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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아우른 맛이 명인 김치의 비결”

기사승인 : 2011-10-01 22:57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김치산업육성법’이 이르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치명인 1호 한성식품의 김순자 대표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아무도 김치를 사먹지 않던 1986년 ‘나홀로’ 김치회사를 설립해 하루 120여톤의 김치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을 이루기까지 그녀의 성공비결을 들어보자.

가장 표준화된 입맛을 찾았더니 ‘성공’

“‘김치 표준화’가 아니었다면 한성식품이 이렇게 커질 수 없었을 겁니다.”
김순자 대표의 김치 표준화는 지난 1986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특이 체질로 인해 김치 외에 다른 반찬으로는 밥을 먹을 수 없던 그녀에게 김치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김치 맛을 감별하는 미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그녀는 자신있게 김치를 만들었고, 잘 팔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부분에서 발생했다. 

첫 3개월 동안 교환과 반품이 끊이지 않자 거래처의 입맛에 맞춰 납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김치를 개인의 입맛대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김치의 공통된 입맛을 찾자’라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녀는 바로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의 테스트를 했다. 낮에는 김치를 만들고, 밤에는 연구를 했다. 마침내 거주 지역이 다른 전국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김치 맛의 레시피를 찾을 수 있었다.  

 

26년이 지난 현재 한성식품은 경기도 부천 본사 외에 부산지사와 충남 서산에 공장을 두고, 40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 120여톤의 김치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의 매출은 550억원을 기록했다.

 100% 우리농산물 + 명인만의 비법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에 분포한 배추 산지를 돌아다녔습니다. 배추 외에 무, 마늘, 고추 등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 계약을 했습니다.”

 

   
김치 공장에 배추가 입고되면, 잔류농약검사 등의 품질관리를 거친 후 벌레나 낙엽 등의 이물질과 황엽을 제거하는 선별작업을 한다. 철처한 위생관리로 HACCP 및 ISO22000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배추파동으로 난리를 겪을 때도 한성식품은 국산 배추로만 김치를 만들었다. 좋은 품질과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김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그녀의 남다른 안목으로 고른 재료와 김치명인만의 비법이 더해지면 한성식품의 김치가 완성된다.

회사 설립 당시부터 2% 내외의 저염도 김치를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직접 담근 젓갈만을 사용한다. 새우젓과 함께 멸치젓과 황석어젓을 사용하는데, 이 둘은 반드시 달여서 쓴다. 달이는 것이 담백한 맛을 살리고, 뼈까지 달이면 칼슘을 온전하게 섭취할 수 있어 영양 만점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강하지 않고 은은해 다른 재료와 잘 어울리는 배즙과 무즙, 양파즙 등을 쓰며, 단맛이 좀 더 필요한 김치에는 꿀과 물을 함께 넣는다. 김치 양념을 버무릴 때 넣는 황태육수와 새우가루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데 도움을 준다.

200회 이상 실험 후 출시한 김순자표 ‘퓨전김치’한성식품에서 상품화한 김치의 종류는 현재까지 175종이 넘는다. 기본적인 포기김치, 알타리김치, 오이소박이, 백김치 등과 함께 김 대표가 200회 이상의 실험을 거쳐 완성한 다양한 ‘퓨전김치’는 고운 자태를 뽐내며 보는 이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특히 21종류의 김치는  특허를 등록했는데, 이 중 ‘깻잎양배추말이김치’와 ‘미니롤보쌈김치’는 지난 2003년 열린 국제발명대회에서 각각 금상, 동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브로콜리김치’. 브로콜리를 일반김치보다 낮은 염도로 절여 밤, 배, 파프리카 등의 야채와 함께 숙성시킨 유산균이 살아있는 다이어트식 김치다.

세계김치협회의 회장이기도 한 김 대표는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맞는 김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치자미역말이김치’, ‘미역김치’, ‘브로콜리김치’ 등은 젓갈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만든 ‘퓨전김치’이다. 

“김치가 밥반찬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김치 자체로 샐러드가 될 수 있고, 건강기능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김치에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는 그녀의 최고 야심작은 ‘동결건조김치’다. 유산균이 가장 활발할 때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 동결한 후 진공 건조시켜 바삭바삭한 스낵의 형태로 만든 김치다. 물을 붓고 5분이 지나면 영양성분이 그대로 남아있는 싱싱한 김치로 원상복귀된다. 
 

   
미역김치’. 미역을 이용한 최초의 김치로 특유의 맛과 색으로 식용을 증진시켜 주며, 생리활성물질인 섬유소가 다량 포함돼 변비를 없애주고 피부를 부드럽게 해준다.
그녀의 이런 특별한 아이디어는 끝없는 연구와 개발 외에도 현장에 나가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반영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에서 비롯된다.

“원재료의 안정적 공급이 가장 시급”

세계김치협회에서는 현재 김치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김치산업전문리더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 아래 28명의 강사들이 진행하는 교육은 주로 김치공장에서 이뤄지는 현장 학습이다. 
또한 다루는 범위는 ‘김치산업현황’, ‘과학화된 김치품질관리’, ‘김치연구과정’, ‘홍보마케팅’ 등으로 ‘발효학’ 등의 이론 중심이 아닌 실질적 업무 중심이다.
 

   
‘치자미역말이김치’. 천연 치자에서 추출한 노란색이 시각을 먼저 자극한다. 너무 달거나 시지 않아서 미역의 은은한 향과 무의 시원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사계절 식사 대용으로 혹은 별미 요리로 즐길 수 있다.

“김치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라 안타까웠습니다. 최초의 시도인 만큼 보다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해 김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총 5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졸업생들은 26명, 올해는 33명의 교육생들이 전문리더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는 업계 종사자들끼리의 네트워크 구축 또한 김치산업 육성에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내 김치산업은 그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원재료의 수급과 가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개발해 특허를 받은 ‘동결건조김치’.

“지난해에는 배추가격이 널뛰기를 했고 올해는 고춧가루가 그렇잖아요. 원재료에 의존하고 있는 김치산업인데, 안심하고 김치를 만들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해결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김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김치가 그녀를 선택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걸어온 김치산업의 외길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탄탄히 다져가고 싶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김치를 만들 때까지.

 

사진ㆍ김신근 글ㆍ이경아
문의: http://www.hskimchi.co.kr/
      031-681-3830   

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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