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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지식재산을 발굴하여 명품화, 국제화 추진”

한국지식재산관리재단 황종환 이사장

기사승인 : 2018-03-19 20:51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한국지식재산관리재단은 전통지식과 향토자원을 발굴하고 보호, 평가하여 사업화를 희망하는 단체와 개인에게 지원해 주는 국내 유일의 지식재산 전문기관이다. 재단은 향토지식재산이란 용어마저 생소했던 1995년에 설립하여 23년간 향토지식재산을 이용한 사업화와 창업지원을 위해 열심인 황종환 이사장을 만났다.

식품위생법 아닌 주세법 위반?
황종환 이사장이 향토지식재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시절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되었다. 황 이사장이 1980년 대학 4학년때, 가정교사를 하고 있던 집안이 밀주(막걸리)를 만드는 집안이었는데, 학생의 부친이 검찰청의 특가법 처벌 대상으로 구속이 되어, 무허가로 사람이 먹는 음식(막걸리)을 만든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것이다.

학생 부친의 혐의는 예상처럼 식품위생법 위반이 아니라 국세청 주세법 위반이었다. 주세법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법으로 국세를 받기 위한 행정편의의 법으로 기술발전이나 문화발전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국세청 담당자에게 전통주(막걸리)를 만들어 팔려면 어떤 허가조건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해방 이후 전통주가 허가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1970년 경주법주가 예외로 허가된 사례가 있었다.)

시중에는 막걸리(밀주)에 대한 수요는 있으니 생산판매는 되고 있으나, 전통주 허가를 안해주다보니 막걸리 제조업체는 본의 아니게 밀주업체가 되었고, 이로 인해 전통주 문화가 발전될 수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북부지청 담당검사를 만나서 “축제 때 고대생들이 막걸리를 다 먹었으며, 허가 받은 술이 하나도 없다. 특가법으로 처벌할 만큼 사회적으로 악이 되느냐, 뭔가 잘못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이전에는 같은 협의로 구속된 사람들이 자신을 죄인으로 생각했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황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니 검찰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그 부친은 벌금형으로 방면되었다고 한다.


열악한 ‘전통주 제조 현실’이 인생의 전환점되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법학을 전공했던 황 이사장은 이후 기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어 기술이전 부문 석사과정과, 전통지식보호 박사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식품공학 공부를 위해 3년간 야간대학원까지 다니며 관련공부에 매진했다.


향토자원 발굴, 보호, 산업화를 위해 1995년 재단설립

이후 황 이사장은 법과 기술을 접목한 변리사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당시만해도 낯선 직종인 변리사로 업무를 하면서도 지역의 전통지식과 향토자원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지역의 전통지식과 향토자원을 통틀어 ‘향토지식재산’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도 다름아닌 황 이사장이었다.

일본은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을 도입하여 이미 일찍이 향토자원 발굴과 산업화에 매진하는 것에 고무되어 1995년에 지역 향토자원을 적극 발굴, 보호, 산업화를 위해 재단을 설립하여 강원도 내에 주인 없는 향토자원과 전통지식을 발굴해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제안을 하면서 강원도에서 최초로 향토자원 조사발굴사업을 1997년에 하게 되었다.

강릉 초당두부 사건과 제주 돌하르방 사건
재단 활동으로 지자체 공무원들과 세미나 등 준비를 하던 중에 강릉에서 유명한 초당두부 사건이 터졌다. 강릉 초당두부는 어느 특정인의 권리가 아니라 지역 자산인데, 인천의 최문자라는 사람이 상표등록을 해서 전국 체인화를 하려고, 강릉의 초당두부업체들에게 상표권 사용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강릉시가 깜짝 놀라 재단에 문제해결을 의뢰해 왔고, 재단에서 분쟁을 해결해 주었다.

제주 돌하르방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개인 사업자가 돌하르방을 디자인 등록을 한 것이다. 제주도는  깜짝 놀라 부랴부랴 대책을 강구했고, 재단의 중재로 돌하르방 권리자가 권리를 포기하면서 현재는 제주 상공회의소가 관리를 하고 있다.


향토지식 발굴은 장기적 사업이 되어야!

중앙정부와 함께 3,000여명을 동원하여 전국적인 향토지식재산 조사에 착수하였지만 불과 6개월이라는 짧은 조사기간에 전국 동시조사는 무리수였다. 한정된 비용과 시간에 전문요원 선발과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시행과정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더구나 조사 후 소중한 발굴자료들이 사장되어버리고, 인적 자원인 조사요원의 활용도 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정부입장에서는 조사했다는 명분만 있을 뿐, 국가적 큰 과제를 역사적 사명을 갖고 열정을 다해 수행한 재단과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발굴된 정보들을 지역산업에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올해부터 향토지식자원을 활용한 “지식공유 일자리사업” 시범 실시

그러다가 2017년 새 정부 들어서면서 일자리 창출이 최대 화두가 되었다. 황 이사장은 행안부에 이미 발굴해놓은 향토자원을 활용해서 새로운 스토리텔링, 마케팅, 인적자원을 이용한 ‘지식공유 일자리사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결국 올해 전라남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하반기부터는 전국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전라남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되는 ‘청년 내일로 사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토지식자원 공유와 청년 창업이 결합된 5개년 사업으로, 22개 중 먼저 목포, 나주, 무안, 순천 4개 지자체에서 우선 실시한다.

산업간 경계가 없어지는 마당에 지역인이 그 지역 중심으로 창업을 한다면 성공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그래서 지식 공유는 필수가 되는데,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여러 지역에서 공유하여 사업을 하도록 지웑하는 것이 이번 지식공유 일자리 사업의 특징이다.

재단이 발굴한 향토지식자원을 활용하여 전문가들이 시장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창업 아이템을 제시하고, 외부의 전문 마케팅과 홍보까지 연결해주고,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창업자금 지원책을 연결해 창업할 젊은이들이 아이디어와 열정을 구체화하여 안전하게 사업하고 성공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창업과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김치가 기무치를 이겼다」를 펴낸 이유

1995년 북경 국제식품규격회의에서 일본은 기무치를 국제 규격화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당시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도 안 가졌던 상황에서 김치 종주국을 빼앗길 처지가 되었다고 난리가 났다.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 1998년 집필한 것이 ‘김치가 기무치를 이겼다’이다.

기후조건이나 역사적으로나 김치에게 기무치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김치가 기무치를 이겼다고는 것은 정신차리면 정상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은 오사카 중심으로 우리 김치를 가져다가 일본화를 시켰는데, 기후조건이 안맞아서 난항을 겪자 한국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전세계 스시점에서 김치를 일본화하는데 성공했다. 젖산도 넣고 맵지 않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상당히 넓게 보급된 상태였다.
김치보다는 “김장문화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2001년 국제규격에는 우리의 김치, 일본의 기무치, 그리고 중국의 김치까지 3가지가 등재되었다. 김치의 소재인 배추의 영문이 Chinese Cabbage로 쓰이면서 중국이 절임배추까지 등록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김치가 국제규격이 됬다고 안도하는 실정이다. 언론이나 정부에서조차 일본과 중국과 한국 3국이 동시에 김치규격으로 등록되었다는 진실은 외면하고 있다.

이름이 김치든 기무치든 표현의 용어일 뿐이며, 핵심이 중요하다. 한국 김치의 정체성과 앞으로 발전이 중요하다. 김치의 국제규격을 배추김치 중심으로 하면서, 중국의 싼 인건비를 무기로 대량생산체제로 한국 김치시장을 점유한 현실이고, 이전에 일본 기무치에 빼앗긴 한국 김치의 위상은 이제 중국에서 생산된 수입 김치가 우리밥상의 90%를 차지하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시대”

황 이사장은 올해 4월에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배추김치를 단일국제규격으로 하니까 대량생산하는 중국을 이길 수 없었다. 이제는 지역마다 차별화된 김치, 순천의 고들빼기 김치, 여수의 갓김치 등 다양한 김치를 내세워 지역마다 차별화된 김치를 부각시켜야 김치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또한 단일 상품인 김치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김치 세계화에 성공할 수 없다. 한국 고유의 김장문화를 통한 문화 컨텐츠화 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일본과 중국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다.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25년간 생산성 증가율이 가장 빨랐던 나라로 중국까지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벤치마킹 할 정도였지만, 이제 OECD는 한국에 옐로 카드를 내밀만큼 저성장 상태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은 많은 국가적 사업들이 도마 위에 올라있다. 급하게 앞으로만 질주할 시기가 아니라 내실을 기해야 할 때이다.


향토지식재산이 신성장의 동력이 되는 시대

가장 세계적인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한국은 온돌문화와 발효식품인 김치류, 젓갈류, 장류 등 훌륭한 전통문화유산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나라이다. 21세기는 이런 한국적인 향토자원이 돈이 되는 시대이다. 이런 소중한 향토지식자원을 일찍이 깨달아 발굴하여 향토자원의 명품화와 국제화를 준비하는 정부와 협력하여 산업에 활용하도록 노력한 황종환 이사장과 재단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근에는 21세기 나치즘으로 통하는 ‘미국 제일주의’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수출위주의 경제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더 이상 기존의 산업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지역 신성장의 동력 중 하나가 바로 향토지식재산이 될 것이다. 재단을 통해 발굴된 소중한 향토 지식재산들이 이제라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 더불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내일을 함께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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