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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식물예술원 김재완 원장

기사승인 : 2012-11-01 08:18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한 개인이 지극 정성으로 50여년 동안 수집해온 옹기를 포함한 전통생활용품과 직접 가꾼 분재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식물예술원을 만들었다. 더구나 이렇게 평생에 걸쳐 정성스럽게 가꾼 식물예술원을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해 그동안 몰랐던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자세히 소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충남 서천에 위치한 서천식물예술원의 김재완(73)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전통문화와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무료로 운영

서천식물예술원은 2003년 초등학교 교장에서 정년퇴임한 김재완 원장이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 전통문화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평생토록 수집한 각종 식물과 분재, 옹기, 전통 생활용품 등을 사비를 들여 전시하고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곳은 분재정원, 노천카페, 체험학습장, 옹기전시장, 연꽃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분재전시장에는 분재와 특이한 옹기들이 전시되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천식물예술원 가는 10월 초순의 길은 누렇게 익은 벼가 도열한 도로를 한참 동안 지나야 했다. 마침 진입로 공사중이라 마을회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100여미터를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연꽃정원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한 여름의 화려한 시간을 보냈던 연밭은 이제 연근을 살찌우고 내년을 기약하는 내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꽃정원이 있는 끝난 지점에서 왼쪽에 있는 서천식물예술원. ‘분재정원’이라는 팻말이 달려있다. 분재정원 안에 들어가니 낙원에 온듯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제일 먼저 규모가 큰 분재가 보였고, 바위틈에 흐르는 시냇물을 형상화한 작은 연못. 그곳에 장난기 어린 동자(童子)의 얼굴을 그린 조약돌과 그 너머에 보이는 다양한 옹기들과 고풍스런 분위기. 그 가운데 밀짚모자를 쓰고 분재를 손질하는 김재완 원장이 있었다. 

신분의 귀천과 상관없이 사용된 옹기문화 - 실용성, 과학성, 예술성 돋보여

   
 

김재완 원장은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앉을 틈도 없이 전시된 옹기에 대한 해설을 시작했다. 

“이것이 시집살이가 심한 며느리가 주전부리가 먹고싶을 때 솥단지위에 몰래 올려 사용했던 ‘도둑시루’입니다. 이것은 양반댁 여인들을 위한 투호놀이용 옹기로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밤에만 할 수 있도록 옹기 테두리를 흰색으로 만들었지요. 궁중에서 사용했던 정수기용 옹기는 마무리 제작 단계에서 솔가지를 넣고 소금을 뿌리고 밀봉하면 연기(탄소알갱이)가 옹기에 더 많도록 가마온도가 200℃이상 더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밖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 김치 보관용 옹기는 뚜껑 위에 물을 담게해 보냉(保冷)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고, 하수도용 옹기는 어느 것보다 두껍고 튼튼합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조상들의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하는 것이지요.” 막힘 없이 설명하는 김 원장의 옹기 예찬은 기능성과 예술성으로 이어진다. 
“우리 조상들의 옹기는 형태도 과학적이고 실용적이었지만 소재자체도 친환경적인 입니다. 황토를 빚어 만든 옹기에 나뭇잎을 태운 재를 섞어 바른 유약은 그 자체가 친환경 소재이지요. 옹기를 땅에 묻으면 흙으로 돌아가게 되니까요.”

   
 

 

“이뿐만 아니라 옹기에 그려진 그림은 동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부터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비둘기와 한 마리 학의 모습, 그리고 비정형적 무늬의 연속은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솜씨로 한 번에 그린 장인의 내공을 볼 수 있습니다. 웬만한 추상화가 못지 않은 그림 실력이지요.” 

이처럼 한 시간 가량을 막힘없는 김 원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정원을 거닐다 보니, 조상들의 삶과 문화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 놓여 있는듯한 생각이 들었다. 서천식물예술원은 이 밖에도 스페인에서 발견된 2700년전 인류최초로 그려진 미로(迷路)를 주제로한 미로공원과 각종 체험실습장에는 조경전문가가 설계해 놓은 것 같은 멋진 나무와 꽃, 그리고 조각품으로 가득차 있었다. 

20세부터 수집한 화폐와 옹기를 정년퇴임후 식물예술원 조성

   
 
김재완 원장은 처음 교사 발령받았던 20세때부터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고 옛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부터 소중한 문화유산이 새로운 문물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크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화폐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본인이 국내 최초의 화폐 수집가가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은 무엇이냐'라는 의문점부터 시작하면서 옹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40여 년 전, 옹기를 찾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수집상도 청자ㆍ백자만 수집했지 서민들이 사용했던 옹기는 쉽게 사용 되고 쉽게 버려졌기 때문에 수집이 쉽지 않았다. 김 원장은 옹기가 가지고 있는 기능, 효능을 연구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수소문해 옹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옹기를 비싼 값에 산다는 소문이 들자 전국의 수집상들이 김 원장에게 옹기를 가져왔다. 그렇게 수집한 옹기들은 눈ㆍ코ㆍ입을 그려 넣은 소줏고리에서부터 칸딘스키 뺨칠 정도의 기하하적 문양이 돋보이는 커다란 항아리, 양반가에서 쌀독의 역할을 했던 엄청나게 큰 항아리, 낙지잡이 통, 닭 물통, 대형시루 등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현재 옹기의 가치가 재조명 받으면서 옹기를 연구하려는 학자들 사이에선 김 원장이 수집한 옹기는 살아있는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것을 먼저 제대로 알아야
   
 

2003년 4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한 김재완 원장은 본격적으로 식물예술원을 조성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김 관장의 하루는 매우 분주하다. 1만여 평에 넘는 곳을 혼자 관리하다 보니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나무와 식물 물 주는 데만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그리고 가지치기에 보수작업, 하다못해 청소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에서 그간의 노고와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다. "식물예술원이 생긴 이 자리는 제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입니다. 아버지에게 값 없이 받은 거니 공짜나 다름없죠. 이렇게 귀한 땅을 쉽게 취한 만큼 귀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두에게 쓰임이 되는 땅,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식물예술원을 만들게 됐습니다."면서, “옹기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 조상들의 독창성, 과학성, 실용성, 예술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너무 몰랐습니다. 외국 것도 좋지만 지금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50여 년을 우리 문화에 대해 깊이 연구해온 김재완 원장의 뼈 있는 한 마디이다. 

서천식물예술원(www.서천식물예술원.com)
충남 서천군 기산면 화산리 170 (☎041-951-1072)

 

 

김신근 기자  pli00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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