, 자동화 시킨다. 그래야 다른 새로운 일을 받아들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활동의 약 40%는 습관화, 자동화 시키는 것이 뇌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머리처럼 장도 그와 같은 기능을 한다. 평소 반복해서 들어오는 음식들이 있다면 이를 내 편으로 여기고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어떤 음식을 처음 먹었는데 몸에 맞지 않아 설사를 했다고 치자. 그럼에도 반복해서 그 음식이 계속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장은 어느 순간부터 그 물질을 내 편이라 생각하고 문을 열어주기 시작한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도 먹는 습관에 따라 나쁜 쪽으로 길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도 식습관과 길들이기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짜게 먹는 식습관으로 오랫동안 장을 길들인 사람은 고혈압에 걸리고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다. 싱거운 음식으로 몸을 길들인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건강한 몸의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장을 잘 길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된 건강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장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찾아온다. 장은 마치 어머니와 같아서 우리 몸과 두뇌를 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핀다. 장을 잘 길들여 건강하고 행복하면 우리 몸도 두뇌도 행복해진다. 이것이 바로 건강과 장수가 약속되는 핵심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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