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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과 역사가 만난 고천문학의 선구자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

기사승인 : 2018-01-09 16:03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Q. 천문학자가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A. 우연이라고 할까요? 젊을 때는 역사는 재미없고 따분한 학문으로 느껴지게 마련인데요. 저 역시 나이가 들면서 점차 역사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30대 초반에 우주론 연구하던 선배 나대일 박사와 역사이야기로 밤을 샌 적이 많았는데, 본격적인 공동연구를 제안하셨습니다.

우리나라 고대사가 불분명한 것이 많아 논란이 되어왔는데, 고대 기록에 천문 기록이 있으니 그 천문 기록을 계산으로 확인한다면 명확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요. 또한 삼국사기에 나온 내용들은 실제 역사보다 천년 정도 지난 뒤에 기록된 것들로 후대에 들어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내용이 첨가되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있을 것인데, 천문기록으로 증명하면 그런 논란들이 일시에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제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Q. 역사에 있는 천문 기록을 어떻게 계산하는 것인가?

A. 사서에 있는 천문 기록 데이터를 직접 검증하여 최대한 정확하게 계산하려고 노력했다. 천문학자로서 내가 고천문학 연구에 유리한 점은 그런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학자에게는 과거 자료에 일식이 있었다든지, 달이 행성을 가렸다거나 하는 천문학적 내용들이 역사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기록이다.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의 경우를 예로 들면 건수로 40% 정도가 천문 현상 기록인데, 그 기록이 역사를 구성하는데 쓰이지 못한다. 그런 중요한 자료를 내가 명확한 역사적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 주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Q. 연구결과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A. 역사학자들에게는 이런 새로운 접근방법이 매우 새롭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 고대사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향으로 역사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천문 기록을 통해 알아낸 사실(팩트)가 기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역사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반응 또한 많았다.

 

Q. 우리나라에 식민사관에 물들어 있는 많은 역사학자들이 많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역사학자들이 박 교수님의 연구결과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지가 궁금하다.

A. 역사학자들은 과거에 있던 일들의 진실을 규명하는 분들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몇 가지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역사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이 사실(팩트) 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역사학자의 관점이 있다. 식민사관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역사학의 관점 때문에 편파적 견해로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유미 일송재단 이사장(좌)과 박창범 교수(우)

Q. 저서에서 신라, 고구려, 백제가 한국인이 생각했던 지역보다 더 내륙으로 들어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A. 삼국사기에는 최초의 일식 기록인 ‘일식도’가 있다. 달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자신이 관찰하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일식의 형태를 표시한 것이다. 한마디로 해가 달에 의해서 가장 많이 가려지는 ‘식분도’이다.

일식의 여러 기록을 감안을 해서 계산하다보면 일식의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곳이 생기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일식을 관측한 장소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확률적 자료로 모든 관측자료를 더해서 평균을 내면 가장 평균값이 높은 지역이 그 나라의 중심(수도) 또는 관측지라고 볼 수 있다.

 

Q. 박사님이 검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학설을 주장한 역사학자가는 없었다고 하셨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기존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이정표가 생겼으니 역사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추가적 연구를 하고 학계와 사회에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실천이 뒤따라야 할 텐데, 다른 나라에서 천문학 자료로 역사적 고증을 하는 분이 있나?

A. 천문역사학과 유사한 부분으로 케이스 별로 연구하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나의 연구처럼 고대역사를 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다뤘던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

 

Q. 박사님 연구결과에 반론을 제기하는 부분은 없었나?

A. 논문 발표를 한글로 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본다. 만약 내가 영어로 논문을 발표했더라면 반향이 컸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내 연구에 관심을 기울인 역사학자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 고대사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 학자가 먼저 알아야할 권한이 있다는 생각에 한글로 썼는데,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오히려 외국에서 인정을 받으면 국내 학자가 쉽게 받아들이는 한국의 실정을 몰랐던 때문이다. 앞으로 고천문학에 대한 연구내용은 반드시 영어로 발표할 것이다. 이사장님은 역사에 관심이 있으셔서 논문 내용에 관심을 갖고 날 찾아오셨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역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1세기 과학이 본 우주의 실체' 특장 중인 박창범 교수

Q. 어떤 역사학자나 천문학자도 하지 못한 일을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잘 읽혀지지도 않았고 나 역시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훌륭한 연구였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고천문학을 연구하시는 학자가 또 있는 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연구할 사람을 육성하여 고천문학이 더 발전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A. 일반역사와 관련해서 고천문학을 연구하시는 분은 현재는 없다. 천문학이라고 하는 특정 과학이 어떻게 기원해서, 어떤 과정을 걸쳐서 발달을 했고,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천문학 개별 학문 분야의 역사를 연구하는 천문학사는 과거의 천문 유물을 복원한다던가, 과거의 천문학자의 업적을 연구하시는 분들은 소수 계시다. 나처럼 천문역사학도 하는 사람은 없다.

 

Q. 앞으로 좀 더 깊이 연구하거나 후학을 양성할 생각이 있으신 지?

A. 물론이다. 정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고천문학 분야의 후진 양성이다. 고천문학이라고 부르는 분야가 예전에는 서울대, 연대 출신의 천문학자들 중 일부가 이 학문을 했었다. 당시만 해도 관심 있는 학자들이 연구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도 떨어지고 연구하는 사람도 줄어들면서 점점 외면당하고 있다.

 

Q. 우리 민족의 역사를 천문 자료를 이용하여 확실하게 증명하고 밝히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로 연구한 내용들을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도 연구 못지않게 중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 천문학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고, 어느 수준까지 발달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 달라.

A. 세종대왕 시절에는 단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였다. 전 세계의 모든 천문 지식들을 흡수해서, 우리 이치에 맞게 소화해서 전체를 정리했던 시절이다. 실제로 역법도 만들어서 시행하고, 단순히 공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기초로 쓸 수 있는 천문학을 만들었던 시절이다. 중국 원나라를 통해 들어왔던 중동의 과학, 중동의 과학을 야기 시킨 그리스의 과학들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에게는 이미 천문학의 우수한 DNA가 존재하는 셈이다.

 

Q. 우리나라 천문학의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A. 우리나라 천문학은 세계 최고의 레벨을 가지고 있다. 가장 약한 부분은 대형과제부분으로 인공위성을 띄워 천문관측을 하는 등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 쪽은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운영되는 대형프로젝트는 작아도 이론과 자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밝혀내는 부분에서는 이제 세계 최고라고 본다. 학자들의 절대 규모는 적지만, 최고 수준의 천문학자들이 있다.

 

Q. 현재 진행되는 천문학 프로젝트는?

A. 단군이래 최대의 사업이 지금 진행 중인데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1조원짜리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1000억을 투자해 10%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망원경의 지름이 25m인 세계에서 가장 큰 천체 망원경 프로젝트에 한국이 합류하여 약 5년 후에는 매우 우수한 자료를 취득하게 되고 우주에 관한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 기대가 크다.

 

Q. 천문학자로 우주와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A. 우주에는 수많은 점으로 표시된 수만 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계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우주는 무한의 세계이다. 인간은 무한한 우주공간에 수많은 천체들이 태어나고 진화하여 사라지고 있는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지적 세계는 우주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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