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待望의 ‘국민농업’시대를 열자

지속가능한 농업ㆍ농촌 발전을 위한 신년 大제안

기사승인 : 2010-01-01 13:00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金 成 勳
(환경정의 이사장, 前농림부 장관)

 

아주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생태계 속에서 인류 문명을 영위해 온 나라들에게 농업은 바로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한 방식이며 공동체 유지의 최소 필요충분조건이다. 농업이 없이는 상공업이 없고, 농촌이 없이는 도시가 없으며, 농민이 없이는 소비자 생활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환경생태계의 보전과 그 방어적 기능이 없이는 인류 생명을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지 못한다. 지역사회 형성과 민족 국가의 유지 발전도 농업이 없이는 크게 기대하지 못한다. 그래서 농림축산업을 총망라한 광의의 농업이야말로 생명산업이며 환경산업이라 부른다.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와 국정의 기본철학이 흔히 말해져 온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다.
이렇듯 농업은 먹을거리 생산이라는 농업자체의 효과는 물론 환경생태계 보존효과와 더불어 아름다운 경관유지, 전통문화 및 지역사회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 등 농업 고유의 다원적 공익기능 수행에 미치는 비중은 계수화, 금액화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김성훈 前농림부 장관은 2010년 신년을 맞아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농업ㆍ농촌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김 前장관은 농업인들이 지역고유의 특성을 살린 名品ㆍ名人ㆍ名所化를 통해 전통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지연화(地緣化)ㆍ지방화(Localization) 전략으로 세계화(Globalization) 대세를 접목하여 ‘세방화(Glocalization)’ 를 추구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1+2+3차 산업이 융합된 6차 산업을 통해 도시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모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작벽두에 경실련이 1997년 1월 1일 「제2의 UR에 대비하자(김성훈著)」에서 제시한 우리 농업 살리기 10가지 염원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농업살리기 10대 염원

첫째,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의 강과 바다와 산과 논밭을 선조들께 부끄럼 없이 친환경적으로 가꾸고 소중히 보전하며 그 생명을 자손만대까지 이어가는 나라.
둘째, 농촌ㆍ농민이 잘 사는 나라, 국민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나라.
셋째,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몸에 좋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넉넉히 생산하는 나라.
넷째, 농민은 도시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도시민은 농민생산자의 삶을 보장하는 나라.
다섯째, 농업도 살고, 수출기업도 살고, 국제수지도 알뜰히 균형을 맞추는 나라.
여섯째, 主食(쌀)만은 안심하고 자급자족하여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하는 나라.
일곱째, 농사짓고 살아도 농민이 도시사람과 다름없이 교육과 의료ㆍ복지ㆍ문화 혜택을 골고루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나라.
여덟째, 선조들이 알뜰히 일궈놓은 전통과 문화, 옛 슬기 위에 현대적인 도시문화를 찬란하게 꽃 피우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나라
아홉째, 정치인도, 지식인도, 정부와 재계, 언론사회도 농업의 다원적인 공익기능을 존중하고 지원ㆍ실천하는, 문자그대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인 나라.
열째, 다국적 초국경 기업들로부터 기업들로부터 배달겨레 후손들의 생존권이 붕괴되지 않도록 ‘농민과 소비자, 정부(農ㆍ消ㆍ政)’가 슬기를 함께 모아가는 나라.
이러한 나라가 좋은 나라이며, 참으로 좋은 세상입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해답이 나온다.

   
 
달이 가고 해가 지날수록 농업ㆍ농촌ㆍ농민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세월을 맞이하고 있다.
이태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밥상용 외국 쌀이 우리 서민 식당을 점령하고 쌀 가공식품 시장을 파고 들어옴으로써 도리어 국내 쌀값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2004 WTO 쌀 재협상”에서 2015년부터는 수입시장을 완전히 개발되기로 결정되어 1만 5천여 년을 이어온 우리나라의 쌀농사가 몰락의 날을 카운트다운 중이다. 세계 식량수급 시장의 구조적 붕괴로 국제 밀 가격이 치솟아 이제 국내시장에서 밀가루 상등품 값이 쌀값을 웃돌고 있다. 그리고 건강권과 검역주권 및 수입식품의 안전성에 대하여 소비자 국민들의 인식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져 국산 농산물에 대해서도 가격보다 품질 및 안전성을 중시하고 있다. 한편, 가뜩이나 사료값 폭등에 고통 받는 한우ㆍ낙농 농가들은 소 값 폭락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농축산업을 크게 위협할지 모를 ‘한-미 FTA’를 지난 정권이 전광석화처럼 1년 만에 타결시켰으나 아직 이렇다 할 사후대책을 세우지도 않은 채 연달아 ‘한-EU FTA’ 등 각종개방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FTA에 따른 농업피해의 실상과 대비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그 당위성만을 홍보하는 등 국민의 우민화(愚民化)를 부추기는 지난 정부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제살리기’, ‘민생살리기’의 기치를 높이 들고 들어선 새 정부는 농업ㆍ농민ㆍ농촌ㆍ환경 돌보기를 경제와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좋은 처방을 낼 수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남의 이야기 아닌 우리 이야기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지구촌은 바야흐로 농산물 가격폭등으로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 : 농업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국제 식품가격이 75%나 뛰어 올랐고, 밀ㆍ옥수수ㆍ콩 등 곡물가격이 1년 사이에 평균 40~80%나 상승하였다. 농산물의 80% 가까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해외 곡물수입가격과 비용도 덩달아 그 만큼 올랐다. 예컨대 국제 원맥 가격이 인상되었다는 이유로 국내 밀가루 제품가격도 최근 34%, 그리고 두 달 만에 다시 28%나 올랐다. 사료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콩 제품가격도 뛰어 오르고 있다. 그리고 수출시장도 점점 좁아지고 어려워졌다.
그 원인은 첫 번째로 최근 2배가 넘는 원유 가격의 끝없는 상승이다. 기름가격이 오르면 농산물 생산ㆍ저장ㆍ수송 유통비가 오르게 마련이다. 두 번째 이유는 옥수수를 이용한 대체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의 수요급증 때문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옥수수 생산국은 물론 원료수입국인 유럽 등지에서도 바이오 대체에너지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옥수수 생산의 28%가 에탄올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 세 번째 원인은 중국과 인도 등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인구과잉국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이다. 10년전에 비해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이 두 배로 늘어 엄청남 규모의 사료곡물 수입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끝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일기불순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하여 품목에 따라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정체되는 틈을 타 다국적 기업들과 투기적 펀드들의 곡물사재기에 나서고 수출국들이 자국의 식량자원 안보를 위해 하나 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상당수 아시아ㆍ아프리카 신흥 개발도상국가들은 만성적인 값싼 외국 농산물의 수입증가로 자국내 농업기반이 붕괴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 동안 값싼 미국 잉여농산물의 도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국내 식량자급률은 27%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 쌀 자급률이 95% 가까이 지켜온 덕분이었다. 쌀을 제외한 기타 곡물의 자급률은 4.6%에 불과하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2004년 WTO 쌀 재협상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밥상용 쌀의 지속적인 수입확대는 물론 2015년부터는 전면 수입개발하기로 약속해 주었다. 그래서 ‘한-미 FTA’에서 쌀 개발문제를 덮어둔 것인데, 마치 FTA 협상을 잘한 결과인양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쌀 농사의 암담한 앞날이 내다보인다.
   
 

농업의 공익적 다원기능과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이와 같이 전현직 정부는 우리나라 농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들을 참으로 많이 세웠다.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Multifuntionality of Agriculture)’이라는 의제는 온데간데 없이 사리지고, 쌀과 한우가 우리나라 우리 겨레의 피요 살이요 혼이라는 최소한의 국가적 인식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선진각국이 GNP면에서나 전체인구수 면에서 2~3%밖에 차지하지 않는 농업과 농촌ㆍ농민을 위하여 무리하리만큼 각종 지원조치를 정책적으로 국민적 합의하에 배려하고 있는 것은 농업이 바로 국가 자주와 민족의 유지발전에 반드시 있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조건(National Minimum Requirement)’이기 때문이다. 농업이야말로 하늘과 땅이 내린 생명ㆍ생태 산업이다. 환경도 살리고 뭇 생명도 살리며 문화와 전통을 지켜왔으나 이제 그 소임을 아예 하지 못하게끔 전현직 정부가 “농업 끝”을 선언하듯 ‘대못질’을 해버린 것이다.
새정부 첫 경제조정회의에서 이제 더 이상 농업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초대 경제총수 장관이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민생은 도탄에 빠져 신음하는데 이른바 ‘그들만의 천국’으로 나라의 공의(公義)가 땅에 떨어졌다.
농민들이야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면 그만이다. 골프입국을 위해 ‘고소영ㆍ강부자’들에게 헐값으로 땅(농경지)을 내놓고 떠나면 그만이다. 기업도시ㆍ혁신도시ㆍ행복도시ㆍ자유무역 특구를 위해 반강제적으로 팔아 넘기고 까짓 것 농사 포기하고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 농업ㆍ농촌이 사라질 때 그들이 수행하던 다원적 녹색기능도 사라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가와 국민들이 물려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역사적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도 농림수산업이 쇠퇴하면 껍데기만 남는다. 황폐한 들녘과 방방곡곡에 공장과 골프장과 카지노와 호텔들이 들어서 외양상 휘황찬란할지라도, 분노한 자연의 보복과 문명파괴, 생태계 붕괴, 식량파동, 먹을거리 오염과 더불어 아토피ㆍ비염ㆍ천신ㆍ당뇨ㆍ뇌졸증ㆍ심장마비 등 각종 환경성 질환의 창궐은 피할 길이 없다. 국민들은 숨쉴 공기, 마실 물, 안전한 먹을거리가 각종 오염으로 고통을 받으며 자연파괴로 인한 이상기후와 자연의 보복 앞에 속수무책이다. 혹시 선량한 민초들이 부족한 식량을 돈을 주고도 수입하지 못하여 북쪽의 동포들처럼 또는 IMF때 사료부족으로 죽어간 닭ㆍ오리ㆍ돼지들의 신세처럼 고통에 빠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농촌과 도시, 농민과 도시민들의 상부상조의 자유주의 공동체의식은 옛날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 머지 많은 훗날 지역적 직능적 사회 양극화가 국기(國基)를 마구 흔들지도 모른다.
 
   
 
‘革命的’인 농가부채 대책부터
2007년 4월초 한미 FTA 타결의 일등 공신(功臣)으로 떠오른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대책회의에서 장차 협정이 발효되면 농업부문이 가장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데 동의하며 그 대책으로서 ‘혁명적인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협상과정에서는 취약분야인 농업부문에 대하여 지나치다 할 만큼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퍼주기를 사양치 않았던 교섭본부장이 마치 주무장관이나 된 듯 주장하는 말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저의가 찜찜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중론이었다.
그후 연달아 발표되고 있는 농업대책들도 10년간의 농업기금과 예산의 합계치 119조원 범위내에서 이미 예상되었던 기왕의 정책들을 윤기를 더 내거나 조금 각색한 부류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2007년 7월 30일 경제부총리가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진흥책의 일환으로 놀리는 땅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제 논도 밭도 산도 갈아엎어 골프천국ㆍ카지노ㆍ러브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이 곧 나올지도 모를 지경이다.
혁명(革命)적이라 함은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비상수단으로 현 상태를 급격하게 변동ㆍ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5.16 군사혁명후 전국적으로 일제히 농어가 고리채를 정리하고 농업은행과 농협을 긴급조치에 의해 하나의 종합농협으로 통합했던 사례가 혁명적인 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농가부채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농촌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농업’이라는 접두사를 붙인 각종 농업관련 기관들도 통폐합 대상이다. 농민은 줄고 있는데, 농업관련 종사자 수만 늘려서야 농어민의 살림살이에 보탤 것이 별로 남지 않는다.
그런데 전현직 대통령들은 농업부문을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는 시장경제조직으로만 보고 있는 모양이다. 농업정책분야에도 자유주의 폭풍이 몰아 닥치고 농업이란 말은 이제 쓰지 말라고 하는 새 정부 경제장관도 나왔다. 예컨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농업인은 퇴출시키고 살아남는 농민 가지고 농정을 펴나가겠다는 것이 그러하다. 정부가 기업농ㆍ산업농만 키우고 일반 선진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80~90%를 차지하고 있는 가족농업을 포기하는 정책을 하나의 혁명적인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것이 가능할까. 설사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에 따르는 각종 부작용과 피해, 그리고 그 사회적 부담과 국민적 비용은 과연 경제적일까. 아무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시행착오 끝에 막대한 예산낭비와 부채부담, 그리고 사회적 혼란만 발생시킬 것이다. 선진국 일수록 원래 가족농업이 전체 농업의 버팀목이다.
개방화 시대에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 본 현장의 농업인들은 개방화된 품목을 피해 정부가 권장하는 새로운 품목으로 주력농업을 바꾸어 변신하는 농민일수록 그 지역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자주 거론한다. 바야흐로 선량한 대한민국의 농민들은 우루과이 라운드, IMF, 한-칠레 FTA, WTO 쌀 재협상, 그리고 이제 한-미 FTA와 한-EU FTA로 인해 점점 영농의 선택권과 입지가 좁아져 마지막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필연적으로 특정분야 특정품목에 대한 정부지원은 강화될 것이고 그것은 곧 부채의 가중으로 결말이 날 운명이다. 현재 호당 2천 9백만 원이 넘는 농가부채는 곧 3천만 원을 넘어 설 것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고 약삭빠른 기업적 농민일수록 억대를 넘는 부채에 시달리며 절망할지 모른다. 빚을 얻어 새 농사를 지어봤자 기왕의 빚 때문에 더 깊은 수령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한-미 FTA가 국회에서 비준되고 미국 정부가 동의ㆍ비준하여 그 효력이 발효된다고 가정 할 경우, 정부가 기대해 마지않는 선진농가 - 부지런하고 약삭빠른 농가일수록 기왕의 농가부채에 발목이 잡혀 국제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이른바 흑자도산(黑字倒産)할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이게도 무능하고 게으른 농민은 아예 빚이 없거나 적다보니 나름대로 실낱 같은 목숨을 더 오래 연명할 수 있다. 반면 꾀를 내어 빚을 더 쓰고 이것저것 정부지원 품목을 따라 해보는 유능하고 부지런한 농가일수록 십중팔구 먼저 파산하는 사태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사전에 막아내기 위해서도 혁명적인 농가부채 대책은 아주 중요하고 시급하다. 부채의 족쇄로부터 농가경제를 해방시켜주지 않고서 농업인들이 ‘한-미 FTA’ 하에서 새롭게 기사회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이다. 그런 형편에 국제경쟁력이 어떻고, 기업농ㆍ산업농이 어떻고 감놔라 배놔라 훈수하는 소리는 문자 그대로 ‘○나발’이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현 단계의 농장에서 혁명적인 대책은 농가부채 해소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48조원에 이르는 농가부채를 정리하겠다고 공약하였다. IMF 환란위기 때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公的)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파산 직전의 주요 은행들과 주요 대기업들이 어떻게 지금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이 명명백백하다. 아직도 그때 투입한 공적자금의 반(半)도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있으나 그 덕분에 은행경제와 기업경제는 살아났다. 일부 공적자금 회수불능에 따른 부채를 소각(탕감) 조치 한 것에 대하여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비난을 한 마디도 하지 않던 대한민국의 보수언론과 지성인 학자들은 무슨 억하심정인지 그동안의 개방정책과 농정실패로 불어난 48조원 가량의 농가부채정리 주장에 대하여는 어찌하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시비만 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최소한 현재 농가부채이자에 대해서 공적자금으로 동결(면제)조치하면 어떨까. 혁명적인 농업정책이 혹시 농업포기정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미 FTA의 비준과 동시에 정부에서는 농업부문에 대하여 IMF 때 기업부문에 했던 바와 같이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혁명적인 농가부채 대책을 펴주길 고대한다.

농업인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서야 할 때 : 名品ㆍ名人ㆍ名所化 운동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제 농어촌, 농어민 스스로가 살 길을 찾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완전히 개방되어 세계 각국에서 가장 값싼 농산물이 밀려들어와 우리 시장과 식탁을 점령하는데 비싼 땅 값과 노임 때문에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우리 농수산 분야가 다시 살아남으려면 명품ㆍ명인ㆍ명소화를 통해 농어촌의 활력을 다시 찾는 길뿐이다.
안전성과 품질경쟁력을 키우고 선조들이 일찍이 발달시켜준 발효음식문화로 명품(名品) 농산품을 만드는 일이 그 첫째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농어민들이 나이에 관계없이 신지식, 온고이지신 기법 등으로 무장하여 해당 분야에서 명인(名人), 장인(匠人), 신지식 농업인이 되는 일이 둘째 과제이다.
셋째 과제는 농어촌의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환경 생태계와 역사ㆍ문화유산 등 우리나라 농어촌 특유의 어메니티(amenities) 자원을 잘 가꾸어 도시민과 관광객이 줄이어 찾아오게 만드는 명소(名所)로 거듭나게 하는 일이다. 선진국의 산간벽촌 오지의 농어촌 농어민들이 일찍이 이를 터득하고 실천하고 있는 명품ㆍ명인ㆍ명소화 운동을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짜임새 있게 한국 농어촌 활력의 새 동력과 새 지평으로 개척해야 한다. 정권이 언제 제대로 된 농어업, 농어촌, 농어민 정책을 돌봐줬느냐고 탓하기 전에 우리 농어민 스스로가 도시 소비자와 손에 손을 맞잡고 명품ㆍ명인ㆍ명소화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완전 수입개방하의 현 단계 우리나라의 농업의 거의 100%를 담당하고 있는 가족농업(family farm), 농촌, 농민이 살아남아 발전할 향후의 정책 전개방향은 무엇일까?

지자체와 농업인이 농정을 주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 이후의 우리 농업ㆍ농촌ㆍ농민이 살아남기 위한 중앙정부가 독점해 오다시피 하던 농정 권한과 예산 등 주요 농정과제의 대부분을 지방자치 단체와 농축협 등 지역주민과 농업인들에게 맡겨 현지화 해야 할 때이다. 이미 도ㆍ시ㆍ군 등 지방자치 정부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전체 예산의 52% 이상을 집행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기획기능과 예산을 대폭 지자체와 농축협 등에 이관하여 현지 농정을 현지인들에게 맡겨 지역특성을 살리고 무한개방체제에 대응케 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이 취하고 있는 농정체제를 본떠 중앙정부는 WTO가 허용하는 범위의 과제와 업무만 수행하고 나머지 농정일반을 프로그램(포괄적) 예산방식으로 지방정부와 농민 생산자, 소비자 자조조직에 대폭 이양하여 지역사회 발전과 자구적 개발계획을 담당케 할 때이다. 그것이 WTO의 간섭과 구속을 피하는 현재 선진 각국이 행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족농을 농정의 핵심에 두고 지역농업의 경쟁력과 자구책을 현지 농업인과 지자체ㆍ협동조합으로 하여 창의적으로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해 나가도록 중앙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 할 때이다. 그러하지 못하는 지자체와 협동조합은 농촌 주민들이 앞장서 도태시키거나 개혁해야 한다. 그 중요과제와 추진방향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의 농업생산은 『맛ㆍ향기ㆍ색깔ㆍ모양 그리고 안전성』으로 소비자 국민을 감동시키는 친환경 유기농업에 의한 환경생태계 보전과 소비자 건강 위주의 식품수요 창조에 앞장서야 한다.
값싼 농산물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미국, 호주, 브라질 등 화학 및 기계농법의 대량생산체제로는 친환경 유기농업을 보편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도 소농구조를 비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장점을 활용하는 접근방법, 예컨대 조상대대로의 자연순환형농업의 지혜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활용하여 생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유기농법, 저공해 저투입 농법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역설한 ‘제3의 물결’ 즉, 다양한 수요, 개성적인 상품서비스 시대의 ‘다품종ㆍ소량생산체제’에 부응하여야 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국민의 수요성격에 맞는 다양한 신선식료품을 친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생산ㆍ공급하는 일이 새로운 농업과제이다. 외국농산물이 아무리 값싸더라도 저장과 수송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각종 병충해 및 부패방지와 생육억제를 위한 화학적 처리(post-harvest treatments)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우리 국민의 미각(味覺)과 기호(嗜好), 건강(健康)에 적합한 토종 가공식품과 저공해 또는 무공해 농산물은 가족농 경영체제하의 우리 풍토에서 오히려 경쟁력이 높다. 따라서 국민소비자에 친근한 우리 ‘얼굴을 가진 농산품’ 즉,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얼굴 있는 농식품’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은
① 우리 향토 주변에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오던 유기농법 및 저공해ㆍ무공해 농법에 관한 친환경 농업기술을 적극 개발ㆍ개량하고,
② 유기농업 또는 저공해 농업에 소요되는 원ㆍ부자재, 특히 유기질 비료와 배양토, 각종 미생물, 제충제, 無公害 농약 및 천적 등의 개발연구(R&D)와 적기ㆍ적소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며,
③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한국적인 저장ㆍ가공ㆍ조리법을 현대적ㆍ국제기준에 맞게 재개발함으로써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며, 다른 한편 소비자의 신뢰를 유도해야 한다. Local Food와 Slow Food 운동으로 Food Milage를 줄이면서 소비자의 건강과 농민생산자의 소득, 환경생태계를 살리는 길이다.
   
 

둘째, 원래 농업이란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는 1차적인 생산행위만이 아니라 그 생산물을 저장ㆍ보관ㆍ가공ㆍ수송ㆍ판매하는 2차, 3차 산업분야까지 농민의 영역이었다. 즉 ‘1+2+3=6차 산업’이다. 오랜 기간 개개 농촌 가정에서 김치ㆍ된장ㆍ간장ㆍ고추장ㆍ엿ㆍ과자ㆍ떡 그리고 젓갈ㆍ순대ㆍ편육ㆍ막걸리ㆍ소주 등을 만들어 나눠 먹던 이들 식품들을 이제 다시 농민 주도로 산업적으로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 잘못된 제도(식품위생법ㆍ도정법ㆍ주세법)로 인해 대기업, 도시 독과점 자본들이 독과점 공급하고 있는 식음료품 가공업과 저장판매업을 농어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과거 농수축협과 농정당국이 인식을 잘못하여 식음료 제조판매 업무를 대기업들에 모두 빼앗기고 이제 수입개방조치로 농수산업 자체 영역마저 줄어들었다. 게다가 농어민의 협동조합이 제구실을 못해 그동안 도시 독과점 자본이 이리저리 농어민을 지배하며, 대부분의 농어민 고유산업 분야마저 차지했다. 정부의 이 분야 예산마저 기존업자들을 지원함으로써 농어민이 피부로 그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정부와 농업단체들은 ‘농업관련산업’을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케 하고 직접 농어민을 지원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지원의 저장ㆍ보관ㆍ가공ㆍ판매 사업은 모두 농어민이 명실공히 직접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 기득권 위주의 식품가공위생법ㆍ주세법ㆍ도정법 등 구시대의 대기업 위주의 형식적인 관련법을 뜯어 고쳐 농어민의 가공업 참여 길을 활짝 열어 주어야 한다. 참고로 유럽국가에서는 중앙단위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지방에서 판매하는 가공 식음료에 대해서는 별도의 간이시설ㆍ위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셋째, 가격 진폭이 해마다 또는 계절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환금작물에 대한 ‘가격안정대의 운영’과 각종 직접지불제도의 대폭적인 보완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의 모든 이익금과 수입농산물에서 수입업자와 가공업자가 챙기고 있는 판매이익금 모두 농업개발 및 유통개선 사업에 투자하여야 한다. 특히, 채소ㆍ과일ㆍ축산물 등 신선식료품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확충과 유통경로 보장, 그리고 가격지지는 정부만이 아닌 농어민 자신과 협동조합의 의무이다. 그리고 쌀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보장을 계속해야 하되 UR에 대비하여 1999년부터 실시한 직접지불에 의한 소득보상(例 : 환경보존 및 경관보존 지원, 조건불리지역직불제 등) 방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농업인들로 하여금 계속 농산촌에 남아서 농지를 보전하며 농사를 짓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지리상의 불이익을 감수케하는 대가를 공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만큼 우리 국민 모두가 환경보전 혜택과 안전한 식음료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받는 것임으로 국민소비자와 정부는 국가예산으로 농어민의 소득향상을 적극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넷째, 소비자 단체와 농민단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도농협력체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농업이 쇠퇴하면 이차적으로 농민생산자가 몰락하고 전후방 농업관련산업 종사자는 물론, 결국 소비자인 국민대중의 생존권ㆍ안전성ㆍ건강ㆍ생명 그리고 생활환경이 위태로워진다. 이는 도시와 농촌, 소비자와 농민들을 한데 묶어 굳건한 공동체 의식하에 농업문제와 도시문제를 공동으로 풀어 나가야 함을 뜻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활을, 소비자는 생산농민의 생활”을 서로 보장하는 실천운동이 거국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때이다. 그 매개체가 ‘친환경 유기농산물’이며 ‘농산촌 어메니티’이다. 그 방법은 도ㆍ농간의 직거래이다. 이를 위해 1999년 정부는 ‘소비자 생활 협동조합 육성법’을 제정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도시소비자들을 조직화하고 친환경 유기농 농촌생산자 조직 및 농축수협 협동조합 등과 연계를 강화시켜 나가는데 지원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Local Food 운동과 Slow Food 운동을 크게 지원하여 생산자도 살리고 소비자도 살리고 환경생태계를 살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해야 한다.

다섯째, 안전성이 결여된 수입 농산물과 수입식품, 특히 유기농산물에 대한 검역ㆍ검사제도를 강화하는 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국민건강을 외국농산물에 의존하다시피 하는 마당에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검역ㆍ검사제도를 확충하지 않는다면 이는 중대한 국가적 직무유기 행위이다. 모든 수입 동식물은 물론 수입가공식품과 그 원료에 대해서도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국토방위에 못지않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환경생태계를 방위하는 검역ㆍ검사ㆍ방역체제를 전국적으로 통합관리 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지키는 것은 제2의 국방(國土防衛) 행위이다. 그리고 최종 소비단계인 식당ㆍ가공업자 단계에서의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여야 한다.

여섯째, 우리나라 농업정책을 수비형에서 공세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수출주도의 농업으로 육성하지 위한 생산ㆍ가공ㆍ유통정책을 과감히 강구해야 한다.
그것은 지속적인 과학기술과 자본투입을 전제로 한다. 수입개방에서 잃은 것을 수출확대로 보상받으려는 적극적인 농정으로서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지방정부는 중앙의 각종 농업무역기관(例 : 농수산물유통공사 또는 대한무역진흥공사)과 연계하여 지방특산물과 농산물의 수출선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일곱째, 무엇보다도 농민생산자들에게 정부가 신뢰받는 행정을 펴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어떠한 정책환경의 변화가 있더라도 우리 정부는 농민들을 도시민 또는 타 산업 종사자와 똑같이 한 국민구성원으로 그 생존과 생활을 보호ㆍ책임질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각종 통상협상과정과 그 비준과정에서 보듯 농업과 농민들을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귀찮은 존재인양 인식하는 풍조부터 없애야 한다. 그동안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고 WTO 협상이든 또는 어떤 형태로든 농어민의 장래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신임을 농어민들로부터 얻어내야 한다. 이 신뢰관계만 제대로 형성된다면 나머지 대책은 오히려 기술적인 사항에 불과하다.

여덟째, 이제는 싫든 좋든 정보화시대ㆍ국제화시대ㆍ상업농시대에 우리 농업이 진입해 있음을 농민생산자들은 심각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ㆍ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외 정세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과학적인 영농기술과 협동경영, 나아가서 농업생산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통 및 가공산업에의 참여주체로서 부단한 경제ㆍ과학기술을 농업에 응용하여 시장정보의 영농반영에 한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바꿔 말해 세계 속의 농민, 나아가서 시장수요변화와 정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농민, 그리고 홈페이지 개설 등 전자상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농민, 이것이 비록 험난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일일지라도 오늘날 우리 농민이 요구 받고 있는 새로운 유통모습이다.

아홉째, 지연산업(地緣産業)을 육성ㆍ지원해야 한다.
농민생산자들이 지자체와 농협 중심으로 스스로 개척해야 할 과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시대 소비자들의 기호와 식관습을 제때 옳게 파악하고 기술개량으로 고품질 안전가공식품의 생산에 주력하는 일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핵가족화된 도시소비자들의 식관습 구조가 가격문제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바꿔지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선한 식품, 안전한 식품, 소량구매와 조리에 편리한 식품, 잘 다듬어졌거나 가공된 형태, 그리고 연중 고른 수요를 나타내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요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현대적 농업경영 기술 향상과 전통식품의 지연산업(地緣産業)으로의 육성이 중요하다. 현재의 대기업 가공산업과 외국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유통업으로는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을 두 번 죽이는 길이다. 농어민이 가공과 유통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도록 현행의 각종 법규와 제도를 고치는 일이 급선무이다.

열 번째로 유통혁신은 생산단계의 상품화전략과 더불어 현대적 소매(소비)단계의 수요창출정책과 유통비용 절감대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협이 개혁해야 한다.
정부당국은 유통혁신조치로서 ① 산지수집시설 확대, ② 소비자 기호에 맞는 산지에서부터의 소포장개발 및 포장, 등급, 선별시설 보조, ③ 산지 수송수단 지원, ④ 농업생산자들이 자기 농산물에 ‘자기 이름, 자기 가족 얼굴, 상표 붙이기 운동’의 전개, 나아가서 농장마다 ‘간판달기, 명함갖기 운동’의 확대, ⑤ 이제는 도매시장 지원보다는 농산물을 직접 취급하는 소매기능의 획기적인 비용절감 지원조치가 강화돼야 한다. 예컨대 식품취급점포의 세금감면과 상가분양시 식품점포의 실비분양 및 영구임대 조치 등, ⑥ 농민주도의 가공 및 저장식품에 대한 도시 내 판매장 제공 및 광고선전 활동 지원, 정부의 품질보증제도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⑦ 외국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에 대하여는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다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현행 중앙정부의 기존 농업관련 예산을 대폭 지방자치단체와 농어민 생산자단체에 이양하여 지역농업개발 차원에서 직접 농어민에 대한 보조를 확대 지원하는 것이 개방화의 피해를 피해 나가는 지혜이다. 그 일환으로 저장ㆍ가공ㆍ수송ㆍ유통 등 유통근대화 시설에 대한 대폭적인 재정 및 시설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세원도 더욱 늘려 확보해 주고 농협조직을 대대적으로 개벽해야 한다. 가족농업의 사활이 협동조합의 개혁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제 지자체와 협동조합, 농업인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유통의 개혁 없이는 농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크게 깨닫고 저장ㆍ보관ㆍ가공ㆍ수송 등 物的 유통시설의 획기적인 강화와 유통방식의 혁신을 자구차원에서 농협조직을 앞장세워 民ㆍ官이 협동하여 실천해야 한다.
총론적인 주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 구체적인 대책을 현장에서 각 부문과 기관이 농민이익 최대화 원칙에 따라 유통구조의 획기적인 개혁 작업을 각자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다. 특히 한-미 FTA가 발효되고 WTO, DDA 협상이 재가동될 경우 국제 식량 및 농산물시장은 수급 및 가격 불안정성을 크게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정보는 국민생존권의 확보라는 국가ㆍ국민 식량주권과 안보차원에서 사전에 대비하고 농업인 중심의 지역농업 살리기 정책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전통 식품산업의 지연화(地緣化)와 세방화(Glocalization)
   
 
한반도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內包的 제약조건들이 바야흐로 웅비의 조건으로 새 기틀을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WTO 체제하 국내외 정치경제 여건과 사회문화 여건의 변화에 따라 과거 낙후지역의 장애요인들이 이제는 성장요인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이다.
즉, ① 풍기(風氣) 온화하고 비옥한 고생대 지질 황토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수축임산 식품 ② 향기 높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 예술, 역사 및 향토 지적자산(amenities)의 한류화(韓流化) ③ 천혜의 해양관광자원과 천혜의 세계 제5대 갯벌자원 ④ 脫냉전 국제화 기류를 타고 급격히 부상하는 동북아경제권 협력무드와 더불어 이 지역의 지경학적(地經學的) 조건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국내외 조건들이 농ㆍ림ㆍ수산자원에 바탕을 둔 지연산업(地緣産業)의 발전 및 국제화의 디딤돌을 제공해 주고 있다. 왜 한국의 미래가 농촌 농업의 친환경적, 친문화적 발전 여하에 달려 있는지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름다운 산천이 겹쳐 펼쳐진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5대양 6대주를 향하여 산ㆍ강ㆍ평야로부터 무궁하게 각종 산진해미(山珍海味)의 무공해 청정식품을 채취할 수 있는 자연 그대로가 바로 우리나라 농산어촌의 자랑이다. 자연과 문명의 만남을 친환경적 친문화적 정통식품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역사ㆍ문화 및 지적 향토자산은 한(限)의 사바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옛소리와 정감어린 시가 및 춤사위, 가히 예술 수준에 비견되는 된장ㆍ고추장ㆍ간장ㆍ김치ㆍ젓갈 등 전통 발효식품 등의 식문화(食文化), 그리고 두터운 인정미로 대표되는 휴머니즘과 정의감 등이 국제화시대 우리나라 우리 겨레가 자랑하고 내세울 수 있는 무한한 자산이다. 이들이 현대감각의 상(商)정신과 알맞게 교합이 이루어질 때 고차원의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그리고 음식문화의 한류(韓流)로 거듭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고급문화시장의 상권을 장악하고 질주하고 있는 유태계와 프랑스ㆍ이태리ㆍ일본ㆍ중국계 등의 성공사례가 그 본보기이다. 전통 예술문화가 뒷받침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의 생산과 교역, 그 자체가 바로 식문화의 국제화이며 문화적 상품화의 정화이다.

셋째,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이 공인된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을 국제화시키는 과제가 앞으로 전통가공식품산업의 성패의 주요 요인이다.

넷째, 예부터 산과 바다와 평야가 어우러져 한국 특유의 맛 좋고 몸에 좋은 식품을 생산해 내는 이 지역 농업의 상업화 및 국제화 잠재력은 이렇듯 막강하다. 이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는 것이 고래로 농산어촌에서 일상적으로 임금에게 진상하는 각종 토산품과 진상품이 각별히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당장 WTO와 같은 국제 개방화 시대에 한국 대표 농산품으로 간추릴 수 있는 전략품목만도 수십 여종이 된다. 이들이 대부분 친환경적인 건강자연식품으로서 타 지역에 비해 품질과 효능이 뛰어나고 한반도만이 자랑할 수 있는 고유 토산품 성격의 농산자원이다. 이들을 앨빈 토플러가 말한 후기산업사회의 개성적인 수요에 맞게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육성하고, 나아가서 농어민이 주도하는 저장ㆍ가공ㆍ판매체제, 즉 ‘1+2+3=6차 산업’을 농가 또는 협동조합 주도로 육성할 때, 비로소 오늘날 유럽 알프스산맥 접경국가들에서 흔히 보는 환경친화형 그리고 휴양겸업의 ‘녹색체험산업(Green Industry)’의 번영을 그리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 있다. 이들 녹색산업이 바로 지연(地緣)산업이다. 지금과 같이 대기업 중심과 외국 원료 농산물을 주축으로 삼는 농산물 가공 및 유통산업 정책으로는 부자들만 살릴 뿐 농민도 소비자도 혜택을 보지 못한다. 그동안 고속 경제개발에서 낙후되었던 농ㆍ산ㆍ어촌의 어메니티(amenities)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풍부히 보존되어 있어 요즘 도시 사람들의 웰빙 수요를 우리 농업 농촌 농민들이 가장 잘 충족시켜 줄 잠재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하자면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좋은 계기가 형성되고 있다.

끝으로, 국제적인 개방 추세와 지역 block화를 굳혀가고 있는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조류 가운데 다시금 부활하는 한반도의 지경학적(地經學的)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가깝게는 세계 최대 농수산물 수입국인 일본이 지호지간에 바라보이고, 환황해ㆍ동북아를 포괄하는 환태평양경제권 형성이 이 지역을 기축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5대양 6대주를 향해 한반도는 대륙의 최첨단 축을 형성하고 있어 통일대비 핵심기능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맺는 말 : 1+2+3=6차 지연산업으로!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고생대 지질로 형성된 토양을 가지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낮과 밤의 온도차이(日較差)가 적절하여 우리나라에서 생장하는 농ㆍ림ㆍ축ㆍ수산물의 맛이 뛰어나고 영양이 풍부하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세계에서 으뜸가는 발효식품 문화의 꽃을 피워왔다. 약곡(藥穀)과 양념(藥念)이 다양해 예를 들어 콩ㆍ팥ㆍ녹두ㆍ기장ㆍ수수ㆍ율무 등 잡곡을 비롯하여 간장ㆍ된장ㆍ식초ㆍ설탕(엿)ㆍ마늘ㆍ생강ㆍ대추ㆍ계피ㆍ겨자ㆍ고추ㆍ참기름ㆍ들기름 등은 6가지 이상의 맛을 내는데 필수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흔히 잡곡이라 불리는 곡물들은 예부터 약재로 쓰여 약곡이라 불리고 있다.
음식 맛의 4元味인 짠맛ㆍ신맛ㆍ단맛ㆍ쓴맛의 외에도 매운맛ㆍ감칠맛ㆍ시원한 맛ㆍ얼큰한 맛 등의 調和味가 한국음식의 자랑이다. 갖가지 발효음식 고유의 맛을 내는 양념을 藥念이라 불렸던 이유가 바로 이들이 단순히 맛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 보약의 기능을 수행한 데 기인한다.
색소(色素) 음식의 화려함도 우리나라 식품의 자랑이다. 백색(白色)의 무ㆍ양파ㆍ마늘ㆍ연근의 주산지이며, 녹색(綠色)식품인 배추ㆍ시금치ㆍ근대ㆍ오이의 적산지이고, 등황색(橙黃色)의 호박의 적지이고, 적색(赤色)식품인 자색 양배추ㆍ가지ㆍ고구마ㆍ비트 재배가 무난하다. 이른바 무지개 7색 음식원료가 풍성하다.
산과 바다를 두루 갖추고 있어 각양각색의 토산품이 토착음식으로 발달해 왔다. 이들이 각 계절에 나는 신선한 식재(食材)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되어 지방질이 적고 향토미가 풍부한 다이어트 건강식품이 아닌 것이 없다. 맛과 풍류가 적절히 어울려 한국 특유의 맛과 멋을 내고 각종 고구마 요리와 김치류ㆍ젓갈류 등 가지각각의 향토음식이 조화를 이루어 감칠맛과 소화를 돕는다. 거기에 토속 곡물과 특산물로 맑은 물에 빚은 술은 문자 그대로 장수 건강주(健康酒)이다. 식재료를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거나 적게 쓴 청정 친환경 유기농산물일 때 맛을 더 낸다.
이쯤해서 한국의 농업이 WTO 체제하에 살아남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은 순수 ‘우리 것’을 농가와 마을 수준에서 지연(地緣)산업으로 가꾸고 발전시키며 ‘1+2+3=6차 산업’으로 어메니티 요소를 모두 한데 묶어 세계화하는데 달려 있다. 그리하여 농민 소득을 늘려 나가도록 각종 법규, 예컨대 식품가공위생법ㆍ주세법ㆍ도정법 등 농민의 외연적 소득 확대를 옥죄고 있는 규제를 유럽 등 선진국형으로 완화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고이지신의 정신으로 옛 것을 발굴하여 현대화 시켜 한류(韓流) 문화화하고, ‘지방화(localization)’ 추세를 ‘세계화(globalization)’ 대세에 접목시켜 ‘世方化(glocalization)’하면서 주민들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 농업ㆍ농촌ㆍ농민이 살길이다. 이같은 방향으로 농림수산식품부ㆍ농촌진흥청ㆍ농업기반공사ㆍaT공사ㆍ식품개발연구원과 지자체 및 농협들이 한층 더 분발하길 바란다.
 
   
 
평생을 학자, 친환경 유기농 운동의 대부, 농민의 동반자로 살아온 김성훈 前농림부장관이 언론에 실렸던 명칼럼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라’는 소박한 철학을 자기자신의 크고 작은 일에서부터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세속주의적인 천민자본주의에 의해 병들어 가고 있는 사회와 소외받는 농촌에 대해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김성훈 go123u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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