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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현장귀농학교에 가다!

기사승인 : 2011-08-01 21:09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수많은 직장인들이 장밋빛 귀농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삶의 터전이 된 농촌은 더 이상 호락호락하지 않고, 농사일은 험난하기만 하다. 귀농인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귀농에 실패하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귀농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같은 고민으로 최근 귀농체험프로그램, 귀농학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실제와 거리가 먼 이론 중심, 혹은 견학 수준에 불과하다. 귀농하기 전, 농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직접 겪어 봐야 농촌에 적응할 수 있고, 농사의 전 과정을 몸으로 익혀 놔야 농사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날이 머지 않는다. 9개월 동안 농촌에 살면서 알차게 귀농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의 ‘화천현장귀농학교’로 떠나보자. 친환경 농법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더욱 반가울 것이다.
정말 귀농할 마음을 굳힌 10명만 뽑아 9개월 공동생활
지난해 개교해 2기생들의 수업이 한창인 ‘화천현장귀농학교’는 그렇고 그런 귀농학교가 아니다. 이름에 붙은 ‘현장’이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예비 귀농인들이 9개월 동안 현장에서 직접 농촌과 농사의 모든 것을 배워가는 곳이다. 일부러 10명의 소수인원만 모집해 일대일 집중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주말을 제외한 주5일동안 실습장에서 20여가지의 농작물을 재배한다. 작물들은 모두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유기농 인증을 받은 상태다.

 
   
 
“귀농은 생활입니다. 봄에 들어와서 눈이 내릴 때까지,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과정을 통해 그 지역에 몸과 마음이 익숙해지는 것이 바로 귀농입니다. 또 농사의 전 과정을 몸소 겪어봐야 정말로 내가 귀농을 할 수 있을지, 꿈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지 판단할 수 있게 되지요. 화천현장귀농학교는 예비 귀농인들이 예방주사를 맞는 곳입니다. ”지난 2004년 화천으로 귀농해 이제는 지역 주민이 다 된 박기윤 교장(45)의 설명이다. 박 교장은 화천군생태귀농자협의회 대표로 화천현장귀농학교를 운영하다 올해부터 ‘화천현장귀농학교영농조합법인’으로 독립ㆍ운영하고 있다. 

공동실습장 4000여평, 50평씩 개인 텃밭에 토종 위주 친환경 재배
   
 
화천현장귀농학교에서 벼농사는 기본이다. 올 봄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700평의 논에 모를 심고, 제초는 우렁이의 몫으로 돌렸다. 200평의 비닐하우스에서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다. 하우스 왼쪽부터 4고랑까지는 온도와 습도 유지를 위해 비닐을 씌우지 않고 대신 볏짚을 올렸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재배해 그 결과의 차이를 학생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볏짚을 올린 고랑의 파프리카는 키도 작고, 열매수와 크기 자체도 작다. 그러나 박 교장은 홍고추를 심을 경우 볏짚이 비닐보다 더 적합하다고 한다. 

 
   
 
3000여평 규모의 밭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은 콩(토종), 참깨, 들깨, 토종고추, 일반고추, 호박, 수세미, 산채, 곰취, 산마늘 등 20여 가지가 넘는다. 강원도에서 재배가 잘되는 옥수수와 감자도 빼놓지 않았다. 심지어 백출이라는 약초도 재배하고 누에를 통한 잠업도 교육 중이다. 학교 졸업 후 학생들이 선택하게 될 작목의 폭을 최대한 넓게 하기 위함이란다. 박 교장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고,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학교의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자급자족은 물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내다팔아 수익을 내야만 한다. 현재 ‘강원유기농’이라는 작목반 단체와 협력해 수확 시기에는 관련 농장으로 출하하게 된다. 

또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는 품앗이를 자처하고 나선다. 30~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학생들은 먼저 졸업한 1기 선배의 농가뿐만 아니라 마을 농가 어느 곳에나 찾아가 김매기, 순따기 등을 하며 부족한 일손에 보탬이 되고 있다. 

 
   
 

박 교장과 학생들은 입을 모아 농촌에서의 모든 일상이 배움이라고 말한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경험하는 것, 이들이 전하는 성공하는 귀농의 첫번째 조건이다.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중요”

지난해 졸업한 1기생 5명 중 4명이 강원도 화천과 홍천ㆍ춘천, 경북 청도 지역으로 귀농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은 다시 전국 각지로 흩어지게 된다. 박 교장은 “귀농학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학생들의 귀농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며 화천 지역으로 귀농하는 학생들에게는 정착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채소 작목 중에서 산채를 선택한 학생은 화천의 산채작목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판매에 대한 큰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동의로 이뤄진 이같은 호의는 아무런 대가 없이 품앗이를 해 준 학생들의 노력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한다. 농사보다 먼저 지역 주민과 교감하고 관계하고, 나아가 상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이것이 성공 귀농의 두 번째 조건이다. 

박기윤 교장이 말하는 ‘귀농’  

   
 

“귀농을 장소를 옮기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이민을 하는 것이 쉬울 겁니다. 귀농은 지역에서 어우러져 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기에 자본과 기술보다 생각과 방식의 변화가 먼저 필요합니다.”

올해로 귀농 7년째인 박 교장은 너무 많은 귀농 준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많은 귀농인들이 귀농하기 전부터 작목을 정하고 오는데, 그렇게 농사를 시작해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자존심이 상해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론 습득을 많이 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직접 부딪치면서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와야 한다. 
“귀농하고 1~2년 사이에 귀농인들이 가장 많이 포기합니다. 원인은 자기 고집을 버리지 못해서입니다. 고집을 다 내려놓고 들을 준비만 해야 합니다. 지역민들을 존중하며 배운 후에 내 방식대로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농촌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정말 예상외로 많이 일어난다. 또한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토양을 보는 눈들이 제각각 달라, 무작정 땅을 사고 작목 선정부터 하고 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저도 귀농하기 전 교육을 받아 봤지만,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은 그 시기에 해당되는 작업들입니다. 저는 당시 멜론 순만 따다 왔습니다. 실제 필요한 호미질, 낫질은 보지도 못했습니다.”
박 교장의 조언대로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귀농하기 전, 9개월만 투자해 농업과 농촌을 배운다면 ‘성공 귀농’의 문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미니인터뷰>
화려한 싱글로 당당하게 귀농하다
홍일점 박수연 씨의 귀농학교 이야기

   
 
화천현장귀농학교의 홍일점인 박수연(38) 씨는 올 3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지난해 한살 어린 직장 동료가 병원에 다녀오더니 암 선고를 받았는데, 하나도 아니고 여러 암에 걸린 사실에 박 씨는 충격을 받았다.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서서히 서울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귀농하겠다’는 그녀가 선전포고를 하자 가족들, 친구들, 직장 동료들 모두 만류했다. 여자가 그것도 결혼 전인 여자가 혼자 농촌에 내려가 뭘 해먹고 살거냐고 진심으로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녀를, 그리고 귀농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그녀는 대담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4월 화천현장귀농학교에 입학했다. 이제 트럭을 몰고 1차선보다 좁은 농로를 운전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화천으로 오기 전까지 생활했던 아파트는 생각도 안 날 정도다. 서울에서는 ‘야행성’ 체질이었던 그녀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떤다. 농사일에 몸은 비록 힘들지만 올 봄 텃밭에 뿌린 씨앗에서 싹이 나오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감자, 옥수수가 익는 모습을 보면 절로 힘이 나기도 한다. 

화천에 귀농할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는 조급할 것이 없다. 아직은 예산이 부족하기도 하고, 천천히 배워가며 2~3년 후에 작목을 선택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들 반대했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를 것이 없더라고요.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 부모님을 모셔와 함께 오순도순 살고 싶어요.”

귀농한 싱글녀는 흔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다. 그녀의 당당한 선택이 아름답기만 하다.

 

문의: 033-422-6233/ 017-264-6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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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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