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19-04-03 15:54 기자 : 김심철
식(食) ; 먹고 회피한다
인간처럼 미생물도 생존을 위해 의식주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의식주가 없다면 추위와 더위에 떨고 굶거나 휴식을 취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생명체인 미생물에게도 인간과는 좀 다르겠지만 생존을 위해 일단 먹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하고 번식하니 말이다.
미생물의 꿈틀거림은 무의미한 운동이 아니라 먹이를 찾는 몸부림이다. 먹이에서 흘러나오는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운동으로 먹이를 찾아 가는 양성운동과 독성물질을 피하는 음성운동이 있다는 것을 학자들이 밝혀냈다.
의(衣) ; Ph (수소이온농도)
충분히 먹었다면 그 다음은 추위나 더위를 피하는 것으로 인간으로 치면 옷에 해당되는 것이 필요하다. 미생물은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액체나 기체가 좋은 서식환경이 된다. 액체 속에는 먹이도 넉넉하고 힘들이지 않고 활동하기에 용이하다. 미생물에 있는 세포막에 닿는 액체가 알칼리, 아니면 산성, 또는 중성인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국 미생물의 옷은 수소이온농도인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미생물의 먹이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면 아무래도 기체보다는 액체 속에 사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는 점이다. 액체 속에는 여러 물질이 녹아 있기 때문에 먹이를 비교적 많이 포함할 것이다. 더 나아가 액체 속에서는 미생물이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더욱 활발히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도 액체 속에서는 훨씬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때 미생물의 세포막은 외부와 직접 맞닿아 있으면서 액체와 직접 접촉한다. 그러므로 미생물에게는 세포막이 사람들의 옷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미생물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옷은 다르다.
주(住) ; 온도
사람들은 임산배수를 좋은 주거환경으로 여겼듯이 미생물도 생존에 유익한 환경이 있는데 그 것은 온도이다. 사람처럼 대부분의 미생물도 적당한 온도를 선호하는데,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람과 다를 것은 양지바른 곳보다는 좀 어두침침하고 습한 곳을 미생물을 선호한다. 미생물은 양지바른 곳보다 조금은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곳을 더 좋아한다. 특히 독소가 있는 곰팡이류는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생존하여 우리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미생물은 양지바른 곳보다 조금은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곳을 더 좋아한다. 특히 독소가 있는 곰팡이류는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생존하여 우리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
미생물과 인간의 생존조건
미생물에게 필요한 의식주인 수소이온농도, 양분, 온도는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어울려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대문명의 발상지가 강 유역이듯 먹거리와 주거환경 등이 적절히 갖춰진 곳에서 살기가 쉬운 것은 미생물도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미생물은 결국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 조건이라면 어디든지 살 수 있으며, 인간이 먹으려 마련한 음식이 적당한 온도로 식으면 훌륭한 삶의 터전이 된다. 한발 더 나아가 금상첨화의 장소가 바로 인간의 몸속이다. 결국 인간과 미생물이 함께 공존하게 된 것은 필연으로 보는 것이 맞다.
건강을 지키려면 미생물의 의식주를 잡아라
인간이 전혀 미생물의 생태에 대하여 나름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생물을 도와 함께 잘 살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못 살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발효 미생물이나 분해 미생물에게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미생물 대사산물이란 반사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해를 끼치는 병원균은 증식을 막아 못살도록 방해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에겐 의식주를 제공하고, 해롭다고 판단한 미생물에게는 의식주를 빼앗아 버려 못살게 하는 방식으로 인간은 미생물이란 보이지 않는 권력자와의 공존을 한다.
출처 : 이재열의 「보이지 않는 권력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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