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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농업에서 ‘살리는’ 농업으로 (1)

기사승인 : 2018-07-19 17:17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 정호진(국제 NGO 생명누리공동체 대표/생명농업 전문가)

과거의 농업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증산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무분별한 증산에 대한 요구는 땅과 종자를 오염시키고 점점 인간까지 병들어 죽어가게 하였다. 점차 생명의 위기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생명존중을 중심으로 한 ‘생명농업’이란 용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3년도에 한국에서는 농촌 목회자들과 정농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생명농업포럼을 조직하면서 본격적인 생명농업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2005년 제 1회 세계 생명농업포럼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시아 생명농업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생명농업의 태동과 과정
생명농업이란 단지 유기농업처럼 비료와 농약과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농업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1993년부터 전업 농사꾼으로 직접 농사를 짓고 농민들을 가르치면서 생명농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왔다. 2001년부터는 인도와 네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생명농업에 기초한 ‘행복한 마을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며 생명농업을 가르쳐 오고 있다. 실천 속에 녹아있는 경험을 토대로 생명농업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농업이 땅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 세상
땅과 더불어 인간이 살아온 모든 것이 농업에 녹아있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의 농업은 우리의 젖줄인 땅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올곧게 농사지으며 생명을 살리는 농업에 대한 지혜를 구하는 소농들과 귀농귀촌을 꿈꾸는 자들과 도시농업을 시도하려는 자들이 이제 함께 생명농업의 길을 가야만 한다.

왜 생명농업인가?
땅이 오염되고 먹거리가 독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생명농업을 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지구생태계와 인간은 별개가 아닌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땅에 투여하는 것은 피드백이 되어 모두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돈의 원리로 돌아가니 농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익에 집착하다보니 상업농이란 단어도 생겨났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의 관계들이 왜곡되어 간다.
 
상업적 농사짓기로 왜곡되어버린 농사
과거 한국의 농민은 대부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지었다. 농사지어 스스로 먹고 남는 것을 이웃과 나눈다는 개념의 농사를 지었고, 그로 인해 바른 먹거리 생산이 가능했다. 아직도 소농들은 자신의 가족과 자녀, 친지를 위한 농사를 짓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상업적 농사를 하는 현실이다.

정부의 정책 역시 상업농에 기초한 전업농 육성에 집중
돈벌이가 목적이 되는 상업농에는 기존에 농업에 담겨져 있던 숭고한 가치관은 자리잡을 수 없다. 공장에서 기업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타락해가듯이 오로지 이익을 남기는 농업으로 일원화되어 가는 상업농 시대에 이제 새로운 가치관 위에 진정한 농업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운동이 필요하다.

죽임의 농법으로 땅과 자연이 황폐화되다
상업적 농업의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농사의 편의를 위해 농약과 비료와 제초제를 대량 살포하면 땅과 자연이 황폐화되고 농사를 짓는 농민 자신도 병들어가고 있고, 그렇게 생산된 독이 담긴 농산물을 사먹는 소비자의 생명도 병들어가고 있다.

온갖 성인병이 만연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죽임의 농법으로 생산된 독이 든 농산물을 먹기 때문이다.

반생명적 GMO 종자의 확산
세계적으로 많은 농부들은 이미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토종종자를 상실하고 말았다. 종자가 돈이 된다는 것을 먼저 눈치 챈 사악한 다국적 종자회사는 대량생산을 위한다는 구호 아래
유전자가 조작된 종자를 개발하여 사용하게 만들었다.

유전자가 조작된 씨앗은 다음 세대에 발아가 되지 않도록 조작되기도 하고, 농사에 필요한 농약과 제초제 비료 등을 모두 GMO종자 회사의 것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로 조정되어 있다. 따라서 상업적 농사가 늘어갈수록 점점 더 대규모 종자회사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농사가 되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보이는 재앙은 더 끔찍한 재앙의 전조증상일 뿐이다
세계 각국에서 2000년대에 들어 GMO종자를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에 예속된 수십만의 농민들이 나날이 높아져가는 종자 구입대금과 종자와 연계된 농약과 비료와 제초제 비용으로 빚을 지고 자살하거나 죽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왜곡된 모습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해마다 자살을 하게 될 농민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며, GMO 종자로 인한 질병의 확산은 더욱 끔찍한 세계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 탐욕의 끝은 공멸뿐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라도 되돌려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는 붕괴되었다
상업적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익에 기반을 둔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자신이 생산한 것에 대한 정보를 다 오픈하기 어렵다. 사용하는 종자와 농약과 비료, 제초제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면
어떤 소비자가 선뜻 구입하겠는가! 결국 속이고 속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지구도 살리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농업”
돈이 목적이 되는 세상은 서로 속이고 속고 독이 되는 먹거리라도 이익이 된다면 생산하게 되는 지옥의 부메랑이다. 이런 지옥에서 우리는 병들어갈 수밖에 없다. 병들어가는 지구에서 어떻게 건강한 먹거리가 생산되겠는가!

내가 건강하게 살기위해서는 농업이 바뀌어야 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농업부터 바뀌어야 한다!
죽음의 부메랑을 멈추려면 바로 지금 더 많은 농부들이 “생명농업”을 선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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