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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제지] 본리지 권8, 홍수와 가뭄 피해 극복하는 법

기사승인 : 2018-03-19 16:44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보리(麥) 재배로 수해 극복
북쪽 지방의 저지대는 수해로 매우 고생한다. 이곳은 수수를 주로 심는데, 2~3년에 한 번 수확하니 생활이 궁핍하다. 그래서 보리(麥)를 많이 심도록 하였다. 왜냐하면 보리는 수해가 발생하지 않는 절기에 성장하기 때문에 수해를 걱정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수해 뒤 배수가 가능해져 가을에 땅이 마르면 가을보리를 재배하고, 겨울에 땅이 마르면 봄보리를 재배한다. 가뭄 뒤 큰 강이나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밀물을 끌어들여 진흙땅을 기름지게 하니, 절기에 따라 봄보리나 가을보리를 재배한다. 이 방법으로 재배하면 10년에 9차례는 제대로 수확이 가능하다. 만약 보리를 수확한 후 여러 곡식을 섞어 재배하면 홍수나 가뭄 때에도 큰 기근이 들지 않을 것이다. <농정전서>

‘궤전’으로 수해를 막는다
수해로 인한 황폐화에서 벗어나려면 궤전이 제일이다. 궤전은 낮은 늪 지역에서 사방을 흙으로 에워쌓은 것을 일컫는데, 농지 모양도 있고 높이가 상자 크기 정도로, 안에 씨앗을 뿌려 가꾼다. 물이 많이 스며들면 수차로 빼내면서 조생벼를 재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높은 곳에서도 다양한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왕정농서>

곡식을 볶아 습기 극복
벼이삭이 여물어가는 시기에 일주일 이상 비가 내리면 낟알이 녹아내리지만 이런 재해는 다행히 넓은 지역에 피해를 주지는 못한다. 만약 먹을 것이 부족하면 습기 먹은 곡식을 솥에 올리고 장작불을 때서 볶은 쌀을 만들어 허기를 채운다. 이 또한 습한 날씨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천공개물>

백로 절기의 비
백로 절기(양력 9월 8일 경)의 비는 괴로운 비로, 이 시기에 벼꽃이 젖으면 꽃가루를 받지 못하여 하얗게 시들고, 채소가 젖으면 맛이 쓰다. <전원필고>

입하(立夏) 뒤 4월에 8일간 밤비가 내리면 보리 농사를 망친다
“보리나 밀은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4월의 긴 밤비는 두려워 한다”고 했다. 보리꽃은 밤에 피는데, 비가 많이 내리면 손상되어 쭉정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농정전서>

갓 심은 모는 연이은 비를 꺼려한다
논에 심은 모의 뿌리가 채 안정되지 않았을 때 연이어 비가 내리면 반 이상이 죽어버린다. 그러나 날이 개어 3일 동안 청명해지면 모가 모두 되살아난다. <천공개물>

구전(區田)으로 가뭄을 대비
가뭄 대비법으로 구전이 으뜸이다. 구전은 탕(湯)왕 시절 가뭄 때 재상 이윤(伊尹)이 만들었는데, 땅을 파 작은 구덩이를 만들어 그 속에 씨를 파종하고 물과 거름을 준다. <왕정농서>

중국 무원들은 우물을 파서 밭에 물을 주도록 하지만, 물과 멀리 떨어진 땅에서는 밭곡식을 재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물을 파서 논을 만들면 백성들은 1년 내내 고생해야한다. 뜨거운 햇볕과 마른 땅에 우물 하나로 경작하는 곡식을 얼마나 적셔주겠는가?

차라리 구전을 집집마다 2~3묘씩 만들어 거름을 충분히 주면서 가뭄에 우물물을 길어다 주고, 그 외에는 밭곡식을 알아서 심도록 하면 풍년에는 두 가지 모두 수확이 되고, 큰 가뭄에는 구전에서 수확하는 것으로 굶주림은 면할 수가 있다. 이런 방식이 넓은 곳에 모두 파종하여 고생만하고 수확이 없는 것보다 낫다. <농정전서>

서로 다른 작물을 파종하여 가뭄 극복
과거 가뭄극복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구전(구덩이 가꾸기)방식, 대전의 흙을 허물어 마른 뿌리를 돋아주는 방식, 한나라 범승지의 조언처럼 눈 녹은 물에 씨를 담그는 방법, 가을에 밭 갈아 봉질하고 풀 뽑아 땅이 기름지게 하는 방법, 쟁기질 한 번에 써레질 여섯 번하여 4센티 깊이의 기름진 흙을 만드는 것, 습기를 보존하면서 김을 매고 때가 되면 돋아주는 것, 못이나 호수, 도랑에서 용두레나 홈통을 이용하여 물을 끌어들이는 방법 등이 있다. *봉질(큰 힘 들이지 않고 땅의 표면층만 파는 것) *써레질(써레를 이용하여 논밭의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일)
 
이런 방법으로 미리 예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봄여름 사이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수원지가 말라붙고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모가 타 들어가면 도리없이 이전 작물을 쟁기로 갈아엎어 버리고 다른 작물을 대신 파종할 수밖에 없다. 이 때 파종방법은 농지의 위치와 습도 정도에 따라 종류를 달리해야 한다.

1798년 정조 때 호남지방에 여름 가뭄이 들어 모내기가 불가능하자 메밀을 대신 심도록 명령했다. 당시 나는 순창군수로 직접 메밀 파종을 권하여 벼를 심었던 논의 70%에 메밀을 재배하였다. 얼마 뒤 복추지간에 장마로 수해가 나서 메밀농사를 망쳤고 결국 벼를 심느니만 못한 결과가 왔고 남도 사람들이 많이 굶주리게 되었다. 다른 종자를 파종한 것은 옳았지만 곡물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우리 곡식의 종자는 이름과 품종은 많지만 뿌리고 김매고 수확하는 시기는 별 차이가 없다. 그 중 그나마 늦게 심어도 수확이 가능한 건 메밀과 녹두 정도이지만, 종자에 따라 마른 땅을 좋아하거나,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등 둘 다 성질이 다르다. 이런 특성을 무시하니 고생만 하고 수확이 없는 것이다. 만약 중국산 만생종 벼 중에 덕안의 향자만 이나 통주의 육십일(六十日)와 같은 특별한 품종을 미리 구입해서 대비했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품종의 종자를 널리 사들이는 일이야말로 가뭄의 재난을 극복하는 가장 빠르고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행포지>

출처 : 임원경제지 본리지(서유구 지음, 정명현/김정기 역주) 권8 농사의 5가지 재해 고찰, 2. 홍수나 가뭄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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