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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전 의원 10년 묵은 ‘독’ 안에서 ‘보물’ 발견한 사연 최초공개

식초로 변한 매실액 속에 ‘학계 미보고 유산균’이…가축 사료에 쓰니 축사 악취 사라져

기사승인 : 2017-12-06 14:40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진보진영의 대표적 정치인인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의원(현 당적은 정의당)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고향으로 돌아갔다. 현재 강 전 의원은 경남 사천에서 정계 입문 전 본업이었던 매실농사와 축산업에 종사 중이다. 그런데 농업인으로 돌아간 강 전 의원과 관련해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미생물을 활용한 유기농법 전도를 위해 다시금 활동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것. 왜 하필 미생물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직접 찾아가 보았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강 전 의원의 농장은 겉으로 봐선 여느 농장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한우 10여 마리와 돼지 10여 마리, 흑염소 80여 마리, 그리고 닭과 개 몇 마리가 노닐고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강 전 의원이 동물복지에 꽤나 신경을 쓰는 듯 넉넉한 사육 공간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특히 염소는 방사 축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자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여느 축사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가 강 전 의원의 축사에선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풍겨오는 냄새가 일면 구수하고 새콤한 향이었다.

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이곳 가축들은 일반적인 제조 사료가 아닌, 미생물로 발효한 자가 사료를 먹고 있다. 가축들에게 제대로 발효된 사료를 먹인다면, 워낙 흡수율이 좋아 변이 나와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몇 년 전부터 매실을 비롯한 농장의 농작물들과 가축들에 ‘미생물’을 활용한 유기농법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그는 "유기농은 자연적인 퇴비조달을 위해 농사와 축산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지금 ‘미생물’에 관해선 거의 ‘반 전문가’가 되어 있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미생물 전도사’로 이끌었을까.

“물론 예전부터 미생물에 대해선 관심이 있었다. 1987년 즈음 EM용액을 채소와 축산에 활용했고, 제법 효과를 보았다. 특히 환경개선 측면에서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미생물 농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고향에 내려오면서 부터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2013년 봄 즈음 집안 곳곳을 정리하다 ‘의문의 독’ 하나를 발견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국회에 가기 전, (2002~2003년도) 매실 발효액을 담갔던 것이 기억났다. 급히 서울로 올라가는 바람에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변했을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놀랍게도 식초가 돼 있더라.”

강기갑 전 의원이 독 앞에 섰다. 미생물의 보고인 독은 강 전 의원의 삶을 바꿔 놓았다.
국내에선 절대 볼 수 없는 10년 묵은 식초였다. 그 맛과 향이 깊었다. 무엇보다 그것을 먹고 난 뒤 몸이 개운했다. 강 전 의원은 그 귀한 식초를 주변에 선물했고 호평이 이어졌다. 그 식초는 2013년 11월 사천의 세미나에서 연을 맺은 국내 미생물 권위자 서범구 EM생명과학연구원(카이스트 산하기관) 원장에게도 전해졌다.

서 원장과의 만남은 강 전 의원이 ‘미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런 서 원장이 2014년 즈음 강 전 의원의 초대를 받아 사천 본가에 왔고, 강 전 의원의 식초를 접했던 것이다.

“서범구 원장께서 그 식초의 향과 맛을 보더니, 외국에서 오래 묵힌 그것과 유사하다고 하더라. 뭔가 이상하다고. 그래서 서 원장이 그 식초를 연구실로 가져가 성분 분석에 나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식초 안에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미생물이 발견됐다.”

강 전 의원의 식초에는 이 세상에서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미생물이 살고 있었다. 그 미생물은 분석 결과 락토바실러스 계통의 유산균이었다. 연구원 분석 결과 이 유산균은 강산성 식초에서 추출한 유산균이기에 산도를 거치며 대부분 죽는 다른 유산균과 달리 장까지 살아남는 성질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유해균들의 증식과 거기서 비롯된 독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했다. 신약개발과 식품, 축산 분야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그의 낙선이 곧 잊어버렸던 독 안의 ‘보물’을 발견하게 한 셈이다. EM생명과학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신종 유산균을 특허 등록했고, 그 모든 권한을 강기갑 전 의원에게 넘겨줬다. ‘미생물 유기농법’을 기획하는 강 전 의원이 보다 큰 일에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원과 서 원장의 배려였다. 그렇게 명명된 신종 유산균의 이름은 강 전 의원 이니셜을 딴 ‘K3 유산균’이었다. ‘유산균의 왕(King)'이란 의미도 담고 있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K3 유산균을 활용한 분말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농장에서도 이 K3 유산균으로 발효한 자가 사료를 가축에 먹이고 있다. 앞서 봤겠지만, 가축들도 건강해지고 무엇보다 변에서 냄새가 안나 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기자를 축사 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는 자루에 담긴 쌀겨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K3 유산균으로 발효한 쌀겨였다. 마치 요거트처럼 새콤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겨를 소들이 먹고 있었다.

서범구 원장과의 인연, 그리고 우연찮게 독에서 발견한 K3 유산균은 강기갑 전 의원에게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길’을 제시했다. 어쩌면 이 ‘미생물’이라는 것이 한계에 다다른 관행 농업과 축산에 ‘답’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강 전 의원은 ‘미생물 농법’에 무섭도록 빠져들었고, 나름의 답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이 ‘미생물’을 공부하면서 놀랍게도 자신의 ‘정치적 관점’도 성숙했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강 전 의원은 지금 ‘농업 혁명’을 꿈꾸고 있었다.

출처 : 일요신문i(2017.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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