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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문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기사승인 : 2018-12-04 23:29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도시재생 문화로 탐구생활' 탐방기
▲ 문래 창작촌 풍경 [정병혁 기자]

 

받아든 팸플릿에는 '도시재생 문화로 탐구생활'이라는 제목이 큼직하게 박혀있다. 영등포 경인로 주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문래동을 좀 더 알고 싶어서 신청했다. 탐방은 일요일 오후 3시 '문래캠퍼스'에 모여서 출발했다. '문래캠퍼스'는 문래예술인들의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작가들의 작품 등 판매도 하고 있다.


'못빼는 망치'라는 거리 조형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걸로 시작됐다. 문래를 돌아다니다보면 설치예술 작품같은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예술인과 상공인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조형물 1호가 '못빼는 망치'이다. 조형물 주변 보도블럭을 살피면 조형물 번호와 제목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길 너머 망치와 나무로 만든 '망치의 안식'과 용접공 철가면을 형상화한 '철가면'이라는 작품도 보인다. 영등포 경인로 주변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방문해서 이 지역 도시 재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탐방팀은 문래머시닝밸리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문래동을 지칭하는 명칭이 많다. 문래소공인집적지, 문래제철단지, 문래머시닝밸리 등. 문래에서는 머시닝밸리로 불리기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이 글에서는 문래머시닝밸리로 지칭한다.)


공방 ‘문래숲’에서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이제 나무조각가가 된 주인 김순미 작가의 문래 정착기를 들었다. 목재로 얼굴 문패를 만들어 주는 작업으로 문래 예술인들을 이어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문래숲'에서 열리고 있는 '숲은 살아있다展' 전시 기간은 2018년10월 19일부터 쫓겨날 때까지이다. 이곳도 예외 없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닥친 것이다. '숲은 살아있다展'은 문래숲을 지지하는 전시기획 모임 주최로 많은 예술인과 일반인이 후원하고 있다.


문래머시닝밸리에서는 간판을 유심히 봐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 70, 80년대 간판부터 최근에 예술인들과의 협업으로 만든 간판까지 다양하다. 협업으로 만들어진 간판은 그 가게가 하는 일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디자인되었다. 예를 들면 주물공장의 간판은 쇳물이 흘러내리는 못이 간판에 가장자리에 붙어 있다.

 

▲ 문래 창작촌 풍경 [정병혁 기자]


'스페이스9' 은 원래 공장이었다가 압력밥솥 서비스 센터로 쓰였다가 지금은 전시공간, 행사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탐방팀이 갔을 때 이록현 작가의 'A rubble park: 문래국제조각공원'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천장을 지탱했던 나무 골격을 그대로 살린 전시실에서는 오래된 나무향이 났다. 전시된 그림과 섞이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00여 개의 예술 공방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세계적으로 예를 찾기 어렵고 문래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2010년 개관한 '문래예술공장'은 자생적 예술 마을 문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술인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서 만들어졌고 공연, 전시, 레지던스 공간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대선제분' 공장터였다. 1936년에 건설된 밀가루 공장을 1958년 대선제분이 인수한 후 운영하다 2013년 충남 아산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가끔 패션쇼나 신차발표 같은 행사를 했다고 한다. 민간업체에 의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하니 거듭나는 '대선제분'이 기대된다.


탐방 후 탐방에 참여한 사람들과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두 시간 동안 정해진 코스를 돌며 별다른 대화를 주고받지 못했는데 탐방에 참여한 동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래동 주민들도 있었고, '인류학연구방법실습'이라는 강의 실습을 위해 문래동에 조사하고 있는 인류학 전공 대학생도 있었다. 도시 재생을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서 멀리 수서에서 온 대학생, 도시재생과 좋은 주거지에 관심이 있는 철학도, 독립공간 기획 일을 하는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이 탐방에 참여했다.


문래가 예술가와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문래캠퍼스 이소주 총장의 말이, 도시재생은 공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는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의 설명이 귀에 쟁쟁하다. 영등포 경인로 주변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의 변화를 상상하며 문래역으로 향했다. 전철역에 서서 함께 탐방을 했던 인류학 전공 대학생 J와 오늘 탐방의 사진과 메모를 공유하기로 했다.


며칠 후, J가 수첩에 적은 메모와 짤막한 소감문을 보내왔다. 나는 산책자였지만 탐구의 눈으로 몇 주 동안 문래를 관찰한 J의 시선을 그대로 옮긴다.

 
"예술인과 소공인, 지역주민 간의 상생을 위한 노력과 그 어려움을 보기 위해 문래동 지역을 조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 문래동 사람들이 주목하는 핵심 키워드로 도시재생을 발견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예술가 사회적 기업이 문래의 산업사적 의미를 살린 투어를 진행하고 그러한 관점을 담은 조형물을 제작하면서 지역 예술가로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상생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문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글은 '문래숲' 근처에 있는 카페 '워리어'에서 쓰고 있다.

 

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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