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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분은 낮추고 풍미는 살린 어간장ㆍ어된장”

농업회사법인 옹기식품㈜ 김동환 대표

기사승인 : 2017-06-02 12:57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충남 논산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옹기식품㈜은 우리 전통 발효식품인 간장ㆍ된장ㆍ멸치액젓을 상품화한 기업이다. 특히 3년 동안 간수를 뺀 소금에 멸치를 넣고 멸치액젓을 만들고, 다시 이것을 3년간 숙성한 후 메주를 넣어 만든 간장과 된장은 어(御)간장ㆍ어(御)된장이라는 고급브랜드로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전통 발효식품의 시장 전망이 밝을 것을 예상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간장을 재현해 사업화했다는 옹기식품㈜ 김동환 대표를 만나 후발주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그만의 비법을 들어보았다.

“진정한 맛쟁이는 최소한의 재료로 맛을 낸다” - 멸치와 소금만으로 내는 깊은 맛

옹기식품 전경. 주변에 축사가 없어 냄새가 배지 않고, 물 빠짐이 좋아 잡균이 살지 않으며, 통풍이 좋은 입지에 마련된 이곳에 2,500여개의 항아리가 자리잡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웅기식품이 위치한 충남 논산시 연산면 덕암리는 김 대표의 외갓집이 있던 자리이다. 김 대표의 모친은 전북 익산의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가서 가문의 비법인 ‘어간장’을 전수받아 평생 만들어 왔고, 김 대표는 모친의 어간장을 재현하여 사업화하게 된 것이다.
사업장 입구에는 두 개의 장승이 서 있는데 왼쪽 장승에는 ‘虛’, 오른쪽에는 ‘本立道生’이라는 글씨가 새겨 있다. “중용에 나오는 ‘本立道生’이란 문구는 기본이 되어 있으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는 뜻으로 항상 자신부터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에서 마음을 되새기려는 의도이며, ‘空’이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라면 ‘虛’는 있었다가 없어졌다는 뜻으로 욕심을 없애려 노력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요리에도 이것저것 넣어 맛내기는 쉽지만 진정한 맛쟁이는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안 넣고도 맛을 낸다. 단지 멸치와 소금만으로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이 회사의 운영방침이라고 말한다.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앞마당에는 숙성 중인 항아리가 가득한데, 각 항아리마다 달려있는 나무 명판이 항아리 속 내용물 이력을 알려준다. 실내저장고에는 숙성 중인 멸치액젓 항아리가 가득하다. 시판되는 일반 간장과 된장이 대부분이 시멘트 저장고에서 숙성되는데 비해 옹기식품에서는 모든 제품이 흙으로 빚은 옹기 안에서 재래 방식 그대로 숙성되고 있었다.

전통발효식품의 무한한 사업성을 보고 창업

‘옹기식품’ 창업 이전에 김 대표는 식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발명가였다. 반디펜, 야광봉, 반검조끼, 풀리지 않는 수갑 등 경찰장비 관련 발명 특허만 300여개를 가진 알려진 발명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가 발효식품 관련 창업을 하게 된 동기는 간장과 된장 등 전통발효식품에서 무한한 사업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기 전까지는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지만, 2만 달러가 넘어가게 되면 오히려 건강장수를 위해 덜 먹고자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설탕, 소금이 바로 덜 먹고자 하는 품목의 중요한 3가지인데, 이 중에서 그는 소금을 타켓으로 정하고 2006년부터 저염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집요한 저염연구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 받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해 나갔다. 소금을 적게 넣고도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저염식의 최적화된 식품으로 바로 전통장류를 선택한 것이다.
또한 장류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차별화 전략을 세워서, 남들보다 느리고, 조금씩, 그리고 가치있게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래 숙성된 고급화된 제품을 제값 받는 명품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이었다.

식물성 단백질인 콩과 동물성 단백질인 멸치의 만남

간수를 빼는데 3년, 멸치액젓 만드는데 3년, 메주넣고 숙성시키는데 3년 등 9년 이상의 기다림 끝에 만들어진 명품 어간장, 어된장, 멸치액젓

어간장은 안동 김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특별한 장이다. 모친이 장담그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자란 김동환 대표는 소화가 안될 때 어머님께서 어간장을 천연 소화제라며 떠먹일 만큼 어간장은 안동김씨 집안에서 장류 그 이상의 것이었다.
어간장 핵심은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고 9년 이상 발효시켜 나오는 발효액만으로 간장을 만든다는 점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최고의 품질로 준비하는데, 액젓을 담그는 소금은 전남 신안의 최고 품질의 천일염을 사용하는데 저장고에서 3년 이상에 걸쳐 간수를 자연스럽게 뺀다. 멸치는 맛과 영양이 가장 좋은 3월 말에 잡은 멸치만을 사용한다.
멸치와 소금을 7대 3의 비율로 골고루 섞어 밀폐해 두면 일주일쯤 지나 멸치가 물러지기 시작한다. 이때 멸치를 완전히 으깨주고, 다시 3년간 숙성시켜 멸치액젓을 완성시킨다. 메주는 논산에서 생산된 메주콩을 사용하는데, 간장 맛을 위해 메주를 충분히 넣고 발효기간도 늘려 100일 동안 담근 후에 장을 가르는데, 3년 동안 매년 메주를 넣었다 빼는 ‘겹장’을 해서 염도를 낮춰 가면 맛은 농축되고 염도는 낮아진다.
3년간 간수를 빼낸 소금에 멸치를 넣어 다시 3년을 숙성시키고 간장을 담궈 3년을 겹장 발효하여 총 9년의 세월이 지나야 명품 ‘어간장’이 탄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간장은 염분은 매우 낮아지고 맛과 향은 깊고 부드러워진다.
식물성 단백질인 콩과 동물성 단백질인 멸치액젓이 만나 조화롭게 발효되면 감칠맛은 엄청나게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염도는 통상적인 간장의 염도가 10% 내외인데 반해 어간장의 염도는 3~4%로 기존 간장의 1/3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처음 맛보지만 익숙한 맛이다”는 평가를 한다. 수제 옹기에 담긴 명품 어간장 160g은 16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1g에 1,000원의 가격 기준을 세운 것도 정성을 다해 만든 슬로우 식품의 제 값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맛의 방주’에 등재되어 세계가 인정하는 전통 문화유산으로

각 항아리마다 달려있는 나무 명판에는 항아리 속 내용물의 이력을 알려준다. 항아리 속에는 간장과 된장이 숙성되고 있다.

이렇게 정성과 전통의 조화로 만들어진 옹기식품의 어간장은 2014년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가 한국 토종종자와 음식에게 수여하는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맛의 방주’는 이탈리아에 본부를 두고 세계 15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기구 국제슬로푸드(Slow Food International)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화로 획일화된 음식이 생산ㆍ소비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전통 먹거리와 종자를 보호하고 종의 다양성을 지켜나가면서 지역 전통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찾아 목록을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해 지역 농업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뛰어든 장류 사업에서 자신만의 철학과 원칙으로 명품 장류를 생산하는 김동환 대표. 자신의 사업장인 옹기식품은 공장(company)이 아니고 명품이 탄생되는 공간(space)이고, 자신이 만든 어간장은 제품(product)이 아닌 작품(art)이라는 그는 토종 먹거리를 재현하여 명맥을 잇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면서 어간장ㆍ어된장의 품질 업그레이드는 물론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재)국제농업개발원  webmaster@iad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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