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귀농할 마음을 굳힌 10명만 뽑아 9개월 공동생활
지난해 개교해 2기생들의 수업이 한창인 ‘화천현장귀농학교’는 그렇고 그런 귀농학교가 아니다. 이름에 붙은 ‘현장’이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예비 귀농인들이 9개월 동안 현장에서 직접 농촌과 농사의 모든 것을 배워가는 곳이다. 일부러 10명의 소수인원만 모집해 일대일 집중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주말을 제외한 주5일동안 실습장에서 20여가지의 농작물을 재배한다. 작물들은 모두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유기농 인증을 받은 상태다.
공동실습장 4000여평, 50평씩 개인 텃밭에 토종 위주 친환경 재배
학교의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자급자족은 물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내다팔아 수익을 내야만 한다. 현재 ‘강원유기농’이라는 작목반 단체와 협력해 수확 시기에는 관련 농장으로 출하하게 된다.
또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는 품앗이를 자처하고 나선다. 30~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학생들은 먼저 졸업한 1기 선배의 농가뿐만 아니라 마을 농가 어느 곳에나 찾아가 김매기, 순따기 등을 하며 부족한 일손에 보탬이 되고 있다.
박 교장과 학생들은 입을 모아 농촌에서의 모든 일상이 배움이라고 말한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경험하는 것, 이들이 전하는 성공하는 귀농의 첫번째 조건이다.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중요”
지난해 졸업한 1기생 5명 중 4명이 강원도 화천과 홍천ㆍ춘천, 경북 청도 지역으로 귀농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은 다시 전국 각지로 흩어지게 된다. 박 교장은 “귀농학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학생들의 귀농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며 화천 지역으로 귀농하는 학생들에게는 정착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채소 작목 중에서 산채를 선택한 학생은 화천의 산채작목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판매에 대한 큰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동의로 이뤄진 이같은 호의는 아무런 대가 없이 품앗이를 해 준 학생들의 노력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한다. 농사보다 먼저 지역 주민과 교감하고 관계하고, 나아가 상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이것이 성공 귀농의 두 번째 조건이다.
박기윤 교장이 말하는 ‘귀농’
“귀농을 장소를 옮기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이민을 하는 것이 쉬울 겁니다. 귀농은 지역에서 어우러져 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기에 자본과 기술보다 생각과 방식의 변화가 먼저 필요합니다.”
올해로 귀농 7년째인 박 교장은 너무 많은 귀농 준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많은 귀농인들이 귀농하기 전부터 작목을 정하고 오는데, 그렇게 농사를 시작해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자존심이 상해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론 습득을 많이 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직접 부딪치면서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와야 한다.
“귀농하고 1~2년 사이에 귀농인들이 가장 많이 포기합니다. 원인은 자기 고집을 버리지 못해서입니다. 고집을 다 내려놓고 들을 준비만 해야 합니다. 지역민들을 존중하며 배운 후에 내 방식대로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농촌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정말 예상외로 많이 일어난다. 또한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토양을 보는 눈들이 제각각 달라, 무작정 땅을 사고 작목 선정부터 하고 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저도 귀농하기 전 교육을 받아 봤지만,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은 그 시기에 해당되는 작업들입니다. 저는 당시 멜론 순만 따다 왔습니다. 실제 필요한 호미질, 낫질은 보지도 못했습니다.”
박 교장의 조언대로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귀농하기 전, 9개월만 투자해 농업과 농촌을 배운다면 ‘성공 귀농’의 문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미니인터뷰>
화려한 싱글로 당당하게 귀농하다
홍일점 박수연 씨의 귀농학교 이야기
화천에 귀농할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는 조급할 것이 없다. 아직은 예산이 부족하기도 하고, 천천히 배워가며 2~3년 후에 작목을 선택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들 반대했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를 것이 없더라고요.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 부모님을 모셔와 함께 오순도순 살고 싶어요.”
귀농한 싱글녀는 흔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다. 그녀의 당당한 선택이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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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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