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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선약(仙藥) ‘동치미’

기사승인 : 2018-10-01 17:17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 최진규(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수천 년의 우리 겨레의 지혜가 집약되어 있는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의약이다. 우리나라에는 200가지가 넘는 김치가 있고 모든 김치가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약효를 지닌 것이 바로 동치미다.

김치는 마치 여자와 같아 잘 활용하면 현모양처가 되고 잘못 쓰면 마녀로 변한다. 이치를 알고 제대로 담가먹으면 온갖 난치병을 고치는 약이 되지만, 잘못 담가서 잘못 먹으면 오히려 갖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

겨울에 먹는 동치미는 동침(冬沈)이라는 한자에서 나온 말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할 때 동치미 국물을 한 대접 들이키면 금방 속이 시원해지고 막혔던 가슴이 확 뚫린다. 동치미는 우리 겨레한테만 있는 최고의 발효식품이자 약음식이다.
 
동치미는 염증을 삭이고 열을 내리는 약
동치미의 주재료 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맵다. 독을 풀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염증을 삭이고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 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흔한 채소이지만 옛말에 ‘무가 시장에 나오면 의사는 보따리를 싸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약성이 높다.

무를 그냥 먹는 것보다 동치미로 담가서 먹으면 약효가 100배는 더 높아지고, 무가 토판염, 쪽파 씨, 생강, 청각 등과 어우러져 발효되면서 약성이 증폭된다.
무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데 90퍼센트가 껍질에 들어 있고 껍질이 속보다 다른 영양물질도 많고 약성도 더 높다. 그러므로 동치미를 담글 무는 껍질을 아주 얇게 벗겨야 한다.

쪽파 구근을 넣어 약성을 높인다
무에는 긴 무와 둥근 무가 있는데 둥근 무로 동치미를 담근다. 무는 파릇한 윗부분이 맛도 좋고 약성이 모여 있다. 둥근 무를 가로로 절반으로 잘라서 위쪽 푸른 부분만을 동치미를 담그는데 쓴다. 부재료로 반드시 쪽파 종근(種根) 곧 쪽파 알뿌리를 같이 넣어야 한다. 쪽파는 씨앗으로 번식하지 않고 알뿌리로 번식한다. 쪽파 알뿌리를 구할 수 없으면 쪽파나 대파 뿌리를 넣는다.

쪽파 알뿌리가 들어가야 시원하고 깔깔한 맛이 더 많이 나고 곰팡이가 잘 나지 않는다. 쪽파 알뿌리는 항균작용과 염증을 삭이는 효과가 아주 세다. 양념으로 생강이나 청각을 약간 넣으면 청량한 맛이 더 많이 난다.

항균과 소염작용의 발효음식
굵은 토판염에 무 조각을 몇 번 굴려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그 위에 소금을 적당히 뿌린 다음 물은 전혀 붓지 않는다. 물을 붓지 않고 소금으로만 절여 두기만 해도 하룻밤이 지나면 무에서 물이 흥건하게 빠져 나온다. 동치미를 담그고 나서 무가 위로 떠올라서 곰팡이가 필 수 있으므로 짱돌로 잘 눌러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먹어야 시원한 맛이 더 많이 나고 먹을 때 목이 막히지 않는다.

무는 강력한 항균작용과 소염작용이 있으며 녹말 분해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약으로 쓸 동치미를 담글 때에는 위쪽 파릇한 부분만을 써야 한다. 위쪽 푸른 부분은 염증을 삭이는 효능이 있지만, 반대로 아래쪽 흰 부분은 매운 맛이 오히려 염증을 생기게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광합성으로 만든 천연 유황 성분이  윗부분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산소를 제일 많이 받아들이는 동치미
훌륭한 겨울 음식인 동치미는 오래 삭힐수록 좋다. 어떤 음식이든지 동치미와 같이 먹으면 체하거나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 동치미가 음식에 들어 있는 독을 풀고 소화를 잘 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식사법에서 제일 먼저 동치미 국물을 한 숟갈 먹고 나서 밥을 먹는 것은 동치미국물의 해독작용 때문이다.

동치미 국물은 폐에서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능력을 키워 주기 때문에 동치미는 면역력을 늘리고 염증을 삭이고 막힌 것을 뚫어주며 머리를 맑게 하는데 아주 좋다. 단맛이 많아지면 산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낮아지고 시원한 맛이 없어져 다른 부재료를 많이 넣은 것은 좋지 않다.

뇌의 산소를 공급하는 동치미
차멀미나 멀미, 두통, 식중독, 연탄가스 중독 등에 효과가 아주 좋다. 멀미나 두통은 대개 뇌의 산소부족으로 인해서 오는데 동치미 국물에는 산소가 많이 녹아 있어서 뇌와 혈액에 산소를 많이 공급하여 멀미와 두통을 멎게 한다.

뇌 질병과 소화, 신경질환에 좋은 약 ‘동치미’
과거 눈병, 중이염, 비염, 인후염, 후두염 등 염증에 좋은 약으로 머리에 난 뾰루지나 종기, 부스럼에는 동치미 국물을 수시로 바르면 잘 나았는데, 이는 미생물의 발효의학의 정점이다.

무에 소화 효소가 많이 들어 있으므로 소화불량에도 좋고 심장병, 고혈압, 변비에도 좋다. 신경을 튼튼하게 하여 수전증에도 좋다. 손이 떨리는 이유는 신경선은 전기와 화학신호로 정보전달을 하는데 전기 연결 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에 이물질이 끼어서 접촉 불량이 발생한 것이다. 소금의 다양한 미네랄로 인해 신경을 튼튼하게 만든다.

뿌리보다 잎의 약성이 더 강하다
무 잎에 많은 유황 성분이 들어 있다. 유황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을 삭이고 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다. 무 잎을 말리면 시래기가 되는데 이 것이 엄청난 약성이 있다.

푸른 잎에는 유황성분은 적고 질소가 많아 시래기로 적당하지 않다. 바깥쪽에 있는 것부터 약간 누렇게 변해지기 시작할 때 한 장씩 따서 볏짚에 엮어 처마에 말리면 가장 좋은 시래기를 만들 수 있다.  

무는 잎이 열 냥이고 뿌리는 한 냥이라고 할 만큼 뿌리보다는 잎이 약효가 훨씬 더 좋다. 동치미는 추운 한겨울, 뜨거운 온돌방에서 서걱서걱 얼음이 뜬 것을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옛날 사람들은 밥상을 받으면 반드시 제일 먼저 동치미나 나박김치의 국물을 한 숟갈 떠먹고서 밥을 먹었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힐수록 더 맛이 좋은데, 열을 발산시키는 작용이 있어 땀구멍이 막혀 땀이 잘 안 나오는 데에 효과가 좋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 되는 현대인들에게 속의 열을 빼주는 동치미는 건강한 식탁의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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