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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 대신 미생물 배양 … 농업·식탁 혁명 꿈꾼다

기사승인 : 2018-11-29 19:15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강기갑(65) 전 국회의원(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이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질풍노도와 같은 8년간의 여의도 ‘파견 근무’를 마치고 본업으로 돌아가 2012년부터 6년째 매실과 가축을 키우고 있다. 그는 요즘 미생물 농법에 완전히 꽂혀 있다. 흙과 동식물에 서식하는 각종 미생물을 활용해 자연과 인간의 상생과 균형을 추구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최근 출범한 한국마이크로바이옴협회 상임대표도 맡았다. 미생물 농법으로 농업·식탁·건강·환경의 4대 혁명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사천과 서울을 오가며 미생물 농법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지난주 여의도 국제농업개발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Q : 어떤 농사를 짓고 있는지 궁금하다.
A : “약 7000평의 땅에 1000여 주의 매실나무를 키우고 있다. 수확한 매실을 가공해 매실청, 매실고, 매실고추장 같은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매실 밭에 뿌릴 유기질 퇴비를 만들기 위해 소, 돼지, 염소, 닭, 거위, 칠면조 등 가축도 키운다.”
 
2004년 17대 국회에 민주노동당 농민 단체 비례대표로 ‘차출’되기 전만 해도 그는 12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 부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0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부인 혼자서 농장을 지켰다.

9월 출범한 ‘마이크로바이옴협회’ 대표

Q : 농사지으랴, 협회 일 하랴 바쁘겠다. 서울엔 자주 오나.
A :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라온다. 새벽 버스를 타고 와 막차로 내려간다.”

올들어 그는 5차례에 걸쳐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을 개최했다. 위기에 처한 농업과 식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미생물 농법뿐이라는 신념에 공감하는 농축산, 소비자, 환경, 식품, 의료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의기투합했다. 지난 9월 창립된 한국마이크로바이옴협회에는 축산관련단체연합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살림생협연합회, GMO(유전자변형생물) 없는 바른 먹거리운동본부 등 2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미생물 유전체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자연계의 모든 미생물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생물 농법에 대해 알 턱이 없는 기자를 위해 그는 미생물의 ABC부터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16주 코스의 미생물 관련 최고위 과정을 이수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막연히 알았던 것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확인하면서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2008년 광합성 분석기가 발명되면서 미생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2012년 미국의 버락오마마 행정부는 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으로 국책사업으로 미생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에 나섰다.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됐음에도 여전히 질병이 극복되지 않고, 기존의 항생제로 제압되지 않는 수퍼박테리아가 잇따라 출현하고 있는 데 대한 의구심이 미생물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기후변화에서 인간과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목적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Q : 그동안 어떤 것들이 밝혀졌나.
A : “우리 몸에는 10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인간이 가진 세포의 10배에 달한다. 미생물에는 세 종류가 있다. 유익한 미생물(유익균)이 25%, 해로운 미생물(유해균)이 15%, 나머지 60%는 중간 미생물이다. 유익균과 유해균은 늘 갈등하며 싸운다. 중간 미생물은 이기는 쪽에 붙는다.”

Q : 좋은 미생물이 나쁜 미생물보다 많은데, 왜 싸움에서 지는 경우가 생기나.
A : “먹거리 때문이다. 숙주 역할을 하는 사람이 유산균이 함유된 발효식품 등 좋은 음식물을 먹으면 유익균이 더 기운을 차리고 빨리 증식해 유해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하지만 몸 안에서 부패를 일으키는 나쁜 음식물을 먹게 되면 유해균이 이긴다.”

Q : 유익한 미생물이 이기면 어떻게 되는가.
A : “중간 미생물이 이긴 쪽에 붙어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의 비율이 85대 15가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좋은 미생물이 전부 분해·흡수해 영양분을 모조리 섭취하게 된다. 영양분이 전혀 없는 섬유질만 변으로 나가게 된다. 발효 사료를 먹여 키우는 우리 농장 가축들의 분뇨에서 냄새가 안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먹거리를 섭취한 건강한 사람의 변은 약용으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의 대변은행(장내 미생물은행)은 우리 돈으로 매월 200만원을 주고 건강한 사람의 변을 사들인다. 거기서 추출한 미생물을 환자에게 주입해 각종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치료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간뿐 아니라 흙과 동식물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구성비는 유익균과 유해균, 중간 미생물이 25대 15대60으로 똑같다. 유기질이 풍부한 좋은 흙에서 자란 식물을 먹고 자란 동물은 건강한 분뇨를 배설하고, 그 분뇨는 흙과 섞여 다시 식물의 건강한 먹거리가 된다. 이러한 자연계의 생태 순환 과정을 매개하는 것이 미생물이다. 하지만 화학비료와 농약, 인공사료의 남용과 인스턴트 식품 및 GMO 식품의 범람으로 생태 순환 과정이 고장 나면서 농업과 축산업이 위기에 처하고, 인간의 건강이 악화되고,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 그 악순환을 끊는 열쇠가 미생물이라는 게 강 전 의원의 주장이다.

나쁜 미생물 있어야 좋은 미생물 제 역할

Q : 미생물 농법에 처음 눈뜬 게 언제인가.
A : “국회에 가기 전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EM(유용한 미생물·effective micro organism) 발효원액을 풀과 사료에 섞어 만든 발효 사료를 소에게 먹였더니 분뇨에서 악취 대신 새콤한 냄새가 났다. 축사에서 냄새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가축의 병에 대한 면역성과 저항력이 크게 높아졌다. 고기 육질도 좋아졌다. 또 그 소가 배설한 분뇨로 퇴비를 만들어 매실 밭에 뿌렸더니 비료나 농약을 안 써도 병충해에 안 걸리고 잘 자랐다.”

Q : 독자적인 유산균 발효액을 만들어 특허등록까지 했다고 하던데.
A : “국회에서 돌아와 농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10년 묵은 매실 항아리를 발견했다. 향기가 좋은 식초가 들어 있었다. 전문기관의 분석 결과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유산균으로 판명됐다. K3란 이름으로 특허등록을 했다. 지금은 K3 발효액을 이용해 가축 사료를 만들고, 퇴비를 만들 때도 첨가한다. 식용 제품으로 만들어 시판도 하고 있다.”

Q : 미생물 농법으로 진짜 한국 농업을 살릴 수 있다고 보나.
A : “국회에 있을 때 자유무역협정(FTA)을 막겠다고 총 84일 동안 단식을 했다. 하지만 이미 53개국과 15개 FTA를 체결했다. 물량과 가격 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은 하나뿐이다. 수입농산물과 차별성을 가진 친환경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85대 15의 비율을 가진 발효 사료를 써서 가축을 기르고, 거기서 나온 배설물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지으면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100% 미생물 농법으로 전환해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 농산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

“농업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의 건강지수를 갖고 있다. 암 발생률, 치매발생율, 소아 당뇨와 비만, 불임, 난임 등에서 최상위권이다. GMO 곡물 소비 1위 국가다. 우리 조상은 옛날부터 자연과 상생하는 농법을 실천해 왔다. 메주를 이용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온 발효 종주국이다. 선조의 지혜와 전통을 활용하면 위기에 처한 농업을 살리고, 식탁과 건강을 지키고, 환경도 살릴 수 있다.”
 
미생물 농법을 실천하며 정치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나쁜 미생물은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나쁜 미생물이 있어야 좋은 미생물도 긴장하고 게을러지지 않는다. 좋은 미생물만 있으면 진화하지 못해 기능과 역할이 오히려 퇴화한다. 진보 정치를 할 때는 반대 진영을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내 생각이 부족했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진보에는 보수가, 보수에는 진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한때 진심을 몰라주고 해바라기처럼 왔다 갔다 하는 유권자에 대해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란 걸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 힘 있는 쪽으로 붙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이를 통해 역사의 발전과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이 미생물 농법의 본질인 것처럼 정치의 본질도 상생이다.” 그의 마지막 말에서 왠지 모를 도인(道人)의 풍모가 느껴졌다.

(출처 : "배명복의 사람속으로", 중앙선데이 2018.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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