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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어머니 간호패전기 제10편 - 내 모습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

어머니와 요실금 그리고 자존심

기사승인 : 2018-06-18 20:58

요실금 얘기다. 어머니에게 요실금 증상이 나타난 것은 2014년 12월 말이었다.
처음 알게된 것은 나는 세탁한 기억이 없는 어머니의 바지가 슬그머니 널려 있던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자 처음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물어보자 정색한 어조로 "더러워서 빨았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변 누설방지 패드 절대 거부
그냥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에  대책을 생각했다.
약국에 갔더니 바지의 내측에 붙이는 소변누설 방지패드라는 제품을 팔고 있다. 그것을 사다가  "이거....쓰세요"라고 건넸더니 예상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됐다  이런 건 절대 쓰지 않아. 뭐야 이거. 빳빳하고 이런 걸 붙이면 거슬려서 얼마나 기분이 나빠지는데.." 격렬한 거부다.
"그렇게 말해도 새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이런 걸 활용해서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아니  절대 쓰지 않아. 나는 이런 것을 쓰지 않아도 돼. 더러워지면 내가 빨테니까 됐어 내가 할테니까 됐다고"

이런 투닥거림이 매일 이어진다.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소변누설 방지패드를 쓰지 않는다.

세탁기 교체가 초래한 의외의 문제
2015년 1월  세탁기를 새로 장만했다. 그때까지 어머니는 구식인 2조식 세탁기를 애용해 왔지만  오래되고 상태가 나빠진 것과 몰래 바지를 말리는 횟수가 늘면서 앞으로 빨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해  전자동 1조 세탁기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세탁기를 바꾸자 어머니는 자신이 세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세탁기 사용법을 기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건 자승자박이 된 것이지만  "새로 교체하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간호하는 입장인  특히 남성이라면?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전에 쓰던 것이 좋았는데"라는 불평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어머니가 내놓는 요실금 팬티 세탁은 내 일이 되었다. 먼저 양동이를 사용해 물로 잘 헹구고 이어 산소 표백제에 담근 후에 세탁기로 돌린다.

2015년 3월부터 5월까지 내가 스트레스 환각이 생길 때까지 심리적으로 몰려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일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은 서막이었다. 새는 양이 증가해 "바지에 들러붙는" 수준이 되어갔던 것이다.

너무나 한심해 울먹이다
며칠 전부터 화장실 앞 복도에 묘한 물방울이 떨어져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논쟁을 계속할 수는 없다. 마루에 요실금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즉시 청소를 하고 옷을 갈아입게 한다음 세탁한다.

이렇게 요실금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화장실 앞 복도에 소변이 떨어져있는 경우가 늘었다. 소변을 느끼고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참지를 못해 복도에 그만 흘려버리는 것이다. 보이는 대로 즉시 걸레질을 하고 세탁기로 향한다. 그러자 거기에 몰래 젖은 옷을 세탁하려는 어머니가 계신다. 새로운 세탁기는 사용할 수 없고, 그래서 문제의 규모는 더 확대되는 것이다.
이전의 2조식 세탁기처럼 먼저 세탁조에 물을 넣으려고 바케스로 물을 뜨다가  그 물을 화장실 바닥에 흘리거나 하신다. 황급히 어머니에게 빨래를 빼앗고 화장실 바닥을 청소하고 그리고 나서 빨래를 한다.

한 번의 실금으로 바닥 청소에 바지 1장에 팬티 1장, 경우에 따라서는 양말도 1켤레씩 빨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심할 때는 하루에 5장의 바지를 빨았다. 이제 나는 너무나 한심해져 울고 싶어졌다.

5장을 빨면 다음 날?입을 바지가 없어져 버린다. 어쩔 수없이 바지를?들고 빨래방으로 달려가 건조기를 쓰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또 실금 ...... 이런 기분은  아무리 바위를 산 위로 밀어올려도 그 때마다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다.

몇번이나 "감추지 마시고  날 불러요"라고 해도 어머니는 듣지 않는다. 아니  들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몇번을 해도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고집을 피운다. "감추고 그런 것 없어. 전부 내가 할테니까 저리가"라고 한다.

말다툼이 되고 힘이 빠져 어떻게든 젖은 옷을 되돌려 받아 세탁해 말린다. 한시름 놨다고 생각해도  또 다음 날의 화장실 앞 복도에는 흘린 소변이 있고 세탁기 앞에는 바지를 안은 어머니가 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된다. 이런 상태가 되어도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소변누설 방지패드를 거부했다.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자신의 배설을 다스린다는 것은 인간에게 기본적인 존엄이다. 그 존엄을 스스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내 정신과 육체가 견디기 어렵다.

이심전심의 관계가 치매에는 좋지 않다
케어 매니저인 T씨에게 상담했더니  "그건 뭐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필시  실금한 것이 가벼운 패닉이 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게 되어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분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부드럽게 대해 주세요".

치매를 앓는?사람에게는 부드럽게 친절하게 대해  천천히 태도를 바꾸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하에서는 나는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나의 "패전"으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언제나 항상 부드럽게 대할 수 있는 직계가족이 얼마나 있을까. 직계 가족에 의한 간호의 경우  간호하는 측과 받는 측 양쪽 모두가 이런 심리적 변화에 따른 문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없는 것이다.

도우미의 설득이 주효했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가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마침 자주 요실금을 하게 된 시기에  공적 간호제도의 이용이 시작되어 도우미가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그들은 "가족이 말하면 누구라도 싫어하거든요. 우리가 착용하시도록 재촉해서 조금씩 소변누설 방지패드를 쓰게 하는 것을 습관으로 해나갑시다"라고 말해주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주었다.

7월이 되자 본격적인 데이 서비스(재활)에 다니는 동시에  도우미들에 의한 본격적인 간호가 시작되었다. 가족이 말하면 응석을 부리는 감정이 작동하는 지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 일도 다른 사람이 자존심을 다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설득하면 들어주는 것이다. 그들 덕분에  어머니는 마지못해하면서 소변누설 방지패드를 스스로 부착하게 되어  겨우 나는 매일 여러 장의 바지를 빨아야하는 생활에서 해방되었다.

도우미 K 씨에게 "마츠우라 씨는 아직도 대단히 좋은 상황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도와준 분들 중에는 더 힘든 분들도 계셨으니까. 소변뿐만 아니라 대변을 흘려 더러워진 속옷을 그대로 숨겨버리는 분도 있었습니다. "부끄럽다"고 생각해 "타인에게 보이지 않도록"하는 의식이 앞선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숨겨두면  우리 도우미로서는 찾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옷장 구석이나 옷장 뒤에서  바짝 마른 똥이 들러붙은 바지 등이 불쑥 나온 답니다"(다음호에 계속)

2017년 5월 25일 松浦 晋也 (마츠우라 신야) / 번역 오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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