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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과 오바마의 공통점은 ‘미생물’로 통(通)한다는 것이다.

“관행 농축산업 이제 한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필요

기사승인 : 2018-03-19 16:42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사실 강기갑 전 의원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미생물’은 지금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지난 2016년 5월 13일,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2기 정부 마지막 과학 연구 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유전정보’를 지도로 그리고 그 역할을 규명하는데 2년간 1억 2100만 달러(한화 약 1400억 원)를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오마바 대통령은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는 ‘미생물’이 곧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사람의 몸과 관련한 의·약학은 물론 농·축산업을 아우르는 바이오 분야에서 답을 찾고자 기대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어찌 보면 한국 촌구석 한 농부의 발상과 초강대국 지도자의 발상이 묘하게 통한 셈이다.

강 전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으로 ‘미생물’을 택한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생물의 생리적 원리를 쉽게 풀어 설명했다.

“사람 몸속에는 어마어마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 핵심은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중간 미생물의 비율이다. 각각 구성 비율이 2.5:1.5:6.0다. 유익균은 몸 안의 음식물을 분해 흡수하고, 유해균은 반대로 부패시킨다. 이 둘은 항상 싸우고 있다. 재밌는 것은 중간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들은 앞서 둘의 싸움에서 이기는 쪽에 붙는다. 그래서 ‘해바라기성’ 미생물이라고도 한다. 앞서 둘의 싸움에서 유해균이 이겨 균형이 무너지면, 결국 사단이 나는 것이다.”

그는 곧바로 이를 농·축산업에 연결 지었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 앞서 몸 속 미생물의 비율(2.5:1.5:6.0)은 가축들과 심지어 흙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 비율과도 똑같다. 조물주의 섭리처럼, 사람이 가공식품을 자주 먹어 유해균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처럼, 가축에 첨가물이 듬뿍 든 가공사료 먹이고, 흙에 화학비료를 너무 많이 쓰면 역시 마찬가지로 유해균이 확장돼 균형이 무너진다.”

이어서 그는 특히 최근 우리 축산업 근간을 흔들고 있는 조류독감(AI),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에 주목했다.  
“유익한 미생물은 항체를 야기하지만, 유해균은 해로운 바이러스를 야기한다. 밀실사육과 가공사육에 의지하면 가축들 면역력과 치유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가축들의 전염병이 계속해서 창궐했다. 최근 5년간 보상과 방역으로 사회적 비용만 6조 원을 썼다. 농약과 제초제 사용에 따른 농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러한 관행 농법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흙->가축->사람’이 하나의 사이클인데, 악순환이 가중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강 전 의원은 ‘미생물’을 활용한 농법이 우리 농·축산업과 세상을 살린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과 미생물의 환경적·역사적 개연성을 앞서 강조했다.
“한국은 원래 발효의 최적지다. 사계절의 환경도 그렇고, 지형적으로, 위도 상으로도 그렇다. 미생물을 공부하면서 알았다. 일본도 우리를 강점했을 때, 밀주 단속을 구실로 각 가정집의 ‘초 두루미(막걸리를 발효해 식초를 만들어 먹던 우리 고유의 저장그릇)’를 거둬갔다. 여기서 우리 토종 미생물을 확보해 EM(복합균) 개발에 썼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 때 밀주 단속을 하면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렇듯 한국은 미생물의 보고였지만, 수탈을 겪었다. 이제 이를 다시 복원할 때다.”

강 전 의원은 자신이 일구고 있는 사천의 농장을 토대로 이미 실험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밝혔듯, 잊었던 ‘독’에서 발견한 K3 유산균으로 발효한 자가 사료를 가축에 먹여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강 전 의원은 자신의 이러한 농법을 ‘상생 농법’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당장 농장의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훗날 대안 농법의 가능성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농장을 일구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농장은 풀도 잘 안 벤다. 거기서 온갖 균과 미생물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상생하도록 놔둔다. 고추밭에 진딧물이 창궐하면, 곧이어 천적인 무당벌레가 번식해 저절로 해결되는 식이다. 소에게 발효 자가 사료를 먹이고 여기서 나온 발효 퇴비로 흙의 균형을 잡는다. 화학비료로 균형이 무너진 흙이라도 미생물을 넣어 주면 2~3년 만에도 복원 가능하다.”

<사진2> 강기갑 전 의원이 자신이 직접 발효한 자가 사료를 소에게 먹이고 있다.

강 전 의원은 결국 궁극적으로 이러한 ‘미생물 농법’을 비롯한 유기농 대안 농법이 현재 위기에 처한 한국의 농·축산업을 살릴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주장은 한 마디로 ‘혁명’에 가까웠다.

“친환경 농산물이 생산되고는 있지만, 어차피 소비자들은 현재 이것이 진짜 ‘친환경’인지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쿠바는 그동안 미국의 제재로 ‘화학비료 및 농약’ 수급이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100% 유기농 농사를 져왔다. 그런데 지금 쿠바는 역설적으로 농산물 수출 분야에서 대박을 맞이했다. 우리도 구분 없는 100% 유기농법 가능하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지금 필요하다.”

비료와 농약을 생산하는 제약·화학사들의 반발 등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 전 의원은 오히려 힘줘 말했다.  
“제약·화학사들이 마피아처럼 얽혀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제 그들도 산업구조 전환에 동참해야 한다. 더 이상 명분이 없지 않나? 농업이 살아야 국민도 산다. 암 사망 및 발생률, 병상 증가 수, 1인당 의료비 및 증가율 등 우리 국민 건강지수가 OECD 선두권이다. 더군다나 쌀 저장율이 충분히 넉넉한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선 누군가 결단해야 한다.”

과연 ‘미생물’에서 비롯된 강 전 의원의 이 복안이 위기의 우리 농·축산업에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출처 : 일요신문 제1331호(2017.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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