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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농어촌공사는 국민의 먹거리 해결을 위한 농업기반 조성에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기사승인 : 2010-07-01 16:55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농어촌공사 외빈 접견실인 중회의실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두 개의 액자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해불양수(海不讓水)’라고 쓴 서예작품이다. ‘바다는 작은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의 이 글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 이사(李斯)의 고사에서 유래한다는 게 동행한 본지 발행인 김극기 국제농업개발원장의 설명.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직전에 다른 나라에서 와서 벼슬을 하고 있던 고위관리들을 모두 해고해서 돌려보내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른바 축객령이었다. 이때 조나라 출신으로 진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있던 이사가 진시황에게 항의의 서한을 올렸다. 지역색에 따라 인재를 써서는 큰 나라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간축객서(諫逐客書)>였다.
“태산은 작은 흙도 마다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도 가리지 않는다(泰山不辭土壤,河海不擇細流)”라는 유명한 구절이 바로 그것.
어떻게 해서 이 글이 농어촌공사 접견실에 걸려있을까?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이 마음에 들어하는 글이기 때문일까?
또 하나의 액자는 새만금 방조제였다. 2006년의 마지막 물막이 공사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새만금 방조제는 농어촌공사의 역작. 홍문표 사장과의 대화는 새만금 얘기로 시작됐다.
“새만금 방조제는 우리 농어촌공사가 설계하고, 시공 감리까지 맡아서 19년만에 완공했습니다. 순수 국내 기술과 시스템으로 완성시킨 것이지요”
이처럼 큰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조직이 완수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는 게 홍사장의 얘기다. 세계적인 자랑거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새만금에서 33km의 방조제를 만들어 1억2천만평의 땅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방조제를 쌓고 간척을 하고 농지를 만드는 기술을 세계로 수출할 수 있습니다”
 “식량은 전략적인 품목입니다. 오죽하면 유럽의 나라들이 식량무기라고 할까요. 식량확보를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홍사장은 “이젠 농업도 해외수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0년간 한국 농업은 외국 농산물로부터 지키기 농업에 치중해왔어요. 외국의 농산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하지만 이제는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농업도 이젠 내수 중심의 소극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공격적인 수출농업으로 정책을 바꾸는 게 시급합니다”
우리는 농업이라면 경쟁력 없는 1차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홍사장은 일침을 가한다.
그래서 과잉보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데 장애물이 되는 게 농업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달라요. 재배 생산 가공 등 우리 농업기술은 세계 어느 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품질 경쟁력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홍사장은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생산되는 가시 없는 장미와 오색쌀을 예로 든다.
“농업기술원이 가시 없는 장미를 개발했어요. 세계에서 유일한 겁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오색미, 기능성 쌀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 등 선진화된 농업기술도 갖고 있습니다. “

이런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전자나 자동차, 조선산업 이상으로 농업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 새만금풍력발전소
“새만금에 관광 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요. 이들이 물어요. 어느 나라가 설계했고, 또 어느 나라의 기술로 시공을 했느냐고요. 바로 우리가 한 것이지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이처럼 방조제나 댐을 만들고 간척지를 만드는 기술도 우리가 세계 최고에 올라 있다고 강조한다.
“농촌용수를 개발하고, 방조제 축조 및 간척을 하는 기술을 농업생산기반조성 기술이라고 합니다. 이 분야는 우리가 선진국에도 자랑할 만한 수준입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25년간 간척사업을 통해 서울시의 2.5배에 달하는 면적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특히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33.9km로, 네덜란드의 주다찌 방조제의 32.5km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농업 SOC 기술은 수출을 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서 말이지요”
이 때문에 농어촌공사를 찾아오는 외국의 정상들도 많다고 한다.
“탄자니아에서는 대통령이 찾아왔어요. 10만ha의 농장을 개발해 벼와 카사바 옥수수를 생산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타당성 조사를 검토 중입니다. 가나에서도 부통령이 찾아왔어요. SOC 기술을 수출해달라, 새마을정신을 알려달라고 해요. 세네갈 대통령도 만났습니다”
인도네시아와는 올해 중 대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게 홍사장의 얘기.
“자카르타 서부 반뗀주에 용수공급을 위한 저수량 2억톤 규모의 까리안 댐을 건설하자는 계약입니다. 댐 뿐 아니라 댐의 물을 자카르타로 끌고와 수도물로 공급하는 도수로 공사도 계약을 체결합니다. 까리안 댐 건설이 1억8천만달러, 도수로가 2억달러에 이릅니다”
이뿐 아니다. 인도는 새만금 방조제를 모델로 한 방조제 건설을 희망하고 있고, 농업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들도 농업용수개발을 위해 우리 농어촌공사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존마하마 가나 부통령 면담
“아프리카는 식량이 부족합니다. 농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곳이지요. 우리나라는 해외농장 개발을 통해 식량기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로간에 이해가 맞아떨어지지요”
아프리카는 넓은 토지와 더불어 다양한 광물도 보유하고 있어 이곳으로 진출할 경우 식량뿐 아니라 우라늄이나 철과 같은 전략광물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 그는 해외농업 진출도 과거와 같은 패턴에서 벗어나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는 해외에 농장을 건설하고, 생산된 작물을 한국으로 가져오려고 했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물류비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았어요. 배보다 배꼽에 더 컸던 거지요”
앞으로는 현지에서 생산해서 현지에서 가공하고, 현지에서 판매해서 이익을 나누는 식의 농업진출이 되어야 한다는 게 홍사장의 생각이다.
“이처럼 현지에서 생산 가공 판매할 경우 우리의 다양한 산업이 동반 진출할 수 있어요. 우리의 농업기술뿐 아니라, 가공 포장 유통사업이 함께 진출하는 거지요”

홍사장과의 인터뷰는 농어촌공사 앞뜰의 벤치로 옮겨서 이어졌다. 초여름의싱그러움이 느껴졌다. 벤치 옆으로는 무궁화 수백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그의 무궁화사랑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여의도 벚꽃축제라고 하길래 신문과 방송에 항의를 했어요. 봄꽃축제로 하라고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지 올해부터는 봄꽃축제라고 하더군요”
홍사장은 충남 홍성 출신의 정치인이다. 85년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한나라당 충남도당 위원장을 거쳐서 2004년의 제17대 국회에 한나라당 의원으로 뱃지를 달았다. 홍성 예산 지역구에서였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을 맡기도 했던 그는 2008년 9월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농어촌공사는 국책사업기관입니다. 총예산의 98%가 정부로부터 나옵니다. 정규직원이 6천여명, 계절직원 7,500여명까지 포함하면 1만3천여명의 방대한 조직이지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농어촌공사의 사업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 봉화소수력발전소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도 우리 농어촌공사가 참여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농경지 저지대 리모델링 사업과 저수지 둑높임 사업을 해요. 그리고 영산강 하구둑의 구조를 바꾸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만성 침수지역인데 이 공사가 끝나면 홍수피해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농어촌공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홍사장의 얘기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한국 산업의 미래를 겨냥한 새로운 선언입니다. 한국은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석유의존도는 96%에 이릅니다”
석유자원은 한정돼 있다. 30∼40년 후 석유가 고갈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한국의 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우려에서 나온 것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것이다.

 

   
▲ 영암태양광발전소
“석유가 없더라도 산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어요. 거국적인 사업이고, 민족적인 사업입니다. 태양에너지, 지열, 풍력, 원자력 에너지 분야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됩니다”

홍사장과의 말이 거침없이 이어지는데, 옆에서 누가 말리고 나선다.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당일만해도 인도네시아에서 온 손님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이었다는 게 홍보팀의 해명.


홍사장을 향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내년 임기를 마치면 정계로 복귀할 것인지 물었다.

“임기 동안은 농어촌 발전과 농어민 권익향상을 위해 농어촌공사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최우선입니다. 임기만료 후 정치권으로 다시 돌아갈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뭐라 말씀 드리기 곤란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임기만료 후에도 농어업, 농어촌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곳에서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을 남기고 그는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 : 김용해(사진작가, 숙명여대 겸임교수),  글 : 이종환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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