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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그래피티의 산 역사 닌볼트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모든 곳이 캔버스다"

기사승인 : 2018-11-07 18:51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매일밤 떠오르는 상상의 나래를 그림으로 옮기다 보니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나를 '그래피티아티스트'라 불렀다"
▲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
 

 

“어릴 때 만화를 그렸다. 나인인치네일 음악을 좋아해 구상 중이던 주인공 이름을 NIN으로 지었다. 나중에 볼트라는 이름이 더해 내 자신이 ‘닌볼트’가 됐다.” 

 

[편집자 주]그래피티(graffiti)의 어원은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이다. 분무기(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말이다. 'spraycan art' 'aerosol art'라고도 한다. 최근엔 '거리의 예술(street art)'이라는 말로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당초 사회저항을 주제로 한 그래피티는 극채색과 격렬한 에너지를 지닌, 속도감 있고 도안화된 즉흥적·충동적이며 장난스럽고 상상력이 넘치는 전개로 이뤄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도 그래피티가 하나의 예술쟝르로 한 자리를 꿰찼다. “하늘을 제외한 모든 것이 캔버스다”라고 말하는 한국 그래피티의 산역사를 만든 닌볼트를 만나 한계를 넘어선 그의 끝없는 도전 이야기를 들었다. ※ 작가 닌볼트는 매주 UPInews+에 그래피티 만평을 연재한다.

그래피티를 통해 세상에 던지는 화두나 주제는 무엇 

“나는 공평, 권력, 아름다움 등 세가지 주제를 다양한 캔버스에 그린다. 공평은 평등과 다르다. 공평은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가 겪은 국가적 재난사태도 어쩌면 공평하지 않게 치우쳐진 기회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에게는 특히 권력이라는 주제가 또 하나의 화두다. 공평과 권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쌓인다면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이것이 화폭에 전개하고자 하는 주제다.”

​-​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된 이유
“학교를 일찍 그만웠다. 난 난독증이다. 책을 보면 글들이 춤을 추며 뇌속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하지만 영상으로 다가오는 현상에 대해 다양한 상상력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나만의 재주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상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데는 다양한 도구가 있다. 내겐 스프레이가 주는 감각이 특별하다. 벽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갇혀진 캔버스는 나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그래피티의 다른 매력은 퍼포먼스에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그래피티라는 장르가 있는 줄도 몰랐다. 나는 그저 벽에 그림을 그리며 소통했고 언제부터인가 대중은 나를 그래피티아티스트라 불렀다.” 

 

▲  닌볼트 작가의 손에 들려있는 작품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그래피티'이다.
 
- 예술의 근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가끔씩 3000년쯤 후를 상상한다. 모두가 지식으로 충만한 세상. 그 때가 되면 더 이상 지식으로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 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사람의 구분은 결국 내적 완성이 향하는 외부의 질적 표출에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다가선다는 것이다. 이 것이 막연하지만 예술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 특별히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오래전 영면한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를 특히 좋아한다. 나처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다는 동질감이 내게는 공통분모를 찾게 한다. 그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유로움이 내재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좋다. 다만 그가 약물을 통해 이어간 예술활동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내추럴한 상태에서 느끼는 고독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적이고 근원적 자아라 생각한다.”

- 그동안 활동을 소개한다면
“스프레이를 손에 잡은 지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모든 순간이 내겐 소중한 이정표다. 2011년 SBS 미라클 아트에서 연 전시회가 생각난다. ‘닌볼트의 그라피티 & 트롱프뢰유미라클아트(프랑스어로 착시미술)’제목으로 총 18점을 전시했다. 그리스신화에 스토리를 뒀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주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있고 신까지도 넘어설 수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이었다. 2010년에는 바닷속풍경에 대해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지하철 50미터 구간에서 진행된 당시 전시회는 ‘작품이 사람을 대중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로 대중과의 현장 호흡에 중점을 뒀다.”

- 앞으로 활동 방향은
“철학은 잘 모르지만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나 자신을 알기위해 노력해 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이를 통해 설명한 공평, 권력,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작품 세계를 열어갈 것이다. UPI뉴스+와 함께 진행하는 ‘그래피티 만평’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계획이다. 또 하나의 화두는 국내 컬러 타입을 바꾸는 일에 대한 관심이다. 미술용 컬러가 발달하면 공업용 컬러도 자연스레 발전한다. 해외 유수의 도시 컬러를 보면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느낌을 보게 된다. 아직도 우리나라 미술계에는 고가의 해외 미술 재료를 주로 쓴다. 법령도 완비되고 있어 국내 미술 컬러도 재정립의 시기를 맞고 있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생각이다.”

 

UPI뉴스 / 임종호 기자 yi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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