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일송뉴스Biome

HOME > Biome

전남 무안 콩 최대면적ㆍ초다수확 ‘콩박사’ 박병만氏

“제 이름은 몰라도 ‘콩박사’하면 전국에서 다 압니다!”

기사승인 : 2013-10-01 21:11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식용콩 자급률이 10여년 이상 30%대에서 답보상태인 가운데 10여년 전부터 국내 콩 재배농가 중에서 가장 넓은 재배면적에 가장 높은 생산성을 올리는 농민이 있다. 전남 무안의 박병만(59)氏는 현재 10ha의 농지에서 다수확 콩을 재배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박氏를 ‘콩박사’라고 불리고 있다. 박병만氏를 만나 콩 재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양파와 마늘의 후작으로 10ha 농지에서 10a당 530kg 생산, 일반농가의 3배이상 생산성!

   
 

뙤약볕이 쏟아지는 8월 중순, 전남 무안군 무안읍 교촌리. 박병만氏는 콩밭에 스프링쿨러로 물을 주고 있다. 
“콩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관수입니다. 저는 일주일 동안 비 소식이 없으면, 비록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라도 오늘 무조건 물을 줍니다. 이것이 제가 콩을 재배하는 원칙입니다.”
박병만氏는 건설회사 현장소장으로 일하다가 지난 1999년에 고향인 무안으로 귀농했다. 귀농하기는 했지만 농사일은 “쌀나무에 쌀이 열리는 줄 알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늘, 양파와 각종 채소를 하면서 농사를 알아가던 중 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박氏는 콩에 대해 알아보려고 농촌지도소와 상담소를 찾아갔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무안군농업기술센터에도 신통한 답변이 없었다. 당시 무안지역에서는 콩 농사를 대단위로 짓지 않았고, 농가에서 자체 소비할 정도로 소량 재배가 전부였다. 따라서 파종방식도 기계가 하는 점파식보다는 손으로 흩뿌리는 방식으로 적은 면적이 대부분이었다. 수량도 안나오고 상품성도 떨어졌다. 
그러다가 농촌진흥청 벼맥류부(혼합농업연구소)에 콩전문가를 찾아갔더니 콩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재배방법과 더불어 신품종을 가져와 자신의 밭에서 시험포장을 조성해 연구사들과 공동연구를 했다. 시험포장은 지금까지 지속해서 운영되고 있고, 콩 재배기술도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면서 지금은 콩 육종까지 하는 수준이 되었다. 
현재 양파와 마늘의 후작으로 하고 있는 콩 농사 규모는 10ha. 6월초 파종하고 10월초에 수확한다.
박병만氏는 콩 농사는 대단위 농사일 뿐만 아니라 단위당 생산성이 가장 높다. 
콩 농가의 전국평균 생산량은 10a당 160kg인데 반해, 박병만氏는 작년에 530kg을 생산했다. 전국평균의 3.3배 수준이다. 올해 목표를 600kg로 세웠지만 ‘가뭄에 고온이 계속되면서 꽃이 예년에 비해 15% 가량 덜 피면서 신기록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수확 품종선발, 적정시기에 순자르기, 적절한 타이밍에 영양제 투여, 순차 파종 등이 비결

   
▲ 박병만氏는 농진청에서 신품종에 대한 시범경작 의뢰가 오면, 파종후 다수확과 상품성으로 구분해서 본인만의 종자를 선발해 농진청 다수확 품종보다 더 우수한 품종을 확보한다. 또한 이듬해 이것들을 다시 파종해 다수확을 거둔다.

이처럼 대면적 다수확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로 우수한 품종 선발이다. 매년 농진청에서는 새롭게 육종한 품종에 대한 시범경작 의뢰가 온다. 시범경작되는 품종은 똑같은 품종을 똑같은 포장에 파종했지만, 꽃색깔이 틀리거나 잎모양새가 틀리는 등 안정화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 박氏는 시범포장에서 신품종의 생육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그중에서도 우수한 품종을 다수확과 상품성으로 구분해서 본인만의 종자를 선발하고, 이듬해 이것들을 다시 파종한다. 이렇게 수 년에 걸쳐 우수 품종을 선별하면 농진청이 개발한 우수품종보다 더 우수한 품종을 보유하게 된다. 농진청이 개발한 품종이 10a당 300kg의 생산성이 있다면, 박氏의 품종은 10a당 500kg을 생산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둘째로 파종후 40~50일경에 예초기로 순자르기를 한다. 꽃이 피기 전 본잎이 5~6장일 때 순자르기를 해야 많은 가지가 생기고 퍼지면서 콩깍지가 많이 달리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잎이 달리면서 광합성을 통해 잎으로 만든 영양분이 꼬투리로 간다. 이후에는 절대 순자르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 농가에서는 7~8월이 되서야 도복이 우려되서 순치기를 하는데, 이럴 경우 광합성을 하게 되는 잎이 없어지면서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량이 떨어지게 된다. 최근 출시된 품종은 도복을 걱정할 정도로 대가 약하지 않기 때문에 도복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콩은 파종후 40~50일경에 순자르기를 한다. 개화전 본잎이 5~6장일 때 순자르기를 해야 많은 가지가 생기고 퍼지면서 콩깍지가 많이 달리기 때문이다.

셋째로 박병만氏가 준비하는 영양제이다. 농진청에서도 재배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만 영양제를 사용하라는 말은 없다. 영양제만큼은 자신이 직접 찾는다. 콩 영양제는 시중에 많지 않아 제조회사를 직접 연락해 시제품을 얻어 사용해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그렇게 구매한 영양제를 콩에 사용해 보니 콩대가 튼튼해지고 잎이 두꺼워지고 콩 무게도 더 나갔다. 영양제는 꽃피기 전 2번, 꽃피고 나서 꽃이 70~80%가 되었을 때, 꼬투리가 형성될 때 등 모두 4번을 준다. 콩에 영양제를 사용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과는 색깔부터 다르다고 한다.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파종할 때도 같은 품종이라도 파종시기를 15일 간격으로 파종하면서 상품성과 수량성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품종마다 개화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개화시기에 맞춰 적심을 해주고 있다. 포장별로 품종 재배계획을 미리 순차적으로 실행해보니 10ha의 농지도 전혀 바쁘지 않다고 한다. 
농민들은 콩 농사를 하찮게 생각해 양파/마늘 후작이니까 양파/마늘에는 기비를 많이 주고, 콩은 그냥 파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박氏는 양파/마늘에 100의 기비를 준다면 콩에는 50의 기비를 준다. 그래야 콩의 뿌리가 튼튼해지고 뿌리혹박테리아 많이 생긴다. 뿌리혹박테리아 만큼 콩꼬투리 숫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요즘도 매일 농업관련 공부를 지속하는 농진청 명예연구관

   
 

농촌진흥청 명예연구관이기도 한 박병만氏는 본인이 ‘콩박사’로 불리게 된 것이 농진청에 연구를 전담하는 박사들이 잦은 인사이동으로 연구의 연속성과 전문가 양성에 소홀히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발령받은지 얼마안된 농학박사들이 본인에게 찾아와 콩의 생육상태와 품종의 현황을 물어볼 때도 있지만, 전국의 콩 농가에서는 진흥청에 콩과 관련된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해 나에게 문의가 올 정도”라고 한다. 
박병만氏는 요즘도 매일 저녁 농업관련 공부하고 있다. 남들 하는 방식대로 농사를 지으면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콩에 대해서만 공부했는데, 지금은 앞으로 우리 농업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의 농업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호주의 이전에 겪었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병만氏는 명강사로도 유명하다. 올해에도 봄에만 30여군데 강의를 했다고 한다. 강의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영농일지이다. “영농일지를 쓰냐는 질문을 100명에게 하면 쓴다는 사람은 1명이 될까말까 한다”면서, “영농일지를 안쓰면 탁상일지에 간단한 메모라도 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몇 년후 같은 지역에 다시가서 같은 내용을 물어보면 똑 같은 반응이 나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한다. 박氏는 “과학영농은 영농일지가 첫걸음”이라면서, “영농일지를 철저하게 작성해 놓으면 몇 년이 지나도 요즘 같은 시기에 무슨 일, 무슨 농약을 썼는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신근 기자  pli0046@hanmail.net

<저작권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국제농업개발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