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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니, 고라니 한 마리

기사승인 : 2019-04-03 14:46 기자 : 김심철

어디로 가니 고라니 한 마리

 

 

용선(龍仙) 이유미

 

 

천안에서 톨게이트를 지나

상행선으로 들어서

막 커브를 도는데

 

어디서 왔을까 고라니 한 마리

정신없이 달리는 차 사이를

허둥지둥 건너고 있네.

 

애처롭게 벌거벗은 몸뚱이로

뒤뚱뒤뚱 허겁지겁

길을 건너고 있네.

 

하늘아래 가장 편안하다는

천안(天安)의 품도 너에겐

결국 사지(死地)일 뿐이야

 

산을 끊고 물을 끊어

너의 길이 끊기이고

너의 목숨 줄 이 험한 고속도로에

위태롭게 걸려있네

 

두려움에 너의 두 다리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고

너의 슬픈 두 눈 애처롭게 떨고 있다

 

차마 너의 두 눈에 담을 수조차 없었던

극단의 두려움 피멍 되어

내 마음에 담고 길을 떠난다.

어디로 가니 고라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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