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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식 영동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

화훼의 불모지였던 강릉을 백합 수출의 전진기지로

기사승인 : 2013-12-01 09:20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화훼의 불모지였던 강원도 강릉에서 1990년부터 백합 화훼단지를 운영하는 최명식(57) 영동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 최명식 대표는 농민의 힘을 모아 백합산업을 발전시키고 고품질 저비용 생산체계 확립과 수출시장 개척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끌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공로로 최명식 대표는 지난 10월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있었던 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에서 농업경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수출유망작목인 백합, 체계적 생산자 조직화를 위해 조합 결성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위치한 영동화훼영농조합. 오전까지 수확/포장 작업을 끝내고 작업하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오후의 유리온실은 한가함이 느껴진다. 1ha의 넓은 유리온실 안에는 품종 개발을 위한 조사를 하고 있는 강릉원주대 학생 2명만이 남아있고, 구획을 정해놓고 구역마다 재식 시기에 따라 키 차이가 나는 백합들은 따뜻한 태양빛을 자양분 삼아 성장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부분부분 아무것도 심겨져 있지 않은 곳도 있었고, 국화가 심겨져 있는 곳도 있었다. 
“구근류는 연작장해가 심해 휴작(休作)하는 곳”이거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백합종구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땅을 그냥 놀릴 수 없기 때문에 국화나 글라디올러스를 간작(間作)으로 재배하고 있다”는 최명식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재배된 백합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최명식 대표가 화훼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75년 경남 김해 대동면의 카네이션 농가에서부터이다. 처음에는 화훼농가에서 일을 배우다가 4년째부터는 직접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화훼농장은 16년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1990년 김해 대동에서 고향인 강릉으로 이주해 꽃가게를 경영하다가 화훼농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곳 연곡면에서 국화농사를 시작했다. 
백합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이다. 당시 1992년부터 유통공사에서는 오리엔탈 백합에 대한 수출을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백합 수출은 대동에 있을 때부터 수출유망작목으로 소개받았던 터라 계속 주목하고 있었다. 
꽃이 핀 상태로 출하되는 카네이션, 장미 등의 경우 3일만 지나면 망가지기 쉬워 수출단계에서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백합은 꽃이 피지 않은 상태로 출하되기 때문에 다른 화훼작목보다 훼손이 적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나 백합이 다른 화훼작목보다 주목받았던 것은 가격이었다. 당시 오리엔탈계통 마르코폴로의 경우 5개를 묶어 7천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역 땅값이 평당 15,000~20,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백합 2단이면 이 지역 땅 1평을 살 수 있었던 시세였다.

   
 
최명식 대표는 백합농사를 하면서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생각하고 체계적 생산자 조직화를 위해 조합 구성을 생각했다. 당시까지 강릉지역은 화훼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으나, 최 대표의 작은 성공을 직접 목격한 주변 농가에서는 100~200평씩 작은 규모로 화훼를 시작한 농가가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1994년부터 이들 농가에 대한 작목지도를 해주면서 작목반 모임을 시작했고, 1995년에는 영동화훼조합을 결성하였다. 
이어서 최 대표는 화훼재배의 효율성을 위해 유리온실을 신청했다. 당시 강릉지역에는 겨울철 눈이 많이 오는 지역특성에 따라 단동하우스이나 비가림 하우스가 대부분이었다. 연동하우스도 없었던 지역에 유리온실을 짓겠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강릉지역 화훼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리온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화훼농가 농민들을 김해 대동면의 화훼단지를 매년 2~3회 견학하도록 했고, 관계 공무원을 찾아가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지역은 물론 전국에 강릉에서 백합을 재배해 일본에 수출한다는 내용을 알리기 위해 각방송사의 농촌방송 담당 PD에게 직접 전화해 방송을 통한 전국적인 홍보를 했고, 강릉의 대표적인 지역축제인 강릉단오제에 백합을 전시하면서 지역에 알리기도 했다. 

수출위주의 백합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백합중앙연합회 결성, 건실한 자조금 운영해
   
 

2003년 원예자조금제도가 도입되었다. 원예자조금은 백합ㆍ국화ㆍ장미 등 모든 화훼농가들을 포함하는 자조금 제도이다. 지역별 자조금연합회를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농협중심의 다른 지역의 연합회와는 달리 강원도 지역은 생산자단체가 연합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3년간 활동하면서 자조금제도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백합의 경우 홍보와 포장재 지원 등 수출위주의 자조금 사용을 우선시 해야 하는데 실제 집행은 농협중심의 내수시장 수급조절 위주로 집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최명식 대표는 370명 백합농가의 뜻을 모아 2008년 한국백합중앙연합회를 설립했다. 또한 최 대표는 생산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구근을 100% 수입에 의존하는 것과 수급조절을 농장에서 할 수 있다는 백합농가의 특성에 맞는 자조금 계획서를 농림부에 올리고 담당자를 설득했다. 결국 농림부 담당자에게 ‘농림부가 바라는 자조금 계획’이라는 칭찬을 받으면서 신청금액을 한 푼도 깎이지 않고 자조금 승인을 받았고, 자조금 총액은 매년 증액되고 있다. 또한 해외시장 개척, 수급조절, 교육 홍보 등 건실한 자조금 운영으로 2012년에는 모범자조금 단체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합종구 국산화를 위한 종구생산단지 조성
백합을 키우는 농민에게 가장 큰 부담은 종구 구입비다. 백합종구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는데 그 비용의 생산비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최명식 대표는 백합종구의 국산화와 품종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수확하고난 종구를 이듬해 재활용하거나 조직배양으로 수입종구 사용을 절반으로 줄여 생산비를 30% 가량 절감했고 글라디올로스나 국화 등을 간작하여 연작장해를 줄이면서 백합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였다.
또한 종구 국산화를 위해 종구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1년 제주, 2012년 강원 강릉에 이어 2014년 충청권에 조성할 예정이다. 
“종구 생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최소 5~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최명식 대표는 최근의 시장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환율 추세를 보면 달러화는 올라가고 엔화는 내려가는 추세인데, 이로 인해 종구 구매비는 올라가고 해외수출의 98%를 차지하는 일본의 수출가격은 내려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95년부터 백합 수출은 매년 두자리 수 증가율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15%이상 감소될 전망”이라며, “이 추세가 2~3년 지속된다면 화훼농가는 손을 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백합은 작년까지 3,300만 달러를 수출한 효자 작목입니다. 단일품종 농산물로 이 정도 수출한 품목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아직 공략하지 않은 중국ㆍ러시아라는 큰 시장을 두고 있어 백합 수출시장의 미래는 밝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종구생산단지가 활성화 될 때까지 약3년간 정부에서 종구 구입비를 지원해 준다면 백합농가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최명식 대표의 말은 절실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농사도 바쁘지만 전국의 백합농가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전국을 순회하고, 강원도 지역 백합농가는 4번 이상 기술지도를 위해 방문하는 최명식 대표. ‘연합회 회장으로서 한 번 갔다 오면 수출마인드가 높아진다’며 백합 수출을 위해 노력하는 최명식 대표의 우직한 진심과 정성이 우리나라 백합산업의 미래를 밝혀주고 있다.

 

김신근 기자  pli00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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