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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 통ㆍ번역도 하고 농사도 질래요.”

기사승인 : 2011-06-01 17:08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제6회 한사랑농촌문화상’ 수상자 태국인 카마탄야 씨

“태국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반대라 아직도 말하는 것이 힘들어요. ‘을, 를’ 같은 조사는 특히 어렵지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지금 하고 있는 태국어 통ㆍ번역을 계속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지난 4월 (재)한사랑농촌문화재단이 추최한 ‘제6회 한사랑농촌문화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태국인 카마탄야(34) 씨. 태국어 통ㆍ번역사인 그녀는 충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민을 온 외국인 여성들과 근로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등 그간의 활발한 활동을 인정받았다. 능수능란한 말솜씨는 아니지만 말을 하면서 표정과 몸짓을 섞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탄야 씨는 우리말의 어감과 웬만한 숨은 뜻까지 꿰고 있었다.

통ㆍ번역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지난해부터 충주시다문화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가 한국에 살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그녀보다 먼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친구가 탄야 씨를 한국에 초대했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았던 한국에서 지금의 남편인 김천호(39) 씨를 만난 것이다. 

당시 서울에서 지내고 있던 남편과 지난 2002년 결혼해 첫째 아들 민(9)이를 낳고, 남편의 고향인 충북 제천으로 내려와 둘째 아들 민수(6)를 낳았다. 10년차 부부는 아직까지 존댓말로 대화하며 서로를 위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이 지금처럼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했지만 처음에는 남편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어요. 우리 부모님도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셨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다문화가정이라는 것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고요.”
 
   
카마탄야 씨와 남편 김천호 씨가 함께 재배하고 있는 브로콜리밭에서 김 씨가 작업 중이다.
부부는 쉽지 않았던 서울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5년 전 남편의 형과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에 내려왔다. 이때부터 탄야 씨는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앉아서 하는 공부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충주시다문화센터에서 직접 어린이들에게 태국의 전통 문화와 음식을 소개해 주는 ‘다문화 강의’를 맡았고,  강의 준비를 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우리말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태국어는 거의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한국 사람들과 만나서 자주 대화하고, TV 드라마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말 뜻을 이해했지요”

강의를 통해 가르쳤던 태국 전통 음식을 그녀는 종종 집에서도 선보인다. 쌀국수볶음과 똠양꿍, 그리고 코코넛, 우유, 계란 등을 넣고 찐 단호박 요리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고향에 내려오자마자 남편은 3000평의 땅에 브로콜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부의 삶의 터전이 된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는 브로콜리 특화마을로 이웃에 사는 형과 부모님 모두 30년째 브로콜리 농사를 짓고 있다. 남편을 거들기 위해 탄야 씨도 생소한 브로콜리 농사에 도전하고 있으며, 4년 전부터 시작한 사과 농사를 위해 수확기가 다가오는 내년부터는 농사일에 시간을 좀 더 할애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집안일과 바깥 활동 모두 열심히 하기 때문에 식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어요. 상을 받은 후에 남편이 제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어요. 내가 하는 일을 많이 지지해 주지요. 나는 농사일도 좋아해요.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고, 남편도 같이 일하는 것을 더 재미있어 하니까요.”

새벽 네 시에는 브로콜리 밭에서 일하는 농사꾼으로, 날이 밝으면 충주다문화센터의 통?번역사로 맹활약하는 탄야 씨, 그녀는 오늘 하루도 분주하기만 하다.   

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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